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옆 발암 물질 공장 안돼” 피켓 시위
[글로벌이코노믹=차완용기자] 제법 날씨가 싸늘해진 요즘 인천 서구 청사 정문에는 피켓을 들고 있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 아주머니들은 거의 대부분 청라지역 거주자이거나 청라지구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어머니다. 아침에 자녀들을 등교시킨 후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매일 순번을 정해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서 1인 시위 중인 아주머니 손에는 ‘SK 아웃’이라는 빨간색 피켓이 들려있다.시위 중인 이 아주머니는 “내 자식이 배우는 학교와 내 집 바로 옆에 발암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이 들어선다는데 가만히 있어야만 하나요?”라며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거리 곳곳에는 ‘SK는 안전하다’는 피켓을 들고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증설의 안정성을 홍보하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이들의 모습도 간혹 눈에 띄고 있다. 이들은 주로 SK인천석유화학의 임직원들이다.
청라지구는 요즘 SK인천석유화학(대표 이재환)이 페트병 등의 원료로 쓰이는 파라자일렌(PX) 공장 증설 문제로 시끄럽다.
◇ “학교 옆에 기습 공장 증설”…뿔난 청라 주민들
SK인천석화는 올해 3월부터 1조60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증설 중이다. 기존에 있던 정유 공장 부지에 PX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SK인천석화는 2006년과 2009년 인천시로부터 증설에 대한 승인을 받았지만 내부 사정으로 착공을 미뤘었다. 지난해 말 다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이곳에 PX 공장이 증설되고 있는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주민은 “공사가 진행되고 약 2개월여가 지난 후에야 지역 유지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주민들에게 알려 왔다”며 “이 때부터 주민들이 힘을 합쳐 증설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 주민은 “다른 것도 아니고 1급 발암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이 들어서면 사전에 주민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주민들은 해당 공장이 1급 발암물질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더욱이 주민들은 공장이 증설되는 지역인 서구 석남동에 주거단지와 학교가 밀집돼 있어 유해물질 누출사고 발생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주민은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바로 옆에 이러한 공장을 짓는 법이 대체 어느나라 법이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만 해도 주거지역과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와 불과 1km 내에 이러한 유해 공장을 지은 곳은 한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주민의 말처럼 공장 인근에는 초·중·고등학교 8곳이 위치해 있다. 특히 인근 신석초등학교는 공장에서 불과 188m 거리밖에 안된다.
◇ SK석유화학 “아무런 문제 없어”
하지만 SK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화학공장 부지가 먼저 조성이 됐고 이후 청라지구가 입주를 한 상황인데 왜 공사를 중단해야 하냐”며 반발했다.
SK인천석유화학이 소속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공장부지는 1989년 인천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곳으로 경인에너지와 한화에너지에 이어 SK석유화학이 2006년에 인수한 땅이고, 용도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며 “청라지구를 비롯해 인천 주민들이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SK측은 향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SK인천석화 관계자는 “PX가 유독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주민들이 염려스러워 하지만 구청에서는 안전상의 문제가 없어서 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투자 금액의 10%인 1600억 원을 안전과 환경분야에 투자하는 등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 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현재 1조6000억원을 들여 공장의 80%까지 공사가 진행된 상황이고 내년 상반기 준공할 예정이다”며 “사업 예산의 17% 가량을 환경 관련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제 없다’던 환경평가는 23년 전 실시
전문가들은 SK의 석유화학 공장이 주거 지역에 밀집된 곳에 증설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SK측이 대기환경기준에 맞춰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고 하지만 일부 물질은 따로 측정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23년 전에 실시했던 환경영향평가 근거가 아직 유효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SK인천석유화학이 23년 전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근 주민들의 안전"이라며 "환경부는 주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대책마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23년 전인 지난 1990년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 근거해 4차례의 변경협의로 증축사업을 승인받아 공장 증설(파라자일렌 공장)을 하고 있으며 오는 2014년 4월 완공 예정이다. SK인천석유화학이 위치한 인천 서구 원창동 일대는 석남동, 신현동, 원창동, 가정동, 연희동, 경서동이 영향권 지역에 해당된다. 현재 약 24만명이 살고 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정환 사무국장은 “사고가 발생하면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유독물질임에도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어떤 상황인지 (구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