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학연구원·디그라한국지회
'2025 게임과학 심포지엄' 개최
"게임 이용자, '블랙박싱'해선 안돼"
'트롤'들도 행동 방식·원인 천차만별
'2025 게임과학 심포지엄' 개최
"게임 이용자, '블랙박싱'해선 안돼"
'트롤'들도 행동 방식·원인 천차만별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게임과학연구원, 국제디지털게임연구학회(디그라)한국지회가 공동 개최한 '2025 게임과학 심포지엄'이 18일 열렸다. 6종류의 강연이 있었던 가운데 게임계를 파악함에 있어 '게이머 전반을 일반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담론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다면적 플레이어: 게임 플레이의 다양한 층위들'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서울 용산 소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8일 열렸다. '게임 플레이어 이해', '게임이용장애', '트롤(악성 이용자) 이해' 3가지 주제에 걸쳐 각각 국내 연구자와 해외 연구자 1명 씩 총 6명의 발표가 있었다.
첫 발표를 맡은 에스펜 올셋 홍콩성시대학 게임연구학장은 게임 이용자 연구에 있어 '블랙박싱(Black-Boxing)'을 결코 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여러 장르의 게임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다양한 재미를 느끼는 게이머들을 그저 '이용자'라는 하나의 집단으로만 바라봐선 결코 이들을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에스펜 올셋 학장은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예시로 들자면 한 게임 안에 수많은 직업군과 역할군이 존재하고, 콘텐츠 또한 역할 놀이(롤플레잉), 탐험, 수집, 레벨 업, PvP(이용자 간 대결), 레이드까지 다양하다"며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가 아닌 '이용자들은 무엇을 하고 경험하는가'에서 출발해야만 그들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가 '주체'인가에 대한 의문 또한 던졌다. 독일 철학자 가다머의 '진정한 주체는 게임이다'라는 표어를 인용한 올셋 학장은 "게이머는 때로는 자신의 아바타를 바라보는 '관찰자'가 되기도 하고, 비디오 게임에서 어느 순간 '관전자'가 되기도 한다"며 "e스포츠는 게임을 '관전자'의 관점에서 즐기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몇 해에 걸쳐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 이용 장애'에 관해서도 게이머의 층위가 다양함을 인정하고 다각도로 살펴보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유럽연구위원회 '게임이용장애의 존재론적 재구성(ORE)'에 지난 5년 동안 참여해온 벨리마띠 카훌라티 핀란드 유베스큘라대학교 연구 교수는 IGD(Internet Gaming Disorder)와 PIE(Problem-Intervention-Evaluatio)-9, GDT(The Gaming Disorder Test) 등 게임 이용 장애를 규명하는 기준이 세계적으로 수십 개로 나뉘며 다뤄야 할 증상이나 현상 등도 명확하거나 통일된 정의가 없다고 밝혔다.
카훌라티 교수는 또한 상당수의 연구, 설문 조사에 있어 '게임'에 대해 비디오 게임은 물론 보드 게임 등 고전적인 오프라인 게임을 포함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 또 상당수 지역에선 언어적으로 '도박'과 게임을 구분하지 않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게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부터 적지 않은 혼란이 있는 만큼 게임 이용 장애를 측정하는 것 역시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이용하며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악성 이용자, 이른바 '트롤'에 대해 다룬 마지막 세션에선 게이머들 중에서도 소수에 불과한 이들 '트롤'들도 공통점을 찾기 어려우며 다각도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마지막 세션의 연사를 맡은 크리스틴 쿡 타이베이 국립정치대학교 교수는 "실제로 게임을 하며 트롤들과 소통하기도 하고, 이들을 연구한 선행 자료 또한 살펴봤다"며 "10대와 30대 등 연령대가 다른 트롤, 타이완과 미국, 네덜란드 등 서로 다른 지역의 트롤들은 행동 방식, 행동 요인, 심지어는 '트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조차 다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쿡 교수에 이어 강연을 맡은 이성혁 서울대학교 초교육원 컴퓨팅 강좌 강의교수는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이머들의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게임 내의 트롤들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다. 2025년 1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된 약 300만 개 LOL 랭크 게임의 인게임 통계·채팅 데이터들을 토대로 '탈주(AFK, Away From Keyboard)'와 '아이템 티어 낮추기' 두 가지 유형의 트롤 방식을 구분,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탈주'는 일반적으로 20분 이전, 맞상대 하는 상대에게 패배한 이용자들이 자주 취한 행동이었던 반면 '아이템 티어 낮추기'의 경우 20분 이후에 발생하며 오히려 자신이 맞상대를 이기고 있을 때 자주 발생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교수는 "AFK는 패배감, 의욕 부진 심리와 연관됨을 추측할 수 있었으나, 아이템 티어 낮추기를 하는 기저 심리는 경기 내 성과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확실한 것은 게이머들이 '트롤'이라 부르는 이들이 공통점을 가진 하나의 집단은 결코 아니며 행동 방식과 원인, 기저 심리 또한 개인 별로 다를 것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