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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김우중 회장 3주기…“1000만원만 줘” 별세 직전까지 사업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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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김우중 회장 3주기…“1000만원만 줘” 별세 직전까지 사업 모색

대우세경연‧한국경영학회, 3주기 추모 포럼 7일 개최
생애 마지막 순간, 치매 증세에도 사업 구상한 기업인
마지막 사업 GTBM 11년째 이어져, ‘대우맨’ 활약중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오른쪽)이 1988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현장경영을 선언한 직후 기능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대우세계경영연구회이미지 확대보기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오른쪽)이 1988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현장경영을 선언한 직후 기능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대우세계경영연구회
“엄마, 돈 1000만원만 줘.”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회장은 생의 마지막 1년의 기간 동안 부인 정희자 여사(전 서울힐튼호텔 회장)가 병원을 찾아갈 때마다 이렇게 자꾸 돈을 달라고 했다. 고인은 부인에게 ‘엄마’라고 불렀단다. 어느 날은 1000만원을, 또 어느 날은 2000만원, 어떤 날은 1억원을 요구했다.
“그 많은 돈을 어디에다 쓰려고 하느냐”는 정 여사의 질문에 김우중 회장은 “다시 사업하려면 자금이 필요하잖아. 엄마가 돈 좀 해 와. 사업해야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시기에 김우중 회장은 치매를 앓았다. 알아 보는 사람은 정 여사 뿐이었다. 정 여사는 이 일화를 지난해 발간한 평전 ‘내 마음에 비친 나의 모습’에서 소개했다. 그는 그런 남편을 바라 보면서 “쇠약해진 육신과 더 쇠약해진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사업가 본성은 살아 있는 듯했다”고 했다.
오는 9일은 김 회장이 별세한지 3년째 되는 날이다.

옛 대우맨의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이하 대우세경연)는 한국경영학회, 아주대학교가 주관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마크애니 등의 후원으로 7일 오후 전경련 회관 3층 다이아몬드홀에서 ‘김우중의 기업가 정신과 세계경영 포럼’을 개최한다.

주최 측은 “지금은 이미 60여년 전 '창조, 도전, 희생'을 기칠 내걸고 미국과 유럽은 물론 오지(오지)였던 동유럽, 중앙아시아, 아프리카를 누볐던 김 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대우의 세계경영 의지가 더욱 절실한 때”라면서, “특히 김 회장과 대우의 공과(공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미래 한국 사회와 기업의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회장도 대우에 대한 재평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4년 8월 26일 신장섭 싱가프로대학교 교수와 함께 만든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판을 기념해 대우세경연과 대우인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중수기업중앙회 그랜드홍에서 열린 대우특별포럼에 참석해 “우리가 한 일을 정당히 평가 받아야 한다”며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생동안 앞만 성실학세 열심히 달려왔다. 국가와 미래세데 도움이 되는 일만 해왔다”면서 “거기에 반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역사가 주는 교훈을 통해 과거보다 나아진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실수가 미래에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우중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고인과 대우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그 어느 때와 달리 빠르게 세상에서 잊혀지고 있다. ‘대우’를 사명에 넣은 유일한 기업인 대우조선해양도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정해지진 않았으나 본 계약이 체결되는 내년이면 국내에서 ‘대우’를 단 기업은 볼 수 없다.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중남미 국가 현지 기업에 라이센스한 ‘대우’ 가전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만,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 사업은 이어지고 있다. 2011년 시작한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 과정’이다. 스펙에 상관 없이 34세 이하의 4년제 대학 졸업자 가운데 선발하는 GYBM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 국가 취업을 목표로 1년여간의 연수, 취업, 창업(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사업가를 양성한다. 그동안 GYBM은 그동안 1300여명의 한국 청년을 선발해 전원 취업을 시켜왔다. 특히, GYBM 수료자는 명예 대우 사원으로 인정받아 관련 행사에 모두 참석할 수 있다. 대우는 사라졌지만 ‘대우맨’은 여전히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역시 한 가지뿐이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세계를 누비며 우리 세재보다 더 큰 꿈을 이루어나가기를 기원한다.” 김 회장이 GYBM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마지막 꿈이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