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대표이사 허성중)은 올초 닛산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형 엑스트레일을 국내에 들여왔다. 엑스트레일은 2.0 중형과 2.2 준대형, 3.0 대형 사이에서 가족 SUV를 찾는 고객을 위한 특화 모델이다.
닛산의 최첨단 안전편의 사양과 탁월한 공간 활용성을 지닌 닛산의 신형 엑스트레일을 타고 지난 주말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달렸다.
서울 테헤란로에서 만난 엑스트레일의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에 크롬 재질의 큼지막한 V자 모양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닛산의 패밀리룩이다.
스마트키로 도어를 열고 살핀 1열 역시 트렌드에 충실하다. 고급스러움과 단순미를 살릴 것이다. 포뮬러(F)1 머신을 떠올리게 하는 무중력 시트에 앉았다. 닛산은 자사의 고급 차량 이를 적용해 탑승객의 장거리 여행에 신체 피로를 덜어준다.
시트가 앞선 탑승자의 체형을 기억하고 있어 시트 위치를 조정하고, 시동을 걸었다.
2.5 가솔린 엔진음이 조용하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미국은 디젤차의 무덤으로 통한다.
다만, 2010년대 BMW가 디젤 세단을 한국에 출시하면서 디젤 승용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배기가스 조작사건)로 현재 디젤 엔진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여전히 국내외산 SUV에 디젤 엔진이 실리고 있기는 하지만, 닛산을 비롯해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가솔린 엔진을 고집하고 있다. 디젤 엔진이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주말이라 상습 지정체 구간인 서울 테헤란로 교통이 원활하다. 종종 차량 좌우축 후면부 사각지대에 차량이 들어오자 사이드 미러 안쪽에 상대적으로 큰 주황색 불이 켜진다. 경쟁 업체들이 미러 위에 작은 표시로 두대의 차량을 표시하면서 사각지대를 경고하지만, 닛산은 더 직관적이면서 시인성을 높였다.
잠실종합운동장을 왼쪽 뒤로하고 올림픽대로를 잡았다. 차량이 드물어 가속 페달에 힘을 실자 엑스트레일은 시속 100㎞(1500rpm) 8초 만에 다다른다.
엑스트레일의 2.5 가솔린 엔진이 최고 출력 172마력, 최대 토크 24.2㎏·m인 점을 고려하면 썩 나쁘지 않은 제로백이다.
엑스트레일이 차선을 벗어나자 차량 스스로 경고한다. 엑스트레일의 많은 안전편의 사양은 다른 닛산 모델과 마찬가지로 8인치 액정표시장치(LCD)와 계기판(클러스터)에 표시된다.
서울양양고속국도 시작점인 강일인터체인지(IC)에서 덕소삼패IC를 조금 지난 5㎞ 구간은 직선도로이다. 여기서 엑스트레일의 속도를 높이자 120㎞(1800rpm), 140㎞(2100rpm), 160㎞(240rpm)에 금세 다다른다. 엑스트레일은 중고속에서 치고 나가는 힘이 탁월하다.
고속 주행 중 운전석 왼쪽 아래 주행 모드를 S(스포츠)에 놓았다. 일반 주행보다는 주행 소음이 다소 있지만, 디젤 차량처럼 거슬리지는 않는다. 그러다 에코(ECO) 버튼을 누르자 엑스트레일은 차분해 진다.
운전석 왼쪽 아래는 운전대 난방 기능, 빗길 미끄럼 방지 기은, 4륜구동(WD) 잠금, 연료 주유구와 트렁크 열림 버튼, 차량 주변 감지 기능 버튼 등이 집중돼 있다. 엑스트레일에서는 관련 기능을 찾기 위해 여기 저기 살필 필요가 없다.
남양주요금소를 지나면 곡선구간과 터널이 자주 나온다. 이곳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엑스트레일은 180㎞(2700rpm), 200㎞(3000rpm)을 찍는다. 시속 100㎞에서 다시 100㎞로 올리는데 엑스트레일은 10초 정도 걸린다. 2.5 가솔린 엔진 성능을 감안하면 훌륭하다.
최근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에게 엑스트레일이 최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곡선 구간에서 엑스트레일은 후륜구동 차량의 경우 회전구간에서 속도에 밀려 운전대를 꺾기 전에 차량이 도로 바깥 쪽으로 향하는 현상(오버스티어링)이나 전륜구동 차량의 경우 회전 구간에서 속도에 밀려 운전대가 도로 안쪽으로 확 꺾이는 현상(언더스티어링)이 전혀 없다.
그만큼 닛산의 4WD 시스템의 주행 질감이 정교하다는 뜻이다. 코너링 시 바퀴에 걸리는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해 최적의 경로를 유지하는 인텔리전트 트래이스 컨트롤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엑스트레일은 차량의 전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긴급 제동을 통해 충돌을 방지해주는 인텔리전트 비상 브레이크도 지녔다.
D컷 스티어링휠 오른쪽 스포크에 있는 크루즈컨트롤 기능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지정체 구간에세 유용하다. 앞차와의 거리는 3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화도IC에서 서울양양고속국도를 뒤로 하고 모란공원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엑스트레일을 꼼꼼히 살폈다.
한적한 곳에 주차하기 위해 무단변속기를 후진에 놓자 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바닥을 향한다. 8인치 모니터에는 빠르고 정확한 길 안내를 위해 아틀란내비게이션이 실렸다.
계기판에 실시간 연비와 평균 연비가 나타난다. 아울러 네바퀴의 공기압이 표시돼 안전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타이어로 인한 교통사고는 공기압만 잘 관리해도 80%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대한타이어산업협회 설명이다.
엑스트레일의 시트는 뜨거운 바람에 민감한 고객을 위해 온방 기능이 적용됐다. 축거(휠베이스)가 2705㎜인 엑스트레일의 2열은 키 180㎝ 이상인 탑승객이 타도 레그룸이 넉넉하다.
여기에 2열 시트를 앞뒤 조정은 기본이고, 등받이 기울기도 조정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에도 큰 불편이 없다. 엑스트레일이 가족 차량으로 최적화 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트렁크를 보면 이 같은 생각은 확고해 진다. 기본 560ℓ의 적재공간은 2열을 접을 경우 2000ℓ로 확대돼 원룸이사도 가능하다. 여기에 템퍼러리 스페어타이어가 들어 있는 공간도 활용하면 엑스트레일의 적재 능력은 2200ℓ 이상이다. 트렁크는 발을 차는 동작만으로 열 수 있다.
기본 트렁크 공간을 바닥에 있는 패널을 이용해 다양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점도 엑스트레일의 장점이다.
루프레일을 이용라면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최근 많은 SUV가 루프레일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 사용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엑스트레일의 루프레일은 짐을 묶을 수 있도록 루프와 레일사이에 공간을 뒀다. 루프 뒤쪽 샤크테일은 호불호가 갈린다.
차량 후면부와 측면부는 평이하다. 차체 하단에 크롬 재질의 몰딩을 가졌고, 배기구가 사라졌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측면부에 19인치 휠에 폭 225㎜, 편평비 55%, 99(775㎏ 탑재 가능)H(210㎞로 주행 가능)의 타이가 인상적이다.
전면 디자인은 심한 굴곡으로 미래 지향적이다. 여느 SUV와는 다른 디자인을 구현했으며, 엔진룸에 있는 2.5 가솔린 엔진은 연비 10.6㎞/ℓ(4등급)으로 나쁘지 않다.
닛산 엑스트레일 4WD 테크의 가격은 4120만원으로 가성비가 탁월하다. 엑스트레일이 2015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닛산 브랜드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이유이다. 게다가 엑스트레일은 2016년과 201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에 오르기도 했다.
허성중 대표는 “엑스트레일은 닛산의 86년 기술 노하우가 함축된 대표 모델이자 세계적인 인기 차량”이라며 “한국 고객은 엑스트레일로 닛산의 차별화된 가치를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