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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다, 우리네 인생"…전 세계를 강타한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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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다, 우리네 인생"…전 세계를 강타한 ‘폭싹 속았수다’

넷플릭스 타고 전세계서 흥행
산업화와 가족 갈등에 '공감'
국경·세대 넘어 42개국서 인기
다양한 언어 고려한 번역 '눈길'
1일 글로벌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한국을 포함한 42개국에서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글로벌 톱10에 진입하며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지=플릭스패트롤 이미지 확대보기
1일 글로벌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한국을 포함한 42개국에서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글로벌 톱10에 진입하며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지=플릭스패트롤


1일 글로벌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한국을 포함한 42개국에서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글로벌 톱10에 진입하며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홍콩, 인도, 태국, 대만, 필리핀, 페루, 인도네시아, 볼리비아 등 9개국에서는 지난 3월 25일부터 30일까지 단 하루도 3위권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며 높은 인기를 이어갔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국가 대부분이 산업화를 경험하며 가족, 지역 공동체의 균열을 겪었다는 것이다. 드라마가 그려낸 '보통 사람의 삶'과 그 속의 아픔과 화해, 위로의 메시지가 국경을 넘어 깊은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나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견디며 살아온 애순과 관식, 두 인물의 인생을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잔잔하게 풀어낸다. 화려한 사건 없이 일상의 무게를 중심에 둔 이 작품은, 오히려 평범함이 지닌 보편성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연결된다.
제목 역시 깊은 울림을 전한다. '폭싹 속았수다'는 언뜻 들으면 '지독하게 속았다'는 의미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정말 수고 많았다'는 의미의 제주 방언이다. 제목부터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역설적 감성과 위로의 정서를 집약한 셈이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지역적 정서를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에도 공을 들였다. 영어판 제목은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로, 흔히 쓰이는 영어 표현 'When Life Gives You Lemons(인생이 시련을 줄 때)'를 재치 있게 변형해 귤로 대체했다. 이는 제주도의 대표 특산물인 귤을 통해 삶의 쓴맛 속에서도 단맛을 찾아가는 작품의 메시지를 함축한다. 태국판 제목 '귤이 달지 않은 날에도 웃자', 대만판 제목 '고진감래(苦盡柑來)' 또한 각국의 문화적 감수성을 반영한 번역으로 현지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1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세계적 인기를 보이고 있다. 드라마가 그려낸 ‘보통 사람의 삶’과 그 속의 아픔과 화해, 위로의 메시지가 국경을 넘어 깊은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1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세계적 인기를 보이고 있다. 드라마가 그려낸 ‘보통 사람의 삶’과 그 속의 아픔과 화해, 위로의 메시지가 국경을 넘어 깊은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넷플릭스

제주도라는 배경 역시 중요한 서사의 축을 이룬다. 제주가 지닌 '섬'이라는 공간적 특성은 폐쇄성과 고유성을 띠면서도, 동시에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겪은 상징적 장소로서 전 세계 산업화 국가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정서적 매개체가 됐다. 작품 전반에 녹아든 지역성은 단순한 배경 이상의 역할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는 한국의 또 다른 얼굴을 소개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이러한 흥행은 지역 경제에도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제주도청과 제주관광공사는 '폭싹 속았수다'를 소재로 1200여 곳의 전광판, 버스정류소,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글로벌 홍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K콘텐츠의 비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는 단순한 문화 소비재를 넘어 국내 관광, 외식, 지역 경제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생산 유발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보고서는 "2010년 이후 콘텐츠 수출은 약 4배 증가했으며, 넷플릭스 내 한국 콘텐츠의 비중은 전체 콘텐츠의 약 7%, 비영어권 기준으로는 20%에 달한다"며 "비영어권 콘텐츠 다섯 편 중 한 편이 한국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폭싹 속았수다'는 오랜만에 등장한 중장년층부터 젊은 세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패밀리 콘텐츠"라며 "시대극임에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통해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넷플릭스가 K-콘텐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잠재력을 가진 한국 작품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세대와 문화권을 초월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을 전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폭싹 속았수다'는 앞선 세대의 삶에 바치는 헌사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다.

드라마는 누구의 인생에도 쉬운 날은 없다며 속삭인다. "그 모든 수고에, 진심으로 수고 많았수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