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대표(64·사진)가 이끄는 국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업체 가운데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부상한 해상풍력시장 공략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과 비교해 설비비용이 비싸지만 설치에 따른 규제가 덜해 풍력 인프라를 대규모 조성할 수 있다. 또한 효율성도 높아 전력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대우조선해양, 모나코 선사로부터 WTIV 수주 추진
특히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상풍력설치선(WTIV) 건조 기술력을 갖춘 대우조선해양은 WTIV 수주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WTIV는 해상풍력 설치에 필요한 각종 구조물을 싣고 해상풍력 설치가 마무리될 때 까지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 추세에 따라 WTIV 발주가 최근 기지개를 켜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사업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익명의 해외 선사로부터 WTIV를 수주하기 위해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해외 선사에 대한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조선사와 선사의 수주·발주 계약은 공시되기 전까지 비공개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신은 대우조선해양이 모나코 선사 스콜피오 벌커스(Scorpio Bulkers)로부터 WTIV 1척 수주와 3척의 옵션 계약을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옵션 계약은 처음 건조된 선박이 발주처(선사) 요구에 적합할 경우 나머지 물량도 기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식을 뜻한다.
WTIV의 수주 선가는 2억8000만~3억 달러(약 3180억~3400억 원)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조선3사 주력 건조 선종인 17만t 급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선가 1억9000만 달러(2150억 원) 보다 50%나 많은 것이다.
결국 WTIV는 앞으로 조선업계가 주력해야 할 엄청난 고부가가치 선박인 셈이다.
스콜피오 벌커스는 지난해까지 벌크선을 운용하는 선사였다. 이 업체는 보유 중인 선박 총 49척 가운데 24척을 지난해 매각했으며 올해는 나머지 선박 25척을 매각처분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스콜피오 벌커스의 선박 매각 작업이 벌크선을 운용해 수익을 확보하는 기존 사업 방식이 매우 불안정해 추후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 해상풍력발전 분야로 사업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우조선해양, 한국전력기술과 해상풍력 발전설비 기술개발 양해각서 체결
세계풍력발전협회(GWEC)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설치용량은 2019년 29.1GW에서 2030년 234GW로 약 8배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해상풍력발전 시장도 앞으로 10년 내 14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약 1조3000억달러(약 1472조 원)가 투자되고 이 가운데 약 55%를 아시아 기업들이 점유할 것"이라며 "이 가운데 해상풍력 발전 설비 부문은 약 1950억 달러(약 2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선도하기 위한 사업 중 하나로 해상풍력을 꼽아 해상풍력 관련 사업이 발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WTIV 인도 경력이 있는 업체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독일에너지업체 알베에이(RWEI)로부터 WTIV를 수주해 인도한 경력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WTI 수주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공기업 한국전력기술과 해양풍력발전기설치선 관련 건조의향서를 체결한 데 이어 올해에는 '해상풍력 발전설비' 기술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2010년 수주한 WTIV를 싱가포르 선사에 인도한 경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해상풍력 시장은 설치량 기준 190㎿에 불과하지만 정부의 뉴딜 정책에 힘입어 2030년까지 12GM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WTIV 발주가 10년만에 본격화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이 공격경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