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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공룡들, 살 길 찾아 '분리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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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공룡들, 살 길 찾아 '분리 독립'

유비소프트, 유력 자회사 분리
텐센트서 1.8조원대 투자 유치
나이언틱·엠브레이서·엔씨소프트
경영난에 줄줄이 법인 분리 조치
유비소프트가 2025년 3월 20일 출시한 게임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이미지. 사진=유비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유비소프트가 2025년 3월 20일 출시한 게임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이미지. 사진=유비소프트

범세계적 불경기로 경영 위기에 처한 게임사들이 늘고 있다. 일부 게임사들은 자회사를 분리하거나 아예 회사를 쪼개는 형태로 이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프랑스 최대 게임사 유비소프트는 최근 '어쌔신 크리드'와 '파 크리아', '레인보우 식스' 등 IP들을 전담하는 스튜디오들이 모인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법인에 중국의 텐센트가 총 11억6000만 유로(약 1조8400억 원)의 지분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에 대해 유비소프트가 텐센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유력 게임을 전담하는 '노른자위' 회사들만을 분리한 것이란 평이 나왔다. 유비소프트는 2022년 9월에도 텐센트로부터 3억 유로(약 4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전례가 있다.

유럽에서 유비소프트와 쌍벽을 이루는 게임 대기업 엠브레이서 그룹은 아예 3개 회사로 분리를 선언했다. 보드게임 부문 전담 자회사 아스모디 디지털을 필두로 한 '아스모디 그룹'이 올 2월 7일을 기점으로 나스닥 스톡홀름 분리 상장을 마무리했다. 여기 퍼블리싱 사업을 맡아온 커피 스테인을 중심으로 한 가칭 '커피 스테인 앤 프렌즈'가 내년 3월까지 분리 독립한다는 계획이다.

'포켓몬 고'로 유명한 위치 기반 증강현실(AR) 기술 기업 나이언틱 또한 최근 유력 게임 사업부를 분리했다. 구체적으로 포켓몬 고와 '몬스터 헌터 나우', '피크민 블룸' 등 외부 IP 기반 게임을 개발해온 사업부를 분리, 모바일 게임 대기업 스코플리에 35억 달러(약 5조 원)에 매각했다.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부터 총 6개의 자회사를 신설했다. 각각 오리지널 IP를 전담하는 개발 자회사 '퍼스트스파크게임즈'와 '빅파이어게임즈', '루디우스게임즈'는 물론 엔씨 AI, 엔씨 QA, 엔씨 IDS 등 게임 연관 사업부 또한 세 곳이나 분사됐다.

'포켓몬 고' 이미지. 사진=나이언틱이미지 확대보기
'포켓몬 고' 이미지. 사진=나이언틱

법인 분리를 선언한 이들 게임사들은 모두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엔씨는 지난해, 2000년 증권 시장 상장 후 최초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유비소프트와 엠브레이서 그룹의 주가는 2021년 대비 각각 85.1%, 86.3%의 급락세를 보였다. 나이언틱 또한 2023년 대규모 인력 감축과 더불어 '해리포터', '트랜스포머', '마블' 등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프로젝트들의 개발을 취소했다.

대형 업체들의 법인 분리 과정에 텐센트나 사우디아라비아가 '큰 손'으로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특기할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듯 유비소프트는 텐센트로부터 두 차례나 투자를 유치했다.

나이언틱의 게임 사업부를 인수한 스코플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산하에서 게임 부문을 전담하고 있는 새비 게임 그룹(SGG)의 자회사다. 엠브레이서 그룹 또한 2022년 6월 PIF로부터 103억 크로나(약 1조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법인 분리 직전에는 20억 달러(약 2조93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려 했으나 이것이 좌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사 분리 외에도 사업 철수, 법인 종료를 선언하는 사례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올 2월 산하 게임사 세 곳의 법인 종료와 더불어 '원더우먼' IP 기반 대작 게임의 개발을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1월에는 '갓폴' 등을 개발한 미국의 카운터플레이 게임즈가 해체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