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시드릴의 파산 가능성이 높지 않고, 최악의 경우 파산하더라도 당장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6일 “시드릴이 저유가에 따른 자금난으로 파산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시드릴은 글로벌 석유업체를 대신해 심해 석유를 전문적으로 탐사하는 회사로 글로벌 업계순위 5~6위에 해당하는 업체다.
8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시드릴은 최근 현지 채권단과 80억 달러(약 9조1600억원)에 이르는 채무 만기연장과 최소 10억 달러(1조1400억원) 이상의 신규 자금조달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에 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전부터 지속된 유가폭락과 해양시추 업황 악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파산가능성이 제기돼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
협상이 실패할 경우 시드릴은 챕터11 파산보호 신청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부채상환이 당장은 어렵지만 법원이 시간을 주면 구조조정안을 마련해 부채도 갚고 회사를 살릴테니 파산을 막아달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드릴이 발주한 해양플랜트를 건조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3월 시드릴에 드릴십 2기를 인도할 예정인데 전체 대금 10억4000만 달러(1조1900억원) 중 선수금으로 30%만 받은 상태다. 70%를 못받을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삼성중공업 측은 3월 인도 예정 드릴십의 인도 연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만약 인도 연기가 현실화된다면 잔금을 빠르게 회수할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 50여척의 선박 인도계획을 짜놓고 있어 시드릴 건을 제외해도 유동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시드릴은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해양시추설비 수주계약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유호승 기자 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