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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튼 받아쓰다 흑표 수출까지…대한민국 전차개발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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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튼 받아쓰다 흑표 수출까지…대한민국 전차개발史

한국전쟁 이후 미군 사용하던 패턴 전차 공수받아
70년대 한국형 전차개발 계획 통해 K-1 전차 탄생
논란 많던 전차 개발, 러시아 백곰사업 거쳐 대전환
우애곡절 끝에 탄생한 K-2 흑표, 최강전차 반열 올라
동아시아 최강전력으로 손꼽히는 육군 제7기동군단 내 K-2 흑표전차들의 집단 사열 훈련 모습. 사진=국방부 유튜브 캡처 이미지 확대보기
동아시아 최강전력으로 손꼽히는 육군 제7기동군단 내 K-2 흑표전차들의 집단 사열 훈련 모습. 사진=국방부 유튜브 캡처
대한민국 전차 개발 역사는 그야말로 한편의 슬픈 드라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단 한대의 전차도 없던 나라가 이제 세계 무대에서 최신형 공격형 전차 수출국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차 개발사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이하 88전차로 불리던 K-1 전차가 1990년대 등장했으며, 이후 개량형을 거쳐 2000년 이후에는 K-2 흑표전차를 선보였다. 최신형 흑표전차는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셔먼부터 패튼까지, 미군의 도움을 받다


1945년 광복 이후 군정이 실시되면서 우리나라(정확히는 남한 지역)에 전차는 단 한대도 없었다. 북한이 소련(현 러시아)으로부터 T-34 전차를 수백대 받아 남침을 준비했지만, 남한과 미군정은 당시 종전협상에 몰두하느라 별다른 대응을 못한 것이다.

결국 1950년 T-34를 전면에 내세운 북한이 38도선을 넘어 남침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결국 낙동강 방어선을 최후의 보루로 삼아 항전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최초의 전차가 등장했다. 1950년 11월 미군이 M36 잭슨 전차를 배치한 것이다. 하지만 M36 잭슨 전차는 기갑차량이 맞지만 전차는 아니였다. 본래 분류로는 대전차자주포였던 것. 이동이 가능한 자주포여서 당시 전장에서 해안포나 고정식 포대 역할을 맡아 운용됐다.

비슷한 시기에 미군은 T-34 전차를 상대하기 위해 진짜 전차도 가져왔다. 2차대전 당시 유럽전선에서 사용했던 M4 셔먼 전차가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해병대가 이를 가장 먼저 받아 사용했는데,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군이 388대의 셔먼전차를 공여해 운용했다. 셔먼전차들은 1970년까지 동부전전에서 사용돼다 퇴역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은 우리나라에 대규모 전차를 공여해줬다. 미군은 1956년부터 총 531대의 M47 패튼전차를 공여했는데, 패튼전차는 최근까지 사용됐을 정도로 우수한 전차였다. 패튼이 국내 전선에 도입되면서 한국전쟁 때 활약했던 셔먼전차는 퇴역을 시작했다.
미군으로부터 기증받은 여주대학교의 M48 패튼전차.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군으로부터 기증받은 여주대학교의 M48 패튼전차. 사진=뉴시스


M47의 후속작인 M48 패튼전차는 1966년부터 국내에 들어왔다. 당시 도입된 M48A1 모델은 90mm 전차포를 장착해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했지만, 가솔린엔진을 장착해 극악의 연비와 고장으로 유명했다.

미군의 도움으로 유지해왔던 우리나라 기갑전력은 1970년대를 맞아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닉슨의 '괌 독트린'와 주변 국제관계에 변화가 찾아오면서 미군의 공수물자가 아닌 자체 전략 강화 및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에 기갑전력 역시 개량화에 나섰는데 이렇게 탄생한 전차들이 현재까지 운영 중인 M48A3K와 M48A5K 모델이다. 두 개량형의 가장 큰 특징은 극악의 연비를 자랑하던 가솔렌 엔진 대신 강력한 디젤엔진이 장착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M48A5K는 기존 90mm 전차포를 105mm로 업그레이드해 더 강력한 파괴력을 보유하게 됐다. M48A5K는 당초 K-2 흑표전차 양산 이후 퇴역이 예정됐었지만, K-2 흑표전차의 양산량이 줄면서 아직 현행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형 전차 개발, 88전차 비밀계획


미군의 공수를 받아 기갑전력을 보유하긴 했지만, 1970년대 우리나라의 상황은 북한의 비하면 여전히 열세였다. 이에 박정희 대통령은 1975년 7월 '한국형 전차 개발'을 결정했다. 당시 최신예 전차였던 독일(당시 서독)의 레오파르트2 전차나 미군의 M1 계열 전차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당시 국내 기술로는 이런 전차를 만들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 군은 1976년 미 육군의 차기 전차 개발사로 지정된 크라이슬러 디펜스사(현 제너럴다이나믹스)에 도음을 요청했다.

당시 '88전차 비밀계획'으로도 불렸던 한국형 전차개발 계획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구체화됐다. 시제 1호기와 시제 2호기는 미국에서 제작해 국내에 들여오며, 국방과학연구소의 수락검사 통과 이후에 시제 3호기부터 우리나라 현대정공(현 현대로템)이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기동훈련에 나선 육군의 K-1A1 전차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기동훈련에 나선 육군의 K-1A1 전차들. 사진=뉴시스


이런 과정을 거친 한국형 전차는 1986년부터 생산이 시작됐다. 당시 88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88전차'로 불렸지만 정식 제식명칭은 'K-1'이다.

사실상 미군의 기술력으로 탄생했지만 K-1 전차는 스펙부터 북한군의 기갑전력을 압도했다. 탄도계산기와 사격통제장치가 현대화되면서 정밀한 포격이 가능해졌고, 105mm 주포를 개량해 기동간 사격도 실현시켰다.

이후에는 105mm 주포를 120mm 활강포로 업그레이드한 K-1A1 전차도 양산됐다.

러시아와의 불곰사업 통해 등장한 T-80U


K-1 전차 보급에 나선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와의 불곰사업 과정에서 T-80U 전차를 공여받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러시아(당시 소련)와의 경제협력 과정에서 3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었다. 이에 14억7000만달러의 차관이 제공됐지만, 1991년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하면서 차관협정이 중단됐다. 이후 1999년까지 지급됐던 차관을 러시아로부터 환급받기로 했는데, 러시아가 경제사정을 이유로 현물지급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산 최신예 무기들이 국내에 들어온 것이다. T-80U 전차도 이때 국내에 들어왔다.

T-80U 전차는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이미 국내에서 개발 중인 K-1A1보다 운용성능이 한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몇몇 기술들은 국내 기술진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파워팩이다. 당시 국내 전차들은 모두 디젤엔진 기반의 파워팩을 사용했는데, T-80U는 가스터빈 방식의 엔진을 파워팩으로 사용했다. 이로 인해 T-80U는 보다 더 빠른 가속성과 험지 돌파 능력을 자랑했는데,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 군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이란 평가가 많았다.
러시아와의 불곰사업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러시아제 T-80u 전차. 사진=국방부 유튜브 캡처 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와의 불곰사업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러시아제 T-80u 전차. 사진=국방부 유튜브 캡처


또한 주포 역시 125mm 활강포를 장착했는데, 포탄 종류 중에는 감손우라늄탄이 포함돼 있었다. 감손우라늄탄은 미군이 운용 중인 열화우라늄탄과 같은 종류의 포탄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우리 군이 이미 열화우라늄탄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으며, 향후 강력한 포탄 개발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탑과 차체의 강화철판 기술도 당시 우리 군의 기술력에서는 압도적이었다. T-80U를 직접 살펴봤던 기갑병들은 좁은 실내와 답답한 내부 구성을 지적했지만, 강력한 강화철판으로 보호받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줬었다.

T-80U를 통해 확보한 다양한 기술들과 성능들은 이후 우리 군의 K-2 흑표전차 개발에 반영된다. 세계 최강의 전차 중 하나로 손꼽히는 흑표전차에는 미군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과 T-80U를 통해 습득한 러시아 기술이 조화롭게 스며든 셈이다.

세계 최강 'K-2 흑표' 전차


국방과학연구소는 2000년대부터 K-2 전차 개발에 나선다. K-2 전차는 2014년 양산을 통해 실전배치됐으며, 여러 논란 속에서도 세계 최정상급 3.5세대 전차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K-2(프로젝트명 YK-2)전차는 개발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특히 파워팩 논란은 K-2 흑표전차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최신예 전차로 손꼽히는 K-2 흑표전차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최신예 전차로 손꼽히는 K-2 흑표전차 사진=뉴시스


파워팩 논란의 시작은 2009년 엔진 결함 문제가 터지면서부터다. 이후 엔진개발을 맡았던 두산중공업과 변속기 개발을 맡은 S&T중공업이 모두 논란이 되면서 국정감사를 비롯해 여러 청문과정을 거쳐야 했다.

파워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결국 K-2 흑표전차는 독일제 파워팩을 도입해 개발이 진행됐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이 파워팩 기준을 완화하면서 결국 국산파워택이 채택됐고 현재 양산 중이다.

K-2 흑표전차는 글로벌 방산관련 매체들이 선정한 '세계 10대 전차' 중 1~2위를 다투는 모델이다. 120mm 활강포를 자체 개발해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며, 포탄을 변경하면 전차의 천적으로 불리는 헬기 사냥도 가능하다.

뛰어난 성능 덕에 이미 수출도 되고 있다. 2007년 현대로템이 독일의 레오파르트2, 프랑스의 르클레르 전차와의 경쟁에서 이기면서 터키에 기술을 이전했다. 현재 '알타이전차'란 이름으로 터키가 운용 중이다.

2018년에는 중동의 오만이 총 1조원대 규모로 가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에는 북유럽 노르웨이가 K-2 흑표전차의 파생형인 K-2NO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시험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폴란도와 인도의 차세대 전차 사업에 유력기종으로 입찰이 진행중이며, 북아프리카의 맹주인 이집트 역시 K-2 흑표 전차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집단사열 준비 중인 제7기동군단의 K-2 흑표전차들. 사진=육군이미지 확대보기
집단사열 준비 중인 제7기동군단의 K-2 흑표전차들. 사진=육군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