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미지 제고·관광 유인 효과 입증
제작비 상승·편향 논란엔 아직 오리무중
제작비 상승·편향 논란엔 아직 오리무중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넷플릭스 인사이트' 간담회에서 넷플릭스는 방송통신대학교 이성민 교수와 함께 진행한 국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K-콘텐츠가 국가 이미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K-콘텐츠가 단순 오락을 넘어 한국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넷플릭스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K-콘텐츠를 시청한 해외 시청자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인도(73%), 브라질(71%), 미국(58%) 등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들은 한국 문화에 관한 탐구 의향(58%)과 한국 방문 의사(72%)에서도 비 시청자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유통 창구로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화 확산의 핵심 기반은 넷플릭스의 현지화 전략에 있다.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 190개국에 한국 콘텐츠를 수출 중이며, 최대 30개 언어로 자막과 더빙을 제공한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역사적인 사건들을 함께 다룬 '폭싹 속았수다'와 같은 한국 색이 짙은 작품도 그 문화적 맥락을 유지하며 각국에 소개됐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총괄(부사장)은 "넷플릭스는 스크린 안팎에서 한국 문화를 확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콘텐츠는 한 국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힘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넷플릭스 효과'가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간담회에서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선택 편향과 제작비 상승에 따른 국내 생태계 양극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한 참석자는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은 작품과 아닌 작품의 간극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부사장은 "작품 단위의 편차는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도 "방송사 및 다양한 제작사와의 협업을 통해 균형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작비 상승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강 부사장은 "콘텐츠 제작비는 창작자들의 역량과 노력에 대한 보상이며, 프리미엄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필수 투자"라며 "7년에서 8년 전만 해도 한국 콘텐츠는 외국에서 공짜로 소비됐지만, 이제는 유료 프리미엄 콘텐츠로 격상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이날 AI 활용에 대한 견해도 분명히 했다. 넷플릭스는 AI를 콘텐츠를 '창작'하는 도구가 아닌 '보조'하는 기술로 보고 있다.
강 부사장은 "AI는 프리비주얼 작업, 데이터 정리 등 콘텐츠 제작 효율을 높이는 도구이며, 사람의 인풋을 더 잘 끌어내기 위한 보조 수단"이라고 말했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전략도 공유됐다. 고현주 넷플릭스 코리아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총괄 시니어 디렉터는 "현재 신진 작가나 감독의 데뷔작이 전체 한국 콘텐츠 중 약 20%를 차지한다"며 "(넷플릭스가) 창작 생태계 확대를 위한 인재 양성과 협업에도 적극 투자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국내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2024년 매출 8997억 원을 기록했지만 법인세는 39억 원에 불과했다. 창작자 중심의 투자와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 노력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실질적 분배 구조와 투명성에 대한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현재는 한국 콘텐츠 시장이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며 "지난 시기 웹드라마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시장에 적응해왔듯이 변화는 조정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차후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전략이 단기적 흥행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의 균형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남는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