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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도약 위해 기초기술 개발 매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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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도약 위해 기초기술 개발 매진 필요

[긴급 대담-삼성의 신사업과 미래]

기술보다 마케팅서 비교우위 후발주자 맹추격


"새 도약위해 카리스마 가진 리더 나와야"


<삼성문화 4.0> 저자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과 대담


▲삼성이건희회장이부인홍라희여사의손을잡고72회생일잔치를위해호텔에들어서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이건희회장이부인홍라희여사의손을잡고72회생일잔치를위해호텔에들어서고있다.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2013년이 밝았지만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유럽발 국가재정위기가 해소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들은 경제여건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2년 매출 200조원 시대를 연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LCD, LED 등의 시장현황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 수도 있다. 국내 최고 기업 삼성은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 25주년을 맞은 삼성 이건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뚜렷한 경영 화두를 내놓지 않았다. 사상 최대 실적과 함께 국내외 상황의 어려움이 예견되고 있는 삼성의 신사업과 미래에 대해 ‘삼성문화 4.0-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의 저자인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과 인터뷰 했다. <편집자 주>

-책에서 중국기업의 빠른 추격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지속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어렵다고 진단하셨습니다. 삼성도 이런 위기 때문인지, 바이오, 의료기기, 전기자동차용 전지, 태양전지 등 신수종 사업에서 2020년까지 수익을 내겠다고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이런 모색을 긍정적으로 평가 하시는지요.

“2013년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이건희 회장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사업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역설했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삼성의 경쟁우위가 기술력이라면 후발기업이 추격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기술보다는 마케팅에서 비교우위에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신사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미래지향적이고, 현재의 사업과 동떨어진 것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삼성이 신사업으로 현재의 사업 중 기초기술 개발에 더 주력하는 것이, 막연하게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신사업의 문제점들을 짚어주셨는데, 삼성의 이런 시도가 한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삼성이 국내에서 산업방향을 선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라이벌 기업 LG나 정부조차도 삼성이 무슨 사업을 하는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삼성이 신수종 사업 5가지를 들고 나오자 모든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그린에너지 중 태양광, 풍력, 지력 등에 대해 묻지마 투자를 했고, 과도한 투자는 한정된 국가자원이 불합리하게 배분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일부 기업은 무리하게 투자해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삼성만 쳐다보고 무작정 뛰어든 기업들 자체도 문제지만 삼성이 선도기업으로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합니다.”

-기업전문가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만 비대하게 커져 있고, 수익도 대부분 삼성전자에서 나와 문제라고 합니다. 책에서 다른 계열사들이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게 높다고 짚어주셨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까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계열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언젠가부터 산업의 수직계열화가 그룹의 목표가 되면서 계열사끼리 서로 내부거래가 확대되면서 의존도가 심화된 것입니다. 현재로서 삼성의 계열사가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쟁자들이 삼성계열사의 부품을 납품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들의 부품이나 서비스가 삼성전자의 요구에 맞게 특화된 것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자체기술을 개발하고, 시장니즈를 파악하는데 더 열심히 노력해 삼성전자 외 다른 수요처를 찾아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시키는 제품만 개발하고, 요구하는 수량만 생산하는 의존적인 체제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삼성이 애플과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결과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삼성에게 그다지 유리한 상황만은 아닙니다. 삼성을 애플과 비교하면 디자인, 브랜드, 소프트웨어 등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삼성이 이런 요소들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제언을 해주실 수 있는지요? 있다면 무엇입니까?

“삼성 기업문화를 관리문화라고 합니다. 관리라는 것은 원가절감, 품질향상,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기 때문에 삼성이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원가절감, 품질향상, 생산효율성과 같은 요소는 외형적으로 측정이 쉬워 성과평가가 용이합니다. 그래서 삼성이 외형적으로 보이는 성과위주의 평가체계를 개발했고, 이 시스템에 잘 적응하는 사람들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삼성전자에는 학력이나 지연과 같은 백이 통하지 않고 오로지 성과만이 승진의 핵심요소라고 합니다. 삼성전자가 성과가 좋은 것이 성과만을 중시한 인사제도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임원들 중 다른 대기업과 달리 지방대나 중급 대학 출신이 많다고 합니다. 좋은 내용이라고 봅니다. 명문대를 나왔다고 뛰어난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인재를 평가할 때 학습능력과 지적능력, 2가지 측면을 봅니다. 학습능력은 주어진 학습과제를 잘 이해해서 성과를 측정하는 요소에 잘 따라준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지적능력은 창의력, 통찰력, 직관력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했다는 것은 학습능력이 뛰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삼성이 주창하는 창의력은 학습능력이 아니라 지적능력이 뛰어나야 발휘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디자인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재를 유치하고 이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삼성문화를 바꾸든지, 아니면 현재의 관리문화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들이 틀에 박힌 삼성의 관리자나 상급자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해 줘야 된다는 말입니다.

디자이너에게 하루에 몇 장의 디자인을 했는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하루에 몇 본의 프로그램을 짰는지 등을 묻습니다. 연구소에서는 일정을 정해두고 매일매일 공정률을 체크합니다. 디자인만 하더라도 하루에 몇 장을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것 한 장을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1년에 한 장을 그리더라도 수십억, 수백억 가치를 낼 수 있고, 1달에 100장을 그리더라도 10원의 가치도 없을 수 있습니다.

몇 명이 일을 하는 것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의 핵심인 운영체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과거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이 삼성전자에 투자받기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한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 고위관계자가 개발자 몇 명이 만들었냐고 물었고, 10여명이 만들었다고 답하자, 우리는 석/박사 수천 명이 만들고 있는데, 당신들 것을 왜 사냐고 핀잔을 주고 투자를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그 안드로이드가 삼성이 가장 자랑하는 스마트폰과 패드 등 스마트기기의 목숨을 쥐고 흔듭니다. 이건희 회장이 말한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적용되는 사례입니다. 특히 창의적인 업무의 영역에서는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천재 한 명의 영감이 중요합니다.

이들을 선발하는 것도 고리타분하고, 이미 제도화된 평가나 경험에 길들여진 삼성의 관리자들이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분명 현재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들이 그것을 가지고 있을까요? 산업현장을 한 번도 나와 보지 않고 이론에만 충실한 대학교수들에게 창의적인 일을 하는 인재선발을 부탁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인재의 선발과정, 유지노력, 관리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삼성의차세대경영자인이재용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의차세대경영자인이재용부회장
-이건희 회장의 향후 리더십에 대해서도 주목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3세 경영자에게 자리를 넘겨줄 계획이 아직까지 없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의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아니면 주변의 오랜 참모의 능력에 의존하게 됩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미래의 이슈를 결정하는데 대부분 과거에 의존하는 셈이죠. 이건희 회장도 분명 젊었을 때보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의사결정이 대부분 옳았다고 하더라도 현재나 미래의 의사결정에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무 자신의 경험이나 직관, 혹은 주변의 몇몇 참모에 의존하는 비중을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참모들을 전면에 배치하기보다는 참모에게 참모의 역할을 주고, 카리스마를 가진 차세대 리더를 찾아야 합니다. 앞에서 삼성전자의 예도 들었지만 이미 부장이나 임원급만 되면 너무 착한 사람, 모범학생만 살아남았기 때문에 자신의 주관이나 추진력을 가진 리더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생각이나 주관을 최소화하면서, 자신과 배치되는 의견을 내는 직원들, 그런 사람이 내부에 없다면 외부에서 수혈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순혈주의에 빠져있지 않나 우려됩니다.”

-성급하기는 하지만 삼성이 이건희 체제 이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시대가 원하는 리더의 유형이 달라집니다.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할 때는 카리스마형 리더가 필요하지만, 성숙기에 접어들면 관리자형 리더가 필요합니다. 삼성도 산업이나 기업의 성장주기(Life Cycle)가 성숙기에 접어든지 오래되면서 관리자형 리더인, 관리자가 득세를 한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삼성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 도약을 하고 싶다면 일정부분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가 나와야 합니다. 현재의 리더그룹들을 보면 아마 내부에서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외부에서 수혈을 해야 하는데,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이건희 회장 체제의 삼성 25년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을 평가하면 어떻다고 보십니까? 특히 한국 경제, 고용 시장, 삶의 질, 문화 등의 측면에서 평가해 주십시오.

“삼성뿐만 아니라 재벌이 한국경제를 부흥시키고 경제발전에 기여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재벌들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막아 건전한 성장을 방해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부주도의 경제계획에 일방적으로 기대면서 국가의 자원배분을 왜곡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특정산업이나 대기업위주의 경제가 건전하고 균형 있는 국가발전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삼성이 엄청난 성과를 내면서 한국사회나 국가경제에 도움을 준 만큼 그 그림자도 길다고 봅니다.

경제를 먼저 보면 일정부분 국가주도의 산업발전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산업 전체를 주도했다는 것은 훌륭한 성과입니다. 전자산업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글로벌 시장변화를 읽고 반도체나 LCD, LED, 휴대폰 등에 투자해 연관산업을 일으켜 새로운 고용을 창출했습니다.

고용시장도 일정부문 기술이나 고급부문 근로자의 일자리를 늘렸습니다. 소위 말하는 석박사 학위소지자들에게 양질의 직장을 제공했습니다. 좋은 일이죠.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자국 브랜드의 각종 전자기기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휴대폰과 스마트폰 등은 기여한 바가 큽니다. 물론 가격측면에서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하고 있다는 논란은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국제적인 스포츠행사로 국격을 높이고, 국가나 기업의 브랜드를 알린다는 것은 한국의 입장에서 1988년 올림픽으로 끝났다고 봅니다. 이후의 행사들은 대부분 의도한 성과를 내기보다는 세금을 축내는 하마로 전락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재벌기업 회장들이 총출동해서 유치했고, 자축을 하고 일부 관련 정치인들이야 호들갑을 떨지만 국민들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국내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정치인뿐만 아니라 기업인도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국민정서법이 국가의 최고 법률인 헌법보다 상위에 있는 한국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고 봅니다.”

/정리=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