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는 비상시에 자동차처럼 길가에 세워두고 고칠 수 없다. 이 때문에 하늘에서 문제가 생기면 항공기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다른 어떤 교통수단 보다 안전규정이 엄격하다. 항공기 비행경로(항로)가 직선이 아닌 이유는 ‘이탑스(ETOPS)’라는 항공기 안전제한 규정 때문이다.
‘이탑스(ETOPS)’는 ‘Extended-range Twin-engine Operational Performance Standards’의 약어이다. 2개의 엔진이 달린 항공기가 비상시에 한 개의 엔진을 가지고 운항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산술적으로 생각해 보면 엔진 2개를 장착한 항공기보다 4개를 장착한 항공기가 더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항공기가 운항되는 실제상황에선 엔진 2개 항공기가 4개의 항공기보다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엔진의 신뢰성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엔진이 3개 또는 4개인 항공기는 이 ETOPS 규정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엔진 하나가 기능을 상실해도 나머지 2~3개의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상황에서 3~4개의 엔진 중에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비상착륙을 하기 때문에 엔진 2개인 항공기와 같은 제한 사항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ETOPS 제한은 바다 때문에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비행기는 이 지구상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지만 항공기 엔진이 이상이 생기는 경우 즉각 비상사태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 나머지 엔진이 무사히 작동하는 동안 가장 가까이 있는 공항으로 비상 착륙을 해야 한다. 문제는 공항은 섬이나 육지에만 있다는 것. 그래서 비행기는 육지 공항에 있는 주변 상공으로 날아야 한다. 그래야만 비행기 엔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인근 공항으로 비상 착륙을 할 수 있다.
항로를 구성할 때 직선으로 만들면 가장 최단거리로 날아가는 항로를 만들 수 있지만 이런 안전규정 때문에 운항 중에 주변에 비상 착륙할 공항이 있는 지를 염두에 두고 항로를 구성해야 한다.

엔진 하나로 60분 비행이 가능하다고 인정받은 항공기는 주변공항 60분 이내 도달 할 수 있는 공항을 기준하여 항로를 구성하게 된다. 실제로 엔진 하나로 비행할 수 있는 실제능력은 이것도 보다 훨씬 길지만 안정을 위하여 60분으로 제한한 것이다. 만약에 항공기가 바다를 횡단하는 경우 주변공항이 60분 거리 이상이면 엔진 하나로 비행시간이 긴 항공기를 투입하거나 4발 엔진 대형 항공기를 투입해야 운항 허가가 나온다.
ETOPS 시간이 120분, 180분 비행이 가능한 항공기의 경우 60분 경우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날아 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항공기를 보유하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이 엔진이 3~4개 달린 항공기를 투입할 수 밖에 없다.

요즈음은 엔진이 3개 또는 4개 달린 항공기보다 2개인 항공기가 대세이다. 항공사들은 고유가 시대인 요즘 연료 효율성이 좋은 쌍발 엔진 항공기를 선호하는 추세이다. 대한항공은 B747과 A380을 뺀 나머지 기종이 모두 쌍발 엔진 항공기다.
보잉사의 최신 쌍발 엔진 B787 기종은 엔진 하나로도 5시간 30분을 비행할 수 있다. 이 기종의 ETOPS 회항 시간은 3시간이며 이를 5시간 30분까지 늘려 승인 받으면 사실상 지구 위의 어느 지점이든 이을 수 있어 새 항로 수백 개가 만들어지게 된다.
기술의 진보는 더 안전하고 직선화된 항로를 만들고 있지만 항공기 테러나 조종사의 실수 등 고의적 추락사고의 위험성은 더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 약간 아이러니하다.
조형식 PLM지식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