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이 에쓰오일 울산공장 화재사고를 기점으로 안전관리 재점검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올해 폭발사고는 에쓰오일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에는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한 사무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3명이 다쳐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폭발 충격으로 샌드위치 패널 형태의 사무실 일부가 많이 부서질 정도였다.
잇따른 폭발·화재사고에 광주고용노동청은 지난달 여천NCC 여수 4개 공장에 대해 특별 감독에 나섰다.
그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무려 '1117건'이나 적발됐다. 특히, 추락 및 화재·폭발 예방조치를 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 위반 사항만 284건에 달했다.
고용노동부 부산고용노동청도 울산에서 발생한 에쓰오일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 있는 석유화학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다.
인화성 가스를 공급하는 압축기를 보유하고 있는 석유화학업체 66곳 중 20여 곳을 불시 점검할 예정이다. 자율점검표를 바탕으로 알킬레이션 공정 보유 사업장, 고온·고압 작업을 진행하면서 위험물을 다량 취급하거나 20년 이상 된 압축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 자율점검표를 미제출했거나 자율점검이 미흡한 사업장 등을 불시 점검한다. 점검 대상 선정 기준은 이번 에쓰오일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안들이다.
이번 점검과 별개로 각 정유사들도 지역별로 소재한 사업장의 자율점검을 강화하고, 자체적인 안전관리 사항도 재검토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안전보건환경(SHE) 방침을 통해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밀폐공간 가스 감지 시스템’을 개발해 가스 잔존 여부를 직접 측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의 업무 매뉴얼에 추가적으로 (에쓰오일 화재와 같은) 사고 결과를 반영해 정책을 보완·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부터 계층별(임원, 팀장, 조·반장) 안전리더십 행동기준 수립 및 모니터링 프로그램 도입했다. 여기에 고위험 작업장에 대한 모니터링 및 사고발생 즉시 대응 목적으로 현장 CCTV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부터 국내 최초로 위험성이 높은 ‘질소분위기 촉매 교체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질식재해 사망률은 47.7% 수준으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였으나 이 로봇 투입으로 위험성을 현저히 줄였다.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사고 방지책을 수정해 실천해 나간다고 하지만, 끊이지 않는 사고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것이 설비의 노후화다.
지난달 23일 여수시의회에서 시민단체인 일과건강 현재순 기획국장은 “(정유사 사업장에서) 노후 설비에 의한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노후설비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6년간 화학 사고의 주요 원인은 시설관리 미흡이 4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안전 점검과 교체 등의 책임을 기업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차체에서도 감시와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의 설비 작업 미숙이나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인재 사고도 많이 발생해 이를 예방하기 위한 훈련과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에쓰오일 사고가 발생한 설비는 가동되지 얼마 안 돼 노후화 등 설비 문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면서 ”현재 조사단계라 말하기 힘들지만 작업자가 실수를 하더라도 시스템 또는 설비 상으로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는데, 시스템 관리가 부실한데다가 작업자의 실수까지 복합적으로 이뤄져 발생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20일 화재 사고와 관련해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 지역주민에게 사과하고 피해 최소화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준비될 때까지 사고 발생 시설은 운영 중단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2018년에도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있었다. 기업은 이익추구집단이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안전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