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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줄 서도 오늘 유심 없다는데…그새 해킹 당했을까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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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줄 서도 오늘 유심 없다는데…그새 해킹 당했을까 두려워요"

재고 없는 유심
불확실한 보호 서비스
장기 대기
연신내 SKT 통신 매장 앞에 사람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 김지유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연신내 SKT 통신 매장 앞에 사람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 김지유 기자
"주말 내내 불안해서 눈 뜨자마자 나와서 줄 섰어요."

28일 오전 연신내. SK텔레콤 대리점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다. 일부 고령층 고객들은 새벽부터 매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유심(USIM) 교체를 위해 몰린 인파는 300m를 넘었고, 대리점 주변은 긴장과 초조가 뒤섞인 분위기로 가득했다.

고객들의 기대와 달리 "오늘 교체 가능한 유심은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가 반복됐다.

한 SKT 대리점 직원은 "내일 재고가 들어올지는 저희도 모른다"며 "오늘은 일단 예약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친 목소리로 "보호 서비스를 원하시면 줄서시라"고 덧붙였다.
줄 서 있는 이들 중 상당수는 유심 교체가 아닌, '유심(USIM) 보호 서비스'를 신청하려는 고객들이다. 대리점 직원은 "줄은 서 있지만 보호 서비스 신청은 비교적 금방 끝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고객들은 "당장 지금이라도 개인정보가 유출될까봐 두렵다", "오늘 못받으면 2~3개월 대기해야 한다는 소문도 들었다"라는 등 불안감을 토로했다.

SKT는 유심 보호 서비스를 긴급 도입해 대리점, T월드 앱 등을 통해 신청 받고 있으나, 실질적인 유심 물량 수급에 대한 공식 안내는 내놓지 않고 있다. 대리점들은 "본사에서도 정확한 입고 일정을 공지하지 않아 매일 상황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KT, LG유플러스 대리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인근 KT 대리점 직원은 "지금 문제된 건 물리적 USIM이라, 가능하면 이심(eSIM)으로 전환하거나 통신사를 옮기는 방법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eSIM 지원 단말기 여부 확인이 필요하고, USIM 자체 발급은 수요일까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KT 대리점 관계자는 "SKT 대란 이후 통신사 이동을 고민하는 고객이 늘었고, 위약금 지원은 일부 점포 단위로만 진행된다"며 "통신사 측 공식 지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통신사 이동 이벤트는 일부 매장에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며, 대리점 자체 재량에 맡겨진 상황이다.

핸드폰 대리점 마다 'SKT고객 유심 재고 소진'을 알리는 글귀가 붙어있다. 사진= 김지유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핸드폰 대리점 마다 'SKT고객 유심 재고 소진'을 알리는 글귀가 붙어있다. 사진= 김지유 기자


"내일 유심 들어올지 몰라요."

"수요일까지는 물량 없을 것 같아요."

대리점 곳곳에서 발길을 돌리는 고객과 바쁜 직원 모두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T월드 앱을 통한 유심 보호 서비스 신청도 대안으로 안내됐지만, 접속 지연과 대기 인원 폭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SK 대리점 직원은 "앱으로 예약 신청을 걸어놓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사실 이것도 완료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