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팀에선 검색조차 안 돼
옆나라 일본엔 더빙까지 지원 '차별'
정작 홈페이지에선 한국어 설명
옆나라 일본엔 더빙까지 지원 '차별'
정작 홈페이지에선 한국어 설명

이 게임은 2006년 출시한 판타지 오픈월드 액션 게임의 그래픽 등을 개선한 리마스터 버전이다. 방대한 스토리와 스케일, 다양한 캐릭터들의 서사가 어우러지며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인기를 본격화했으며, 이후 출시된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은 전세계적인 흥행을 거뒀다. 특히 엘더스크롤4는 오픈월드 게임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찬사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엘더스크롤IV: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는 리메이크작이지만 요즘 게임다운 그래픽 개선이 이뤄진 탓에 용량이 무려 110GB가 넘는다.
리마스터 게임 가격은 본편 기준 49.9 달러, 디럭스 버전은 59.9 달러로 책정됐다. 신작이 아닌 리마스터 게임이지만 그래픽이 현재 기준에 맞춰 완전히 정교해졌고, 약 3만7000줄(lines)에 달하는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의 전체 대사가 전부 더빙돼 있는 등 충분히 가격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특히 '엘더스크롤IV: 오블리비언' 게임 특성상 장시간 플레이할 수 있어 가격에 대한 불만은 보이지 않는다. 온라인을 통한 제품 소개 영상에는 "갑자기 몸이 너무 아파서 이번 주 내내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게임을 위한 병가)",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 때문에 학교에 떨어질 뻔했는데, 이제 내 직업이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블리비언은 제가 처음으로 PC에서 플레이한 비디오 게임이었고 이 게임을 보면서 울었습니다", "제가 10~11살이었을 때 이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제 30살이 되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십대 때 아버지와 함께 이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제는 제 아들과도 이 게임을 할 예정입니다" 등의 감탄이 주를 이룬다.
검증된 대작, 명작이 시간이 흐른 뒤 현 시점에 맞게 리마스터되는 사례는 무척 많다. 하지만 문제는 '엘더스크롤IV: 오블리비언 리마스터'의 제작사가 베데스다라는 점이다. 베데스다는 명작 게임을 다수 배출한 최고의 스튜디오로 꼽히지만 유독 한국어 자막에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 더빙까지 지원해주곤 하는데 베데스다게임스튜디오가 만든 '폴아웃3(Fallout 3)', '폴아웃: 뉴 베가스(Fallout: New Vegas)', '스타필드(Starfield)', '엘더스크롤V: 스카이림(The Elder Scrolls V: Skyrim)' 모두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폴아웃 76(Fallout 76)'만이 베데스다의 메인 시리즈 중 공식 한글화가 이루어진 예외적인 케이스일 정도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 '엘더 스크롤V: 스카이림(The Elder Scrolls V: Skyrim)', '폴아웃 4(Fallout 4)', '스타필드(Starfield)', '폴아웃 76(Fallout 76)'에 일본어 더빙을 공식 지원한다. 자막이 아닌, 풀 더빙까지 지원한다.
이번 신작 엘더 스크롤 IV: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드' 또한 일본어 더빙을 지원한다.
유독 한국어 자막에 인색하니 과거 국내 게이머들은 토드 하워드 베데스다게임스튜디오 대표를 두고 '게으른 토드(Lazy Todd)'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했다. 그래서인지 '엘더스크롤IV: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는 아예 한국어 더빙은 언감생심, 한국어 자막 미지원에 나아가 지역 락(Lock)까지 걸려 있어서 국내에선 아예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하다. 스팀(Steam) 플랫폼에서는 지역 락으로 인해 해당 게임 페이지가 열리지 않고, 엑스박스(Xbox)에서도 구매가 불가능하다.

'엘더스크롤IV: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는 현재 자국 통화 결제를 지원하는 41개 주요국가 중 한국과 러시아에서만 출시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서방 국가들의 무역 제재를 받고 있지만 한국을 지역 락 대상으로 설정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해당 게임을 소개하는 베데스다게임스튜디오 홈페이지에는 게임 소개를 한글로 표기했다는 점이다.
철저히 한국 게이머들을 '패싱'하는 듯 보이자 국내에선 일본 게이머만을 우대한다는 의미로 토드 하워드를 '토도키 하와도'라는 밈(Meme)으로 칭할 정도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