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신형 K5는 주행질감, 성능, 안전편의 사양 등에서 인기 수입차인 벤츠 C클래스, 아우디 A시리즈, BMW 5시리즈, 볼보 S60 등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 모델보다 더 우수하다는 게 신형 K5 1.6 가솔린 터보를 타고 얻은 결론이다. 신형 K5의 가성비가 ‘갑’인 것이다.
서울 광장동에서 출발해 외곽순환고속국도를 잡았다. 평일이라 교통흐름이 원활하다. 1.6 터보의 가속페달을 밟자 신형 K5는 5초 정도 응답성으로 1600rpm에서 제로백을 기록했다.
이어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자 1.6 가솔린 터보는 120㎞(1900rpm), 140㎞(2200rpm), 160㎞(2500rpm)에 빠르게 다다른다. K5 1.6 가솔린 터보는 180㎞(2800rpm)에 이어 200㎞(3100rpm)까지 10초 만에 다다른다.
기아차가 신형 K5를 젊은층이 선호하는 스포츠 세단 디자인으로 만들면서 주요 고객을 기존 중장년층에서 운전과 속도를 즐기는 밀레니얼세대(1980년∼1990년대 출생)로 재조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구매 예약 기간(11월 21일∼12월 11일) 30대 구매 비율은 53%(8480대)로 집계됐다. 이는 기아차의 방향 전환의 성공을 알리는 지표이자, 기아차가 내년 K5 국내 판매를 7만대로 잡은 이유이다.
기아차는 “여기에 20대 구매자를 포함하면 밀레니엄세대의 구매비율은 60%에 이른다”며 “신형 K5는 밀레니얼 세단”이라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외곽순환고속국도에 급회전 구간이 적어 시속 180㎞로 급추월을 시도했다. 신형 K5 1.6 가솔린 터보는 강력한 힘을 지닌 앞바퀴 굴림방식의 차량에서 자주 나타나는 언더스티러링 현상 없이 정교한 코너링과 핸들링으로 옆차선으로 치고 나갔다. 이어 옆차선에서도 K5 1.6 가솔린 터보는 빠르게 자세를 잡고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였다. 현대모비스가 200년대 상용화한 능동적 차체자세 제어장치(ESP)가 K5 1.6 가솔린 터보에도 기본으로 실려서 이다.
18인치 휠에 탑재된 폭 235㎜, 편평비 45%의 피렐리 타이어도 이 같은 주행 질감에 크게 기여한다. 네바퀴의 주행은 4륜 구동 느낌이다.
앞서 K5 1.6 가솔린 터보는 앞차와 간격이 좁아지자 추돌 경보를, 옆차로의 추월차와 사이를 좁히자 후측방 충돌 경보와 차로 이탈 경보 등을 각각 울리는 능동적으로 운전자의 안전을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신형 K5는 사각지대 경보, 후방 교차 충돌방지, 차로 유지 보조, 곡속도로 주행 보조, 안전 하차 보조, 후측방 모니터, 360도 뷰 모니터, 운전자 주의 경고, 9에어백 시스템 등 최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과 안전 편의 사양을 대거 기본으로 가졌다.
그러면서도 신형 K5의 제동 능력이 탁월하다. 시속 180㎞ 이상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금세 스르르 멈춘다. 2010년대 초 기아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서천당진고속국도 1차선을 시속 200㎞로 달리다 급하게 끼어드는 차량과 추돌을 피하기 위해 급브레이크를 밟자 차량이 요동치던 모습을 신형 K5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의 차량 제작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뜻이다.
신형 K5가 ‘모는 즐거움’을 주제로 한 스포츠 세단으로 새롭게 자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새 자유로 분기점이다. 이곳에서 서울 방향 자유로를 잡았다. 이 구간은 평일에도 항상 차량 흐름이 많은 곳이다. 운전하는 수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운전대 우측 버튼을 눌러 내비게이션 기반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했다.
최근 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수입차가 국내 도입되고는 있으나, 아직 베타 버전으로 곡선 구간이나 옆차로에서 끼어드는 차량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들 차량은 직선 구간에서만 우수한 자율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신형 K5는 다르다. 버튼을 눌러 시속 90㎞로 설정하고, 앞차와의 거리 조정을 4단계 가운데 가장 짧은 구간으로 선택했다. 교통 흐름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자 신형 K5는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한다. 이 같은 정확성은 곡선 구간에서도 마찬가지고, 옆차로에서 급하게 끼어드는 차량을 신형 K5는 잘 인식하고 브레이크를 스스로 밟는다.
굳이 비싼 가격을 주고 수입차를 탈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일부 고객들은 브랜드가 주는 ‘자부심’이 떨어진다고 주장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세계 5위 완성차 브랜드이다. 현대기아차는 해외에서 유력 수입차 브랜드로 통하고 있으며, 국내 수입차 1위인 독일 벤츠 역시 자국에서는 자부심이 떨어지는 국산차 브랜드일 뿐이다.
2010년대 초 현대모비스가 구현한 오토크르즈컨트롤(ACC)과 자율주행 성능을 확인한 이후 신형 K5의 오디오를 켰다. 소형이지만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해 음량이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한다.
차량을 자율주량에 맞기고 실내 여기 저기를 살폈다. 변속기는 R(후진)-N(중립)-D(주행)의 커다란 조그셔틀이다. 운전대 좌우측에 있는 날개로 자동변속기 조정이 가능하다. 수동변속기처럼 자동변속기를 즐길 수 있는 게 바로 신형 K5이다. 운전대 자율주향 기능 바로 위 ‘페이지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 주행 연비 등 차량 정보 사항이 나온다.
앞유리 헤드업디스플레이에는 좌우측 차선과 옆차로를 달리는 차량과 각종 교통 정보가 표시된다. 아울러 추돌 경보와 차선이탈 경보, 사각지대 경보 등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인테리어는 검은색 강화 플라스틱과 크롬, 원목 재질이 대거 조화를 이루면서 고급감을 한껏 살렸다. 신형 K5가 BMW 최고급 세단 7시리즈에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센터페시아 변속기 상단과 그 옆 버튼식 등 엔진과 주차브레이크는 모두 3개가 있으며, 최근 극성인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신형 K5는 공기청정기능도 기본으로 갖췄다.
신형 K5의 오토홀드 기능을 작동하면 지정체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12.3인치 대화면 계기판과 10.25인치 모니터는 “에어컨 켜줘” “창문 열어줘” 등 음성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신형 K5 가솔린 1.6 터보 가격은 2430만원부터 3141만원이며, 전체 트림 가격은 2351만원부터 3335만원이다.
기아차 박한우 사장은 “신형 K5는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야심작”이라면서도 “확 젊어진 신형 K5는 기아차의 새로운 도약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아차의 세단 브랜드 K시리즈는 아우디폭스바겐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의 첫 작품이다. 그는 2009년 대형 K7에 이어 2010년 K5, 2012년 소형 ㅏ3와 초대형 K9 등을 디자인 하면서 호랑이 얼굴을 형상화한 라디에이터그릴(슈라이어라인)을 패밀리룩으로 적용했다. 이중 종전 옵티마의 후속인 K5는 출시 당시 구매 계약 후 3∼4개월을 기다려야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K5는 현재 해외 일부 지역에서는 옵티마로 팔리고 있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