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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세단의 몰락...완성차 5개사, SUV·전기차 개발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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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세단의 몰락...완성차 5개사, SUV·전기차 개발 총력

KAMA, 중형세단 판매량 5년 새 22% 큰 폭 감소
공급망 불안·반도체 수급난에 SUV·전기차에 집중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 브랜드의 간판모델로 평가받던 중형세단이 최근 5년 SUV의 부상과 전기차의 등장으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의 중형세단 쏘나타(왼쪽), SUV 산타폐(가운데), 전기차 아이오닉5 순.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 브랜드의 간판모델로 평가받던 중형세단이 최근 5년 SUV의 부상과 전기차의 등장으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의 중형세단 쏘나타(왼쪽), SUV 산타폐(가운데), 전기차 아이오닉5 순. 사진=현대차
자동차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았던 중형세단이 도로위에서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치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중형세단 대신 SUV와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세단형 차량들이 이제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차·쌍용차)의 중형세단 판매량은 12만5724대로 전년 대비 20.7% 감소했다. 1분기에도 중형세단 판매량이 2만여대 남짓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가 감소했다.
반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해 SUV(RV 포함) 판매량은 68만1521대에 달했다. 71만8295대가 판매된 2020년 대비 전체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부족, 반도체 수급난 등 대외변수들을 감안하면 여전히 인기가 높다.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전기차 역시 폭발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 국내 시장에 판매한 전기차는 총 3만5783대로 전년 대비 400.5%가 폭증했다.
전체적인 차량 판매량 규모가 감소하고 있지만, SUV와 전기차는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중형세단의 판매량이 급격하고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중형세단이 이처럼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은 SUV의 상품성 강화와 전기차의 등장 때문이다. 특히 완성차업체들이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반도체 수급난에 시달리면서 판매단가가 낮은 세단 대신 대당 가격이 높은 SUV·전기차에 집중하면서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대세차종으로 등극하게 된 SUV는 당초 실용성만이 강조된 대체차종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완성차업체들의 기술개발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상품성이 강화되면서 2017년 이후 대세 차종으로 떠올랐다. SUV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승차감과 소음, 진동 등이 개선되면서 오히려 안전성과 넓은 시야, 여유로운 적재공간을 지닌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세단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SUV 라인업을 강화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GM이다.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뒤 말리부와 임팔라 등을 선보이며 중형세단에 힘을 줬다. 하지만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한국GM의 포트폴리오에서 세단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GM은 현재 세단모델로는 '더뉴말리부' 만을 판매 중이데 반해, SUV라인으로는 △더뉴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이쿼녹스 △트래버스 △타호 등 5종의 차량들을 선보였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역시 SM6만 세단으로 판매 중이며, 2017년 체어맨을 단종시킨 후 SUV 모델들만 판매 중이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단 3종류의 세단을 판매 중인데 반해, SUV라인업은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 △베뉴 △코나 등 4종류다. 기아도 △K3 △K5 △K8 △스팅어 △K9 등 5종류의 세단형을 보유 중이지만, SUV(RV포함) 라인업은 △니로 △셀토스 △스포티지 △쏘렌토 △모하비 △카니발 등 6종류(텔루라이드는 제외)로 세단형 모델보다 SUV라인업이 풍성하다.

SUV가 상품성 강화를 통해 판매량을 늘렸다면 전기차는 시대적 흐름으로 분석된다. 고유가와 환경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테슬라가 선보인 전기차를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대세가 된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 등 국제단체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제재조치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최근 2년 새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성장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중형세단 판매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SUV와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 중이다. 자료=KAMA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중형세단 판매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SUV와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 중이다. 자료=KAMA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반도체 수급난은 완성차업체들의 전략 변화를 부채질했다. 완성차업체들로 하여금 생산단가가 더 낮으면서도 판매단가가 더 높은 차종에 집중하도록 만든 것이다. 결국 국내 완성차 5개사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지난해 대외변수로 인해 차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SUV·전기차에 생산을 집중하면서 이른바 '덜 팔고 더 버는' 생산구조를 만들었다.

이어 완성차업체들의 경험은 중형세단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결정을 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 트렌드가 변화한 것을 인지한 완성차업체들이 이제 중형세단의 생산물량 조절에 나서며 세단 대신 SUV·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생산물량 배정이 비교적 용이한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세단 생산량 조정에 나선 상태다. 현대차 쏘나타를 생산해왔던 미국 앨리바마 공장은 이미 쏘나타에 대한 단산에 돌입했으며, 기아 K5를 생산하는 조지아공장도 단산을 검토 중이다. 해당 공장들은 줄어든 물량 만큼 제네시스 물량을 생산하거나 전동화 및 친환경차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기존 쏘나타 라인 대신 아이오닉6 생산을 위한 시설 정비를 완료했으며, 향후 전기차 전문 생산 공장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기아는 경기 화성 오토랜드에 전동화 공장을 신설하고 새로운 전동화 차량 개발 및 생산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GM와 르노코리아는 아예 세단형 신차 계획도 없다. 한국GM은 내년 생산예정인 차세대 CUV를 비롯해 2025년까지 전기차 10종과 SUV 및 픽업트럭 등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르노코리아도 2024년 준중형 SUV를 공개할 예정이지만, 새로운 세단 출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인구감소 및 소비트렌드 변화, 그리고 코로나19에 대한 생활패턴 변화 등으로 인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세단 대신 SUV와 전기차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유럽의회가 최근 2035년까지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결정한 만큼 향후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급격하게 전기차 및 친환경차량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