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타사 TV 탑재, 게임 서비스 확대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타이젠은 삼성전자 주도로 개발된 운영체제로, 저사양부터 고사양까지 다양한 스마트 기기 지원이 가능한 리눅스 기반의 오픈 소스 플랫폼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타이젠을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접었다. 당시 이미 시장 선점한 안드로이드와 iOS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었다. 그러나 스마트TV에선 그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드웨어 기업의 소프트웨어 도전기, '타이젠'의 시작
타이젠은 2012년 첫 번째 버전을 공개됐다. 이후 타이젠은 2014년 스마트워치인 기어2에 처음 적용됐다. 이어 삼성전자는 2015년 인도 등 저가 시장을 공략한 타이젠폰에 적용했다.
이러한 타이젠 확장 속도가 주춤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고객사 구글과의 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여 년간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폰 갤럭시에 탑재해 애플 아이폰과 경쟁했다. OS부문에선 사실상 구글과 애플의 대결이었다. 삼성전자로서는 하드웨어 기업에서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서의 쇄신도 필요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협업하는 관계지만, 삼성전자가 타이젠 개발함으로써 구글과 OS 시장이 겹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결국 지난해 스마트폰에선 애플리케이션(앱)마켓 플랫폼인 '타이젠 스토어'를 폐쇄하고 스마트워치는 갤럭시워치4부터 구글 OS로 되돌아간 것은 구글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타이젠이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에 앞으로 적용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각도 존재했다.

스마트TV에서 어깨 편 타이젠
삼성전자는 올해 개최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22에서 타이젠 7.0을 공개했다.
모바일 사업에서 빛을 못 본 대신 삼성전자는 스마트TV, 에어컨, 냉장고 등으로 눈을 돌려 자체 OS 생태계 확장해나가고 있다. 아직 타사들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않은 스마트 가전에서 타이젠으로 입지를 넓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타이젠은 스마트 기기의 형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탑재할 수 있기에 모바일뿐만 아니라 냉장고, 에어컨, 스마트TV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이 가능하다.
타이젠은 2015년 삼성 스마트TV에 처음 적용됐으며 최근 나온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타사 TV에 탑재된다. 호주 회사인 템포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오픈 플랫폼인 타이젠 OS를 적용한 TV를 9월 말 출시했다. 튀르키예의 아트마차와 중국의 HKC 등도 이달 안에 타이젠이 탑재된 TV를 유럽과 튀르키예 등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타이젠 TV 출시는 삼성이 2021년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를 통해 타이젠 TV의 라이센싱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 1년 만에 이루어졌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타이젠 OS가 적용된 타사의 타이젠 TV 출시를 위해 콘텐츠·TV 업체는 물론 SoC(System on Chip)·보드 등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해 왔다.
삼성은 2012년 리눅스재단과 협력해 타이젠 OS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이후 리눅스재단과 적극 협업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현재 타이젠이 탑재된 삼성 스마트TV는 전 세계 약 200여 국, 약 2억명에 가까운 소비자들이 사용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TV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가 38.7%, 삼성 타이젠이 21.3%를 차지했다.
스마트TV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는 타이젠은 게임 서비스에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타이젠 플랫폼에 클라우드 기반 게임 서비스를 출시하겠단 목표를 처음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엑스박스,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와 같은 주요 게임업체와 협업해 '삼성 게이밍 허브)' 서비스를 탑재하는 한편, AI 업스케일링, 멀티태스킹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개발하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에 타이젠을 적용해 원활한 제품 구동을 견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전세계 약 3억3000만대 이상의 스마트 기기에 탑재됐다.
삼성전자 자체 OS로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적절한 때에 추가하고 수정할 수 있기에 제품 개발에도 강점을 갖는다.
정진민 삼성리서치 상무는 "전 세계적으로도 자체 OS를 보유한 기업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타이젠이라는 자체 OS를 보유했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강점을 지닌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