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입 하이브리드 시장의 90% 이상은 일본 자동차가 차지한다. 일찌감치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나선 일본 자동차의 기술력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까닭이다.
도요타, 렉서스가 주도하는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로 혼다가 도약할 수 있을지 리얼시승기가 만나봤다.
시승 차량은 상위 트림인 투어링 모델이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핵심은 연비인 만큼 이날 시승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폈다.
경기도 가평 마이다스 호텔에서 출발해 강원도 춘천을 오가며 왕복 75km를 달렸다. 시승 구간은 북한강을 따라 이어진 국도. 험난한 도로는 없지만, 굴곡이 심한 곡선 도로가 잦고 오르막길과 내리막 길이 더러 있는 곳이다.
평균 연비는 시동을 켤 때 16.6km/ℓ, 시승을 마쳤을 때는 17.8m/ℓ를 기록했다. 실연비가 높은 편이다.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을 수시로 밟고 운전을 했음에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공인 연비는 복합 18.9km/ℓ(고속 18.7km/ℓ, 도심 19.2 km/ℓ). 경쟁차인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복합 16.7㎞/ℓ(고속 16.7㎞/ℓ, 도심 17.1㎞/ℓ)보다 높다.
▲ 성능, 승차감, 정숙함은 딱 중형 세단
시속 50㎞를 넘기 전까진 전기 모터로 달린다. 정말 조용했다. 그렇다고 힘이 모자라지 않는다. 2.0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의 힘이 더해진 출력은 215마력, 부족함이 없다.
어느 시점에 엔진이 개입하는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속도가 올라도 정숙함을 유지한다. 단단한 승차감과 하체를 잡아주는 묵직함이 돋보인다.
일반, EV, 스포츠 세 가지 주행 모드가 있다. 스포츠 모드로 달리면 엔진 사운드가 과하게 들리는 편이다. 운전의 재미를 더한 혼다의 노력이 엿보이지만, 스포츠라 명하기엔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이다.
패들 시프트는 엔진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4단계까지 감속할 수 있는데 가속 상태에서 작동한다. 내리막길이나 곡선 구간에서 사용하면 따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속도가 줄어들어 편했다.
간혹 하이브리드 차를 타면 고효율 연비를 위해 가볍게 만들어 깡통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그렇지 않다. 중형 세단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휠베이스를 기존보다 늘려 뒷좌석이 여유롭다. 배터리 위치를 기존 트렁크에서 뒷좌석 아래로 옮겨 넓은 적재 공간을 확보해 패밀리 세단으로 적합하다.
▲ 친환경 티 내는 '초록' 디자인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은 디자인에 초록색과 파란색을 주로 사용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도 다르지 않다.
앞뒤 램프에 파란색 커버를 사용했고, 곳곳에 ‘hybrid’가 새겨진 것 외에 가솔린 모델과 디자인에서 차별점은 없다.
내부 계기반은 하이브리드 전용 그래픽을 적용했다. 분당 회전수를 알려주는 게이지는 없고, 가속페달을 밟는 양과 배터리가 충전 중인지 알려준다.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 단번에 파악하기 복잡하다.
▲ 300만원 낮은 'EX-L' 안전편의사양 대거 빠져
어코드 하이브리드 판매 가격은 상위 트림 투어링 4540만원, 하위 트림 EX-L 4240만원이다. 300만원 차이로 안전 편의 사양이 대거 빠져있다.
EX-L이 하위 모델이지만, 4240만원이라는 가격은 결코 저가가 아니다. 특히, 혼다 센싱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없어 아쉽다.
투어링에만 있는 혼다 센싱은 혼다가 자랑하는 안전 편의 사양이다.
전면 그릴 하단에 있는 레이더와 카메라를 통해 외부 상황을 인지하고 물체의 크기를 감지해 사고 예방과 운전을 돕는다. 자동 감응식 정속 장치, 저속 추종 장치, 차선 유지 보조, 추돌 경감 제동, 차선 이탈 경감 시스템 등이 있다.
주행 환경에 맞게 감쇠력을 조정하는 어댑티브 댐퍼 시스템도 투어링에만 있다. 차체 흔들림을 최소화하고 진동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 편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레인 와치 시스템도 투어링에만 있는데 오른쪽 사이드미러에 달린 카메라가 비추는 상황을 디스플레이에 보여준다. 우측 사각지대 상황을 보여주는 기능이며 좌측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외에도 헤드업 디스플레이, 운전석 메모리 시트, 오토 폴딩 도어 미러, 전방 주차 보조 시스템, 전 좌석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가 투어링에만 있다. 자동으로 미러를 접어주는 기능마저 EX-L에 없다.
경쟁 모델인 캠리 하이브리드는 4250만원 단일 모델만 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EX-L보다 10만원 높지만 도요타의 안전 시스템인 세이프티 센스를 기본 적용했다. 차선 이탈 경고,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 오토매틱 하이빔 등이 있다.
신형 어코드의 시장 반응은 좋은 편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신형 어코드의 사전 계약을 약 1000대 가까이 마쳤다"며 "하반기 유가 상승이 예상되면서 하이브리드 세단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흥수 기자 wjdgmdtn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