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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폭스바겐 ID.4, 전기차답지 않은 부드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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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폭스바겐 ID.4, 전기차답지 않은 부드러움

폭스바겐 특유의 대중성과 상품성은 여전
초기 전기차 버전서 한 단계 진화한 모습

폭스바겐 ID.4 주행하는 모습 사진=폭스바겐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ID.4 주행하는 모습 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이 브랜드 최초로 SUV 전기차 ID.4를 국내 시장에 내놨다. 사실 브랜드 첫 전기차는 아니다. 유럽에서는 해치백의 정석으로 불리는 ‘골프’급 모델 ID.3가 먼저 나왔고 ID.4 역시 지난해 약 12만대 판매고를 올리며 유럽 시장을 뒤흔들었다. 다만, 유럽을 제외한 첫 출시국이 한국이 됐다는 사실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우선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 수입차임에도 대중적인 브랜드인 만큼 익숙함이 먼저 다가와서다. 반대로 말하면 개성을 추구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뜻. 전체적인 실루엣은 전형적인 소형 SUV이지만, 각 부분의 디자인은 ‘시로코’를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얇은 그릴부와 헤드라이트가 있는 전면 디자인이 그렇다. 참고로 시로코는 폭스바겐 라인업에 있는 2도어 스포츠 해치백이다. 디젤 게이트 이전 한때 국내 판매가 됐지만, 부족한 실용성 탓인지 판매량이 많지는 않았다.
ID.4는 시로코의 날렵한 디자인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부분까지 함께 챙길 수 있다. SUV이기도 하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쓰면서 자투리 공간을 더 확보했기 때문이다.

제원상 ID.4의 트렁크는 543ℓ에서 최대 1575ℓ까지 확대된다. 실제로 그렇게 넓어 보이지는 않지만, 소형 SUV 중 적재 공간이 가장 넓다는 쉐보레 트랙스가 530ℓ이니 이보다는 확실히 크다. 시트를 뉘었을 때 약간 기울기가 있지만, 추가 평탄화 작업을 거친다면 차박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ID.4의 품질은 다른 브랜드들의 것들과 큰 차이가 없다. 최근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전기차들과 비교하면 특별히 우수한 점도 불편한 점도 찾아보기 힘들다.

폭스바겐 ID.4 인테리어 사진=폭스바겐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ID.4 인테리어 사진=폭스바겐코리아

호불호가 있겠지만, 최근 제조사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들 비슷하다 보니 대부분 다 닮은꼴 디자인이다. 대시보드의 수평화, 스티어링 휠에 들러붙어 있는 디지털 계기반(폭스바겐은 ID. 콕핏이라 부른다), 12인치의 커다란 센터 디스플레이 등이 대표적인 예다.

ID. 콕핏 디자인은 지난 2010년도에 나왔던 쉐보레 스파크의 것을 연상케도 했다. 당시 쉐보레는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바이크의 것을 흉내 냈다고 했지만, 결국 원가절감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건 이제 다 아는 사실이 됐다. 대신 12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꽤 마음에 드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물리적 버튼들은 많이 빠졌지만, 제법 괜찮은 그래픽과 직관적인 사용방법을 제공한다.

콘솔 깊숙이 핸드폰 무선충전 패드, 앞뒤로 C타입 USB 포트가 두 개씩 마련된 것은 좋다. 하지만, 애플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오토를 유선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 최근 고객들이 선호하는 통풍 시트가 없다는 점 등은 지적 사항이 됐다.

보조금 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포기한 것들(내비게이션 미지원 등)도 있겠지만, 폭스바겐만의 대중성과 탄탄한 품질력은 여전하다. 특히, 방음 부분은 기대 이상이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20인치 타이어에서 나는 울음소리가 실내로 스며들지만, 귀에 거슬리거나 일상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풍절음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약하고 보조석까지 적용된 메모리 기능과 마사지 기능은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4000만원 초·중반대 가격에 이 정도라면 제법 매력적인 제안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실용성만을 두고 비슷한 용도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본다면 살짝 비쌀 수도 있는 선택지지만 같은 전기차 모델들과는 충분히 겨뤄볼 만한 가격대다. 아이오닉 5, EV6의 대안이 된다면 디자인과 주행느낌이 될 거 같다.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면, 약간 부족한 주행거리(405km), 약간 느린 충전 시간(0-80%에 38분 소요)은 충분히 감내할만한 수준이다.

주행 감각은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다.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을 제거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게 엿보인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최대한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한 배려로 보인다.

특히, 회생제동 주행인 B모드에서 그 느낌이 선명하다. 보통 전동화 모델들은 회생제동을 작동하면 제동 시 어색함이 많이 느껴진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바로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ID.4는 이 부분을 매우 부드럽게 넘긴다. 내연기관차에서 드라이브 모드 주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 전기차에서 진화한 버전을 보는 듯하다.

스티어링 휠 뒤편 변속기 레버를 한 번 더 젖혀 일반 주행인 D모드로 바꿔봐도 전기차 특유의 웅웅거림이나 꽉 조인 토크 주행 느낌은 덜하다.

다만, 그 부드러움이 제동력에서는 역효과가 된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이 빠른 것에 비해 제동력이 약하다. 한 번 과격한 대시를 할라치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빨리 더 깊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줘야 한다. 보통 차에 질을 낸다고 하는 건 제동이 과격하게 잡힐 때를 말한다. 아마도 ID.4에서는 세팅 자체가 느슨하게 잡힌 것 같다. ‘차근차근’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말이다.

부드러운 주행감만큼 승차감도 좋은 편이다. 다만, 요철을 넘을 때나 거친 노면을 만나면 하체의 딱딱함이 다소 거슬리며 고속으로 코너를 진입하면 조향이 조금 어색하다. 넉넉한 시트가 쏠림을 충분히 지지해주지 못하는 데 전형적인 SUV 정도다. 세단과 같은 승차감을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살짝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