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현재 'ERCA'이란 이름의 차세대 장거리 자주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거리만 무려 100km에 달하는 장거리 자주포를 개발에 나선 것이다.
우리 군도 K-9이라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 성능의 자주포를 보유한 만큼 이미 사거리 연장에 이어 무인화·자동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사거리 100km를 넘어
글로벌 방위산업 전문매체 디펜스블로그는 지난해 9월 미 육군 27 야포 포병연대가 시험 운용 중인 '차세대 사거리연장 자주포(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ERCA)'를 보도했다.
일명 '철의 우레(Iron Thunder)'로 불리는 ERCA는 미 육군의 주력 자주포인 팔라딘의 사거리와 기동성, 생존성을 강화한 모델이다. XM907 58구경 주포를 장착했으며, XM113 신형 포탄을 사용해 유효사거리가 최소 70km에 달한다. ERCA는 현재 2024년 전력화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미군은 XM2001 크루세이더 자주포 개발에도 나섰다. XM2001 크루세이더는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는 ERCA보다 더 괴물 같은 성능을 자랑했다.
XM2001 크루세이더는 56구경 주포를 사용하는데, 분당 최대 12발의 사격이 가능했다.
특히 M982 엑스칼리버 정밀유도포탄을 사용할 경우 최대 사거리가 80~100km에 달하는 괴물 자주포로 개발됐다.
하지만 XM2001 크루세이더는 뛰어난 성능만큼 덩치가 거대해 항공기를 통한 수송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결국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2000년대 초반 개발을 중지시켰다.
다만 이때 개발됐던 다양한 기술들과 노하우는 이후 ERCA 개발사업에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역시 미군이 1990년대부터 XM2001 크루세이더 개발에 나서자 곧바로 장거리 자주포 개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두 개의 포신을 사용하는 쌍발 자주포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신뢰성을 이유로 단발 자주포로 방향을 바꿨다.
'2S35'로 명명된 러시아군의 신형 장거리 자주포는 표준고폭탄의 경우 30~40km를 포격이 가능하며, RAP탄과 로케추진탄을 사용하면 최대 70km까지 포격이 가능하다. 현대 여러 대가 생산된 러시아군이 시험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화·자동화 넘어 사거리 연장
미군과 러시아가 공격적으로 자주포 사거리 연장에 나서자 우리 군도 현재 보유 중인 명품무기 K-9의 사거리 연장에 나섰다. 한화디펜스 등 국내 유수의 방위산업체들과 함께 새로운 포신 개발과 함께 포탄도 함께 개발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이와 관련 지난 2020년 새로운 개념을 공개했다. 자주포 개량계획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현재 K9A1 자주포의 성능개량을 통해 사거리 50km의 K9A2를 개발하고, 동시에 무인화와 사거리 연장을 모두 충족시킨 K9A3의 개발체계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주포를 무인화하고 무기체계는 레일건과 초장사정포를 장착할 수 있는 두 가지 종류를 개발해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대로라면 현재 K9A1는 사거리 연장탄을 도입해 기존 40km이였던 사거리를 50km로 확장하는 것과 동시에 포탑의 무인화 및 원격 운용이 실현된다. 개발을 맡고 있는 한화디펜스는 해당 기술의 개발을 완료하고 기술이 적용된 K9A2를 지난 2월 공개했다.
동시에 K9A3의 기술개발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K9A3는 포탑 뿐 아니라 자주포장갑차를 완벽하게 무인화해 원격 조종할 수 있게 되며, 사거리 100km의 활공탄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주포 개량계획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차세대 자주포 개발계획이다. 미래형 자주포 개발계획으로도 불리는 이 계획대로라면 향후 K9 자주포는 사거리 400km까지 사격이 가능한 레일건 장착 자주포와 사거리 500km 이상의 초장사정포 개발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이중 사거리 500km 이상의 초장사정포는 사거리 면에서 현재 개발이 완료되고 실전배치된 현무-2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와 동일하게 된다. 초장사정자주포를 우리 군이 보유하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북한 끝까지 포탄을 쏠 수 있게 되면 부산에서는 일본 중부지방, 서해안에서는 상해까지 자주포 사격권 범위에 안에 들어오게 된다.
국방부, 화력 강화 위한 포탄 개발 나서
그러나 국방부가 개발 중인 여러 사업들을 살펴보면 자주포 개발계획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일각에서 국방부를 포방부로 표현하는 것처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현재 보유 중인 각종 포탄을 개량해 사용할 여러 발사체와 포탄개량에 몰두 중이다.
국방개혁2020에 따르면 육국의 포병전력은 K55PIP 1180문, 신형 자주포 3000여문, K-239 천무 다연장로켓(MLRS 포함), K-105HT 차륜형 자주포 855문 등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화력을 보유하게 된다. 육군의 포병전력만 따져도 러시아, 북한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해군은 아예 모든 함정에 한 등급의 무장체계를 장착 중이다. 초계함에는 호위함 급의 무장을 장착하고, 호위함에는 구축함급의 무장체계를 탑재하고 방식이다. 실제 세종대왕급 구축함은 미국과 북미 구축함보다 2배 많은 대함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군은 미국과 유럽마저 포기한 합동화력함 개발을 검토 중이다. 이미 확보한 포탄들과 미사일을 해상에서 적시에 보급하기 위해서다.
방위산업체들과는 다양한 형태와 성능의 포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포탄들 외에 사거리 100km 내외의 램제트탄 개발에 나섰으며, 한국형 엑스칼리버탄(정밀 유도 스마트폭탄), 탄도수정신관, 상부장갑공격지능탄, EMP탄 등을 개발 중이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래형 자주포를 비롯해 개발이 진행 중인 사업이 화력에 집중되는 것은 그만큼 포병을 중심으로 한 화력이 전쟁에서 큰 변수이기 때문"이라며 "러시아·우크라 전쟁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이 화력강화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