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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美·中 기술 패권 경쟁, 다음 전선은 '휴머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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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기술 패권 경쟁, 다음 전선은 '휴머노이드'

베이징서 '휴머노이드 하프 마라톤' 개최
로봇 제조사 6곳, 연내 각 1000대 생산
美 피규어AI, 4년 내 10만대 공급 계획
일론 머스크 "올해 안에 1만대 생산 목표"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4월 19일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현장의 모습. 사진=신화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이좡에서 4월 19일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현장의 모습. 사진=신화통신·뉴시스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또 다른 화두로 떠올랐다. 피규어AI와 테슬라 등 미국 업체들이 연이어 양산 계획을 내놓자 중국에선 여러 업체가 일제히 생산하는 형태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중국 매체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최근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현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11곳 중 유니트리와 아기봇, 갈봇, 엔진AI 등 6개사가 올해 1000대 이상의 휴머노이드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의 휴머노이드 시장은 2025년 기준 45억 위안(약 88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 이좡에선 지난 19일 공식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총 21대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출전한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한 휴머노이드 '톈궁 울트라'는 2시간 40분 만에 결승선을 밟았다.

다만 마라톤 끝까지 결승선을 밟은 휴머노이드는 단 6대로, 다른 로봇들의 경우 낙상 사고나 고장, 과열 등을 일으켜 완주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마라톤에 대해 '실질적 활용과 동떨어진 기술력 과시', '시기상조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사진=테슬라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사진=테슬라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움직임은 미국의 선도적인 휴머노이드 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기업 피규어AI는 최근 '미공개 파트너'와 휴머노이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BMW와의 계약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계약으로, 피규어AI 측은 이번 계약을 통해 '향후 4년 안에 휴머노이드 10만개 공급'이라는 비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피규어AI와 계약을 맺은 파트너사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아마존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피규어AI는 지난해 2월, 엔비디아와 더불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주요 업체로는 테슬라가 꼽힌다. 테슬라는 2021년 일찌감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공개했다. 2023년 12월에는 기술적으로 향상시킨 옵티머스 2세대 모델을 공개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로보택시 공개 행사를 통해 수십 대의 옵티머스를 가동, 일반 관객들을 상대로 시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는 올 1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2025년 말까지 옵티머스를 1만 대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며 "목표를 채울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최소 5000대를 생산해 실질적 용도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이미지 확대보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이 2020년 인수한 미국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중요한 업체로 손꼽힌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8년까지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10일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을 가졌다. 국내 대학과 기업을 포함 약 40곳이 협약에 동참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1조 원 이상을 투자, 자체적인 휴머노이드 개발 역량을 배양한다는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휴머노이드 산업은 올해 기준 15억 달러(약 2933억 원)에서 10년 후인 2035년에는 380억 달러(약 7조4300억 원)로 25배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산업"이라며 "국내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만큼 한시라도 빨리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