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은 선박을 추가 확보하기 어려운 여건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긴급한 대미 수출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30일 저녁 부산항을 출항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엔젤레스로 향하는 5번째 임시선박 ‘HMM 인테그랄(Integral)호’를 투입한다. 이 선박은 4600TEU 급으로 알려졌다. TEU는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뜻하는 단위다.
◇ 해상 물동량 늘어 선박 확보 쉽지 않은 상황
현재 세계 해운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상반기에 위축됐던 해상 물동량이 하반기부터 급증해 선박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박스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프랑스 해운시황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세계 미운항선박율이 지난 5월말 역대 최대치인 11.6%까지 증가한 후 11월 현재는 역대 최저치인 1.5%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선박 고장, 수리 등으로 운항이 불가능한 선박 외에는 모든 선박이 항로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선박을 임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 HMM, 선박 재배치 통해 임시선박 확보
이러한 여건에서 미주항로에 임시선박을 투입하려면 HMM이 기존 노선에 투입 중인 선박을 재배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박이 기존에 배치된 노선을 공동운항하는 선사들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합의가 쉽지 않다. 또 기존 노선을 이용하던 화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노선에서 소규모 선박 등을 재배치해야 한다. 결국 단 한 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하기 위해 선사가 운영하는 100척에 가까운 선박의 모든 기항 일정, 항로 계획, 하역 순서 등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또한 선박 일정이 바뀌면 기항하는 항만과의 일정 재협의도 필요해 화물이 제 시간에 선적되지 못하고 화물 보관과 관리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지만 HMM은 국적선사의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임시선박을 확보해 미주 노선에 지속 투입 중이다.
◇ 국적선사 덕택에 중견‧중소기업 숨통 트여
지속적인 임시선박 투입은 대미 수출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에 큰 힘이 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장기운송계약 비중이 낮아 상대적으로 선적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출항하는 인테그랄호에 선적된 총 3880TEU 화물 가운데 약 64%의 물량이 중견·중소기업 화물로 채워졌다. 이 화물들은 임시선박이 없었으면 최소 1개월 이상 수출이 지연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임시 선박 투입에 힘입어 수출 일정이 계약한 대로 이뤄져 화주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선적된 화물 중에는 공기청정기, 면역력 증강제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관심이 높아진 국산 마스크, 손세정제 등 K-방역용품 150TEU가 포함돼 있다. 또한 함께 선적된 자동차 부품 1000TEU는 미국 내 3대 자동차 생산시설 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납품될 예정이다.
HMM 임시선박에 수출화물을 선적한 기업들도 고무적인 모습이다.
A식품회사는 “HMM의 임시선박 투입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던 수출화물을 차질 없이 수출해 월 매출 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 밝혔으며 B화학제품 업체는 “하반기 수출계약이 급증했으나 선적공간 부족으로 수출이 최소될 위기를 맞았지만 HMM 임시선박에 계약된 물량을 모두 선적해 해외 바이어와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해왔다.
HMM은 12월에도 8일에는 4600TEU 급 선박, 월말에는 5000TEU 급 선박 등 임시선박 2척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청년기업 C화장품 회사는 12월내 선적이 불투명해 해외 바이어와 추가 계약이 무산될 위기를 맞았지만 HMM이 12월에 투입하는 임시선박에 선적할 수 있는 공간을 얻어 추가 계약 체결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HMM 관계자는 “비상체제를 가동해 선적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임시선박 투입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동원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