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형 고급 중형 세단 '파사트 GT'
파사트는 지난 1973년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약 2200만대가 팔린 인기 모델이다. 파사트는 유럽형과 미국형 두 가지 모델로 전 세계에 판매된다. 그동안 국내에는 미국형 파사트만 들어왔고, 올해 처음으로 유럽형 파사트가 소개됐다.
폭스바겐코리아 스테판 크랩 사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미국형·유럽형 파사트를 동시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고급 승용차를 선호하는 고객에 맞춘 유럽형 파사트와 가격 경쟁력이 높은 미국형 파사트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스테판 크랩 사장은 파사트 GT는 미국형 파사트와 이름만 공유할 뿐 완전히 다른 차라고 설명했다. 기존 파사트의 후속 모델이 아닌 유럽형 고급 중형 세단으로 벤츠·BMW 중형 세단과 견줄 만한 상대라고 했다.
▲ '널찍한 공간' 가족용 세단에 제격
파사트 GT 몸집은 국내 중형차인 현대차 소나타와 기아차 K5보다 작다. 길이 4765mm인 파사트 GT는 4855mm인 소나타와 K5보다 90mm 짧다. 너비 1830mm, 높이 1460mm, 축간거리 2786mm로 모든 면에서 더 작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현대차 그랜저 버금가는 공간을 갖췄다.
파사트 라인업 최초로 폭스바겐의 가로 배치 엔진용 생산 모듈 'MQB 플랫폼'을 파사트 GT에 적용해 전체 길이를 줄이고 실내를 넓힌 것이다. 특히 축간거리는 이전 모델보다 74mm 늘였는데 뒷좌석 공간을 40mm 확장해 가족용 세단에 제격인 내부를 갖췄다. 다만 시승 차는 '4motion' 네 바퀴 굴림의 사륜구동이라 센터 터널이 치솟아 있어 뒷좌석 가운데 앉아 발을 내려놓기에는 불편하다.
트렁크도 크다. 용량은 582ℓ로 골프 가방 4개는 거뜬히 들어간다. 뒷좌석을 접으면 1152ℓ로 두 배 가까이 커진다. 뒷좌석에서도 트렁크에 실은 짐을 꺼낼 수 있게 시트가 열려 실용적이다.
▲ 클래식과 구식의 교집합 '디자인'
파사트 GT 디자인은 참신한 변화는 없었다. 차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본다면 폭스바겐 차량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폭스바겐 전통적인 디자인 특징인 직선을 더욱 반듯하게 살렸다. 전면 그릴부터 주간 주행등까지 선으로 연결했다. 수평한 선은 차체를 낮고, 날렵한 인상을 심어준다.
인테리어도 선을 강조했다. 센터페시아 송풍구 중앙과 옆면을 연결해 깔끔하다. 바로 아래 나무 느낌의 장식을 센터페시아부터 문까지 쭉 이어지게 만들어 균형감을 줬다.
아쉬운 점도 남는다. 수납함 대부분은 크기가 작다. 선글라스를 넣을 수 있는 루프 포켓이 없다. 12V 잭 연결구는 두 군데 있는 데 반해, USB 잭 연결구는 한 군데뿐이다. 그것도 운전석 팔걸이 콘솔 안에 숨어 있다. 기어 노브 옆 텅 빈 버튼들이 있다. 파사트 GT를 국내로 들여오면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몇 가지 기능을 뺀 것으로 추측된다.
▲ 실력 발휘하는 파사트 GT '구동력'
GT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의 약자로 장거리 운전을 목적으로 설계된 고성능 자동차를 의미한다. 파사트 GT는 2.0ℓ 디젤 직분사 엔진과 듀얼클러치의 정석으로 불리는 6단 DSG 자동변속기 미션을 결합했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m의 힘은 모자람이 없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속 시원하게 바로 출발했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때는 거침없이 속도를 높이며 고성능을 발산했다. 시승 시 성인 4명이 타고 있었지만 파사트 GT는 힘든 내색없이 가뿐하게 움직였다. 시트 위치가 낮아 고속에서도 편안했고 차체의 흔들림도 적었다. 저속에서는 디젤 엔진 특유의 걸걸한 소리가 들렸지만, 시속 30km 이상부터는 조용한 편이었다.
높은 연비도 파사트 GT의 강점이다. 총 100km 가까이 서울 시내를 주행했고, 정체 구간이 많아 브레이크 페달을 자주 밟았음에도 평균 연비 12.3㎞/ℓ를 기록했다. 파사트 GT의 공인 복합 연비는 13.6㎞/ℓ, 도심 12.3㎞/ℓ, 고속도로 15.7㎞/ℓ다.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 '끼어들기' 속수무책
파사트 GT 광고에서 특히 강조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 막히는 도로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인식해 출발과 멈춤을 알아서 해주는 기능이다. 서울 올림픽공원 주변 도로부터 강변북로까지 여러 번 작동해봤다.
직선 도로에서 차 간 거리를 잘 유지하며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도움은 됐다. 그러나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인지하지 못했다. 다른 보조 장치들을 사용할 때도 끼어드는 차량에 대해선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파사트 GT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속도와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차선을 인지해 운전대를 조작하고 달리고 멈추기를 반복하는 기능이다. 곡선 구간에서 차선을 인지해 운전대를 조절하며 잘 따라가는 경우도 있는 반면 직진을 하기도 했다. 보조는 보조일 뿐이다.
▲ 파사트 GT 판매 '호조세'…가격 할인 관건
파사트 GT의 판매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파사트 GT 판매량은 고객 인도가 시작된 지난 3월 426대, 지난달 698대로 늘었다. 아직 전성기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상승 곡선을 이어가는 중이다.
파사트 GT는 전륜구동 모델인 2.0 TDI, 2.0 TDI 프리미엄, 2.0 TDI 프레스티지와 사륜구동 모델인 2.0 TDI 4motion 총 네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4320만원~5290만원으로 체감 가격은 높은 편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대대적인 가격 할인 등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 각종 할인이 더해지면 파사트 GT를 최대 1000만원 저렴하게 살 수 있어 그랜저 수준과 비슷해진다. 파사트 GT의 판매량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며 이는 폭스바겐코리아 전체 판매량 상승에도 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폭스바겐코리아의 신뢰 회복을 논하는 것은 성급하다. 떠난 사람의 마음을 돌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법.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폭스바겐코리아의 사과와 향후 대처가 진정성이 있었는지 판단할 일이다.
정흥수 기자 wjdgmdtn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