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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현판 바꿔 단 동부제철 대리점…새로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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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현판 바꿔 단 동부제철 대리점…새로운 동행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동부제철은 제품 가격이 급락하는데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파트너인 대리점(스틸서비스센터)와 일본을 동행했다.

이번 출장은 선진화 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경쟁력을 높이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일본을 행선지로 택한 이유는 메이커-유통 간의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또 잃어버린 10년 등의 장기침체를 겪고 현재는 성숙화 혹은 최적화 시스템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그 과도기에 있다.
이들의 동행은 대리점의 요청으로 시작됐다는 데 더 의미가 있다.

동부제철에는 중국산 수입에 대해 경계 혹은 위기감이 매우 높아져 있다. 국내 아연도 컬러 등 건재 시장에서 점유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산의 시장 잠식은 메이커인 동부제철만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이제는 대리점의 미래와도 직결된다는 위기감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동부제철과 대리점들이 출장을 계기로 세운 목표는 위너(winner)가 되자는 것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윈-윈(win-win)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법은 늘 그렇듯 “경쟁력 향상”으로 결론이 났다. 중국산에 대한, 국내 경쟁사들에 대한 차별화 전략이다.

동부제철이 가격으로만 승부를 볼 수 있을까. 냉연사업부 중역은 중국에 예속화되는 시장에서 가격만을 우선에 두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철강을 매개로한 물류 운송 에너지 등의 밸류체인(value chain)들을 하나의 사이클로 선순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의 시작은 대리점들이 어떻게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냐에 뒀다. 분명 가슴 뛸 만한 기대감을 부르는 접근이다. 한편으로는 좋은 의도가 악용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도 된다.

일본 출장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동부제철 해당 팀에는 하반기 중장기 전략보고서 작성 등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런데 귀국 하루 뒤에 먼저 실행된 것은 대리점 투어였다. 대리점들의 현판을 바꿔 달아주기 위해서다. 동부제철의 디자인실장이 직접 도안을 만들어냈다.

낡아서 구부러지고 ‘동부제철 대리점’이라는 문구도 희미해져 버린 현판이 신장개업을 한 음식점마냥 말끔해졌다. 동부제철의 대리점에 대한 구애다. 신뢰를 회복하고 같이 달려보자는 적극적인 제안이기도 하다.

이번 현판 바꾸기는 동부제철-대리점의 동행의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공통의 문제의식과 목표, 메이커와 대리점의 신수요 창출, 투자제안 및 협력 추진, 메이커의 고객지향적 정책, 대리점의 신뢰와 협력 등은 양측의 관계를 <패밀리> 차원으로 높이게 된다. 창의적인 비즈니스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길을 내고 있는 현재, 업계에는 아직까지도 철강메이커의 일방적인 가격 통보가 이뤄지고 있다. 메이커가 유통에 전달하는 정보와 전망은 아전인수격이다. 메이커에 유통 전문가가 없다는 세간의 비판은 그저 불만이 아닌 현실이다.

요즘은 시장이 너무 좋지 않아 가격 인하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메이커는 아무도 알 수 원가부담이 높다라는 말로 유통과의 협상마저 용납하지 않는다. 사실 협상이라는 단어도 없다.

메이커와 유통 관계에 대한 고민은 그 시작점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됐다. 채권단 관리에 있는 동부제철은 전기로 헐값 매각 뉴스에 기운이 빠지고 미래를 위한 투자도 사실 묶여 있다. 동부제철의 새로운 도전이 업계에 좋은 사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