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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50년-7] 국내 최초 한국형 호위함 ‘울산함’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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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50년-7] 국내 최초 한국형 호위함 ‘울산함’ 건조

정부, 자주국방 목표 아래 2000t급 구축함 국산화 추진
기존 업체 난색 표하는 가운데 정주영 창업자 참여 결정
군함 노하우 전무했지만 美 방문 등 노력 끝 설계도 완료
1974년 시작 후 6년 만인 1980년 ‘울산함’ 건조해 인도

1980년 12월 3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열린 한국형 호위함 ‘울산함’ 인수 및 명명식에서 울산함 해군 군인들이 경레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1980년 12월 3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열린 한국형 호위함 ‘울산함’ 인수 및 명명식에서 울산함 해군 군인들이 경레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군함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76년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제작 가능한 군용선은 200~300t급 소형선으로 코리아타코마와 대한조선공사(두 회사는 한진중공업으로 합병했고 현재는 HJ중공업)가 건조하고 있었다. 특별한 설계 및 건조기술이 요구되지 않았다.

정부는 1974년부터 자주국방의 목표 아래 2000t급 구축함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했다. 당시 해군과 업계는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해군은 외국의 실적선 도면을 구입해 건조만 할 것인가, 아니면 자체 설계와 건조를 진행할 것인가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군 관계자들은 처음 실적선 도면을 도입하기 위해 미국의 군함 제작업체와 접촉했다.
도면비만 1300만달러를 요구했다. 해군은 국내 개발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그동안 소형군함을 제작해 온 국내 업체들은 기술 부족과 비용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명했다.

1975년 초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는 현대중공업의 방위산업부문 참여 의사를 정부에 전달했다. 아무 경험도 없이 26만t급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건조한 자신감과 더불어 국가 방위산업분야에서도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정주영 창업자의 의지는 확고했다. 정부도 정주영 창업자의 적극적인 의지를 수용해 1975년 7월 15일 현대중공업을 ‘한국형 전투함 시제업체(試製業體)’로 지정했다.
그러나 어떤 전투함을 어떻게 건조할 것인가는 정부도, 현대중공업도 거의 백지상태였다. 해군과 현대중공업의 기술진은 이 문제부터 검토하기 시작했다. 전투함은 상선이나 소형 경비정과 달리 군사기밀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도면 입수 자체가 어려웠다. 구입 가능한 도면은 어느 정도 비밀이 해제된 구형이었고, 그것마저도 거액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과 해군 양측의 기술진은 수차례에 걸쳐 미국 설계사를 방문하고, 각국의 최신 구축함을 비교 검토했다. 그 결과 외국 기술진을 고용해 자체 설계, 자체 생산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구축함의 기본사양을 결정했다. 1976년 12월 31일 현대중공업과 해군은 한국형 호위함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해군본부와의 긴밀한 설계 협조를 위해 1976년 말 서울에 해상기술부를 신설했다. 울산조선소 각 설계부문에서 200여명의 엔지니어를 차출해 본격적인 설계에 착수했다. 해상기술부에는 현대중공업 기술진과 더불어 해군감독관팀 그리고 미국 FFG(올리버 해저드 페리급) 7구축함을 설계한 JJMA(John J. McMullen Associates) 기술자 6명이 참여했다.

1978년 3월 31일 기본설계를 완성했다. 착수 2년 만이었다. 설계팀은 4월부터 모두 울산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인원을 보강해 상세설계와 건조준비에 들어갔다. 1978년 8월 특수선 7도크, 알루미늄공장 및 본관건물이 준공되면서 본격적인 건조 작업에 들어갔다.

국내 최초의 함정 건조였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진국 해군의 군함용 사양 및 기준을 그대로 따를 것인지였다. 국내의 관련 산업기반이 취약한 것도 문제였다. 공법 선택도 어려웠다. 상선을 제작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와 토론을 거듭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로부터 6년 후인 1980년 4월 2000t급 구축함 진수식을 거행했다. 당시 최규하 대통령 등 수백명의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함’으로 명명했다. 이후 잔여공사와 시운전을 마치고 1980년 12월 31일 해군에 인도했다.

1980년 12월 3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열린 한국형 호위함 ‘울산함’ 인수 및 명명식에서 해군 군인이 울산함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1980년 12월 3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열린 한국형 호위함 ‘울산함’ 인수 및 명명식에서 해군 군인이 울산함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이로써 우리나라도 함정 생산국 대열에 들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경비정급이 아니라 호위함급 이상을 자체 설계해 건조할 수 있는 나라는 10개국에 불과했다. 울산함에 적용된 설계, 건조사양은 이후 한국형 함정의 표준이 됐다.

길이 102m·너비 11m·높이 23m·무게 1900t 규모로 진수한 울산함은 1983년 12월 부산 다대포 해안에 침투한 간첩선을 격침하는 등 34년간 묵묵히 영해를 지켰고, 2014년 12월 퇴역했다.

이에 울산 남구는 2015년 4월 해군과 울산함에 대한 무상 임대계약을 맺고 2016년 6월 진해 해군군수사령부에서 울산함을 인수, 선체 수리와 도색작업을 완료하고 같은해 7월 장생포 친수공원부지에 거치했다. 육상거치 후 9개월동안 내·외부 공사를 거친 울산함은 2017년 5월 부터 안보교육을 위한 관광인프라로 새로운 임무를 시작했다.

울산 남구는 2020년 5월부터 3개월간 1억2000만원을 투입해 선체 외벽을 재도색하고 관람객 안전을 위한 미끄럼 방지시설 등을 설치하는 등 공사를 진행해 지난해 8월부터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자료: 현대중공업>

2017년 4월 18일 울산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일원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퇴역한 국산 1호 전투함인 ‘울산함’ 전시시설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17년 4월 18일 울산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일원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퇴역한 국산 1호 전투함인 ‘울산함’ 전시시설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