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한국이 그동안 '갑(甲)'의 위치에 있는 GTT로부터 '기술 독립'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LNG운반선 건조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LNG운반선의 LNG화물창 원천기술은 GTT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조선업계는 그간 GTT에 로열티를 지급해왔다.
◇한국 조선업계, 수십년간 불이익 당해
로열티는 LNG운반선 1척 선가 2000억 원의 5%인 100억 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 20여 년간 한국 조선업계가 지불해온 로열티는 모두 40억 달러(약 4조42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화물창 기술을 선박에 적용할 때 마다 GTT 기술이 자주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를 대부분 한국 조선업계가 알아서 해결했다”며 “GTT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법적 우월성을 내세워 한국 조선업계에서 제공받은 솔루션을 자신들이 개발한 것처럼 포장해 선주들에게 홍보해왔다”고 말한다.
사실상 GTT 첨단 기술 대부분은 한국 조선업계의 피땀이 스며들어 있는 셈이다.
또한 LNG운반선을 건조할 때마다 GTT가 '간섭 행위'를 해 선박 건조기간이 2년 3개월(27개월)에 이르는 긴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선박 건조기간이 7~10개월 걸리지만 LNG운반선 건조는 2년이 넘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GTT로부터 기술 독립이 가능하다면 로열티 감소와 건조기간 단축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LNG화물창 기술' 개발 쾌거...건조사례 많지 않아 국제적 신뢰 구축 절실
한국은 LNG화물창 기술독립을 위해 그동안 한국도시공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이 힘을 합쳐 국산 저장탱크 기술 'KC-1'을 개발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KC-1 기술을 SK해운 'SK 세레니티(Serenity)호'와 'SK 스피카(Spica)호'에 적용해 2018년 2, 3월 각각 인도했다.
그러나 SK 세레니티 호는 화물창 내부경계공간에 미량의 가스가 나오는 것으로 감지됐으며 화물창 외벽 일부에 결빙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NG화물창 기술이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SK 스피카호도 내부경계공간의 이슬점이 상온으로 측정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결국 두 LNG운반선은 운항을 중단하고 수리에 들어가는 상황을 맞았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KC-1이 적용된 선박 가운데 대한해운이 운용 중인 제주 LNG 1, 2호선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KC-1의 안정성이 완벽하게 검증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선주들에게 적극적으로 KC-1기술을 어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KC-1의 안전성을 강조하기에는 아직 이를 활용한 선박 건조 실적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KC-1을 활용한 LNG운반선 건조 과정과 GTT 기술을 활용한 LNG운반선 건조 과정은 크게 다르다"며 "KC-1을 LNG운반선에 적용하려면 야드(작업장) 내 장비, 인력 투입 과정, 새롭게 장착된 설비 테스트 등 여러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에 따라 조선사는 KC-1을 통한 LNG운반선 건조를 주저하고 있으며 해외선주들이 KC-1 기술을 기반으로 선박을 발주하기에는 쉽지 않다"며 "결국 KC-1이 적용된 LNG운반선 건조를 늘리기 위해 정부, 가스공사 등 공공기관 발주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월부터 한국가스공사, KC-1 기술을 보유한 KLT, 그리고 조선 3사는 LNG화물창 기술 후속모델 ' KC-2' 개발에 본격 돌입했다. 특수목접법인 KLT는 한국가스공사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이 2016년 세운 합작투자회사다
이 프로젝트에는 2022년 말까지 연구비 약 104억 원이 투입되며 이 가운데 정부 출연금은 38억8000만 원 규모 정도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