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선박가치평가기관 베셀밸류(VesselsValue)가 최근 발표한 ‘2021 해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704척이 스크랩용으로 판매되었으며, DWT(재화중량톤수) 기준으로는 2640만DWT, 금액 기준으로는 27억 달러에 달했다. 2020년 583척, 2018년 558척에 비해 각각 20.8%, 26.2% 증가한 것이다.
704척 가운데 화물선에 속하는 선종의 척소눈 510척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해체된 선종은 유조선으로, 301척이 고철용으로 판매돼 전체 화물선의 59.0%를 차지하는 등 시장을 주도했다. 다음으로는 벌커 선박이 59척으로, 철거 선단의 11.0%를 차지한 반면. 컨테이너 운반선은 11척으로 2.0%에 그쳤다.
벌커선박 해체량은 2020년 132척에 비해 55.3%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벌커 용선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으로 해체 척수가 줄어든 것은 컨테이너 시장으로 2020년 83척에 비하면 86.7% 줄었다. 2021년 컨테이너선 운임이 역사상 가장 높았기 때문에, 이 선종의 낮은 해체율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선박을 구매해 가장 많이 해체한 국가는 방글라데시로 전체 해체선박 704척의 33.0%에 해당하는 232척이었다. 이어 인도가 178척(25.3%)이었고, 파키스탄이 105척으로 14.9%를 차지했다. 터키는 2021년에 70척의 선박을 해체해 비중이 9.9%였으며, 나머지 약 17.0%는 중국, 대한민국,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지역에서 해체됐다.
2021년은 인도와 아사아지역의 고철 가격이 매우 강세를 보인 해였다. 벌커, 유조선, 컨테이너선의 아시아지역의 평균 고철 가격은 2007년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2021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평균 가격은 LDT(선박을 해체하기 위해 지급하는 선가 단위)당 400달러에서 610달러/LDT로 52.5% 급등했다.
이러한 가격 강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제조업 생산이 회복된 결과로, 최근의 철강재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다. 2021년 말에는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종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새로운 폐쇄 조치와 그에 수반되는 산업 활동의 둔화를 위협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벌커, 유조선, 컨테이너선에 걸쳐 2021년 방글라데시의 평균 고철 가격은 550달러/LDT로 아시아 대륙에서 고철 가격이 가장 높았다. 이 강세는 치솟는 철강재 가격과 비교적 안정된 통화 덕분이었다. 파키스탄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폭락한 루피화에도 불구하고 2021년 평균 고철가격이 543달러/LDT로 2위를 차지했고, 인도는 535.4달러/LDT로 뒤를 이었다. 인도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은 인도 해체 조선소 120곳 중 92곳이 홍콩국제협약(선박의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재활용을 위한)을 준수한다는 계급사회 선언(SoC)을 달성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해체조선소 소유주들의 운영비가 지출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참고로 한진중공업이 1997년에 건조해 범양상선(현 팬오션)에 인도했던 2만7300DWT급 원목선 뉴다이아몬드호 등 LDT가 3만8968MT(메크릭톤)인 초대형유조선(VLCC)은 방글라데시 평균 스크랩가격으로 약 350만달러 더 비싸게 팔릴 것이다. 즉, 연간 평균가격이 540달러/LDT인 인도가격과 비교해 555달러/LDT의 가격으로 팔린다는 것이다.
한편, 보고서는 2022년에는 철강재 가격이 조정세로 돌아설 수 있지만, 지속하는 낮은 유조선 운임과 하락하는 벌커 시장으로 인해 이 부문에서 선박 해체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컨테이너선와 가스운반선 시장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2023년이 되어서야 컨테이너선와 가스운반선 해체량의 실질적인 증가를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