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스 오버랜드가 1963년 이 사륜 군용 차량을 ‘지프’라고 명명하면서 지프는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전략 브랜드이자, 4륜구동을 일컫는 고유명사가 됐다.
이중 랭글러 언리미티드 오버랜드를 최근 만났다.
당시 만난 랭글러가 자주색 2도어 모델인 반면, 이번 오버랜드는 4도어이다. 최근 가족 나들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운전자를 배려한 것이다.
아울러 검은색 차체가 오프로드 전용이라는 강렬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외관 디자인은 2도어와 큰 차이가 없다. 전면에 7개 슬롯 라디에이터그릴이 지프임을 말하고 있고, 양옆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CD) 헤드라이트가 전면에 강한 인상을 대변하고 있다.
여기에 휀다에 자리한 방향지시등이 새롭다. 체중 100㎞의 성인이 올라가도 끄떡없는 전면 범퍼와 범퍼 좌우측에 자리한 안개 등은 지프의 개성을 강조하고 있다.
측면 디자인은 깔끔하다. 다만, 앞 도어 하단에 오버랜드 뱃지와 진공증착한 JEEP로고가 부착됐고, 그 아래 랭글러와 언리미티트의 영문자가 종전처럼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차체 후면도 지프의 DNA(유전자)를 계승했다. 트렁크 도어에 탑재된 지프 로고가 새겨진 여분의 타이어 보관함이 오버랜드에도 있다는 뜻이다. 사각형의 후미등 역시 입체감을 살렸지만, 레니게이드가 갖고 있는 ‘X’는 빠졌다.
스마트 키로 도어를 열자, 확 바뀐 랭글러 오버랜드의 1열이 눈에 들어온다. 오버랜드로 부활한 새로워진 랭글러를 느끼기 위해 성급하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4월 출시 행사 당시 파블로 로쏘 사장이 “지프를 전면에 내세워 올해 1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말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아울러 종전 랭글러의 최고 트림인 사하라를 바탕으로 한 오버랜드가 진보된 안전 사양과 특별한 디자인 등을 추가해 야외와 도심의 삶에 최적화 됐다고 FCA가 강조해서 이기도 하다.
2.0 터보 가솔린 엔진이 조용하다. 최근(올해 1분기 1355원) 상대적인 저유가(2012년 ℓ당 휘발유 가격 1986원)와 2015년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배기가스 조작사건) 등으로 디젤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지프의 선제적인 엔진 탑재 전략이다.
평일 차량이 많은 서울 강변북로를 잡았다. 빈틈에서 치고 나가는 오버랜드가 포유류 중에서 단거리를 가장 빨리 달리는 치타(최고 시속 110㎞k)를 닮았다는 느낌이다.
오버랜드는 중저속에서 빠른 응답성으로 2.0임에도 5초대의 제로백(1500rpm)을 찍었다. 이어 오버랜드는 자유로에서 다시 120㎞(1800rpm), 140㎞(2100rpm), 160㎞ (2400rpm), 180㎞(2700rpm)를 찍었다. 5초만이다.
6년 전 시승한 2도어 랭글러가 2.8 디젤 엔진을 장착해 다소 둔탁하던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이런게 혁신이라는 생각과 함께 로쏘 사장의 1만대 판매 목표가 ‘허언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지프는 올해 1∼4월 전년 동기보다 74.3% 급증한 3059대를 한국 시장에서 판매해 업계 8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수입차 평균 성장세가 마이너스 24.6%인 점을 감안하면 지프 성장세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파주 디스플레이 단지가 가까워 오자 차량이 다소 증가했다. 오버랜드가 질주 본능으로 속도를 높여 앞차와 간격을 좁히자 차량 스스로 충돌과 추돌 경보음과 함께 이를 계기판에 표시하고, 사각지대 차량진입 경보를 사이드 미러에 나타내면서 동시에 경보음을 낸다.
그때서야 차량 실내를 살핀다.
레니게이드와 마찬가지로 오버랜드 역시 계기판에 많은 차량 정보를 담고 있다. 내비게이션 길안내를 계기판에 구현했고, 좁은 대시보드, 절벽형 센터페시아가 여전하다.
이곳에 자리한 입체형 계기판과 1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등이 인테리어에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파주 출판단지 진입로를 지나 가속 폐달을 깊숙이 밟았다. 오버랜드는 고속에서도 즉답성을 보이며 200㎞(3000rpm)에 도달했다.
2.0 4기통 터보 엔진이 최고 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m를 구현했기에 가능하다. 예전 3.6 엔진이 최고 출력 284마력, 35.4㎏·m를 냈던 점과 비교하면 혁신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러면서도 오버랜드는 잦은 회전구간에서도 전혀 속도에 밀리지 않는 정교한 모습이다. 이륜 구동에서 이다.
변속기 왼쪽에 자리한 구동 변환 레버를 4륜 자동으로 놓자 바퀴굴림 소음이 다소 2륜보다 커졌지만, 귀에 거슬리지는 정도는 아니다. 이어 레버를 오른쪽으로 밀자 파트타임 4륜구동이다. 이륜과 마찬가지로 주행이 경쾌해지면서 네 바퀴가 지면을 꽉움켜 쥔다.
고속에서 변속기를 수동모드로 놓고 2륜과 4륜을 경험했다. 큰 차이가 없다. 6년 전 랭글러의 2륜과 4륜 선택이 조그셔틀로 다소 불편함 점을 개선한 것으로, 조작성이 수월해 졌다.
당시 강원도의 눈 쌓인 산길을 달리면서 느꼈던 안정감을 다시 느꼈다고 할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예전 수동 변속기에 대한 향수를 가진 운전자가 오버랜드와 함께 하면 손맛을 두배로 느낄 수 있다. 수동과 자동 변속에서, 2륜과 4륜, 4륜 저속 등의 구동 변환에서 손맛을 느끼는 게 오버랜드의 가장 큰 운전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파주에 도착해 오프로드를 달렸다. 4륜 저속에서 오버랜드는 거친 자갈길을 안정적으로 질주했다. 오버랜드가 18인치 알로이 휠에 폭 255㎜, 편평비 70%의 적재 중량 113(1150㎏), 속도기호 T(190㎞)의 브리지스톤 타이어를 장착한 것도 이 같은 주행 성능을 뒷받침 하고 있다.
오버랜드로 4륜 오토나 4륜 파트타임으로 달리다, 신호 대기 등으로 정차 후 다시 출발 할 경우에는 반드시 2륜이나 4륜 저속으로 변환해야 한다. 차량이 쿨럭쿨럭 하면서 나가지 않는다. 주행 중 4륜 저속으로 변환은 안된다.
오프로드에 차를 멈추고 외관을 찬찬히 살폈다. 1열 지붕은 4개, 모두 8개의 레버를 제치면 개폐 가능하다.
이전 모델보다 개폐가 수월해졌지만, 2열은 장비가 있어야 개폐할 수 있다. 최근 디지털 시대에 다소 뒤떨어진 부분일 수도 있지만, 지프가 야외 활동을 즐기는 아날로그적인 삶에 최적화된 차량임을 고려하면 오히려 매력적인 부분이다.
오버랜드의 가장 큰 매력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합이랄까?
그러면서도 오버랜드는 오토 스탑 앤 스타트 기능을 기본으로 지니면서 환경과 연비 개선을 모두 충족한다.
시승 중 오밴드의 연비는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으로 ℓ당 9.6㎞를 기록했다. 이는 국토부 승인 9㎞/ℓ(5등급)보다 높은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3g/㎞로 국산 중형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오버랜드가 야외 활동을 위한 전용 차량인 만큼 적재공간도 우수하다. 끈을 당겨 2열을 모두 접고, 일반 챠량의 스페어 타이어 적재 공간까지 활용할 경우 오버랜드의 적재공간은 2000ℓ에 육박한다.
경쟁 차량은 1열 좌석이 뒤쪽으로 위치하면 2열을 접을 때 2열 헤드 레스트가 1열 등받이에 걸린다. 헤드레스트를 빼거나 1열을 앞으로 당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오버랜드는 끈을 당기면 헤드레스트역시 자동으로 접어진다.
기존 랭글러가 편의사양이 부족한 차량이라는 지적을 다소 받았지만, 이번 오버랜드에서 이를 말끔히 일소했다. 아울러 중앙 콘솔함 뒤 송풍구를 적용해 2열 탑승객을 배려했다. 기존 차량의 경우 2열 탑승객은 1열에 위치한 송풍구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부족했다.
랭글러가 1987년 첫 선을 보인 이후, 1997년 2세대, 2007년 3세대 등 지프는 10년 주기로 혁신을 단행했다.
다만, 이번 4세대가 11년 만인 지난해 출시됐으니, 오버랜드 등 이번에 선보인 랭글러 6종의 완성도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부가가치세를 포한한 랭글러 오버랜드 언리미티드 가격은 6140만 원이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