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3를 넘어선 아시아 자동차 기업으로는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 이후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특히, 한때 불멸의 거인이라 불리며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했던 GM은 한국 자동차 산업 초창기부터 진출해 현대차 등 국내기업들의 독자 모델 개발을 막고 하청 생산 기지화하기 위해 강하게 견제했던 기업이다. 포드 역시 현대차와의 협업을 파기하는 등 방해를 했다. 이러한 빅3를, 현대차그룹은 사업 시작 54년 만에 빅3를 모두 무너뜨려 진정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현대차그룹 다음으로는 스텔라티스(658만3269대), GM(629만1000대), 혼다(412만1000대), 포드자동차(394만2000대), 스즈키(276만3000대), BMW(252만1514대)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GM이다. GM은 지난해 판매량이 7.9% 줄어 순위도 4위에서 6위로 내려 앉았다. 덕분에 현대차그룹과 스텔란티스가 한 단계씩 순위가 상승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1967년 설립된 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량에서 GM과 스텔란티스, 포드 등 미국 자동차 빅3를 모두 이겼다.
6‧25 전쟁 직후 한국은 미군이 남긴 군용 차량을 개조해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자동차가 대부분이었으며, 수출 실적이 좋은 기업들 가운데 정부 허가를 받은 인사들이 외국으로부터 자동차를 수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초창기 한국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들어온 기업이 GM과 포드였다. 포드는 현대차가 고유모델 포니를 개발하기 이전 자사 모델을 조립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업 제휴를 맺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자체 모델 개발을 추진하기로 하고, 포드와 합자 회사를 설립했으나 기술이전 이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은 결렬됐다.
GM은 GMK라는 한국 자회사를 설립해 한국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현대차의 경쟁사였던 신진자동차와 제휴를 맺은 GM은 현대차를 끊임없이 견제했다. GM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기 시장인 한국 내수 및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마련하기 위해 신진자동차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독자 모델 개발을 막고, 자사의 생산기지로 활용해 후발 주자의 진입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런 가운제 현대차는 독자노선을 가기로 하고 포니를 개발해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독자 모델 자동차를 개발하고 생산한 기업이 되었다.
신진자동차는 후에 대우그룹에 인수됐고, 대우는 GM의 기술력과 글로벌 영업망을 수출에 활용하기 위해 제휴를 맺었다. 대우자동차 역시 1990년 초반 GM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마무리 하고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등 고유 모델을 개발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로 대우그룹이 해체되자 대우자동차는 GM에 매각됐고, 현재 한국지엠이라는 사명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독립한 현대차는 품질경영과 글로벌 마케팅 확대, 자체 기술을 고도화한 고유 차종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갔다. 2010년대 들어서는 글로벌 상위 5위권에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막 넘어여 할 산인 GM을 극복하기에는 모자란 수준이었다. 이후 10년이 더 지난 뒤 현대차는 마침내 GM마저 넘어섰다.
2021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단절, 반도체 등 부품 수급의 어려움에 따라 양산차 생산 중단을 수 차례 겪은 GM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는 다시 순위가 뒤집어 질 수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작년에 다른 업체에 비해 부품 수급의 어려움을 상대적으로 덜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고, 특히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빠른 전환과 판매량 증가 등이 이어지고 있어 GM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