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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출신 안동일號, 현대제철 70주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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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출신 안동일號, 현대제철 70주년 준비한다

포항‧광양제철소장 출신으로 CEO급으로는 처음으로 영입
정의선 회장의 제안, 최정우 회장의 양해로 입사 실현돼
취임 후 양사 경쟁 관계, 협업 통한 미래 발전 협업 전환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진=현대제철이미지 확대보기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안동일 사장 체제에서 창립 70주년을 맞이함에 따라 포스코와의 인연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현대제철은 과거 현대그룹 시절 포스코와 고로 일관제철소 사업 경쟁을 위해 1978년 인수한 대한중공업공사가 모태이고, 이를 통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과 고 박태준 포스코 설립회장간 ‘철강분쟁’이 본격화했다.
지금도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최고의 설비전문가로 포항‧광양제철소소장을 모두 역임한 안 대표가 2018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되면서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1959년 5월23일 충청북도 제천에서 태어난 안 대표는 청주고등학교와 부산대학교 생산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맥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한 그는 2005년 포스코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장에 이어 2008년 상무로 승진해 포스코건설로 이동, 플랜트사업본부 열연사업그룹 담당 집행임원을 지낸 뒤 2010년 포스코로 복귀해 광양제철소 성비담당 부소장에 올럈다 2011년에는 포스코 글로벌조업대비지원반 지원담당 임원을 겸임했고, 2013년 3월 전무로 승진했다.

2015년 포스코 철강생산본부 광양제철소장에 선임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17년에는 포항제철소 소장에 임명됐다. 이 때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포항제설소장과 광양제철소장을 모두 교체하는데, 바로 두 제철소장을 자리 바꿈한 것이었다. 안 대표와 자리를 맞바꾼 이가 바로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이다. 현재까지 포스코 양대 제철소장을 역임한 이는 두 사람 뿐이다.

안 대표는 2018년 1월 포스코 베트남법인(SS-VINA) 법인장으로 발령 받았으나 한 달여 만에 사직서를 내고 자문으로 물러나며 35년 포스코맨의 삶에 마침표를 찍었다.

잊혀진 인물이라고 여겼던 안 대표가 철강업계와 언론에 다시 이름을 알린 것은 불과 1년 후였다. 현대자동차그룹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현대제철의 외부 영입 인사 명단에 그가 포함됐던 것이다. 2019년 2월 현대제철 생산·기술부문담당 사장으로 입사한 그는 한달 후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의 영입은 현대제철이나 포스코 모두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포스코 출신 엔지니어들이 대거 입사한 적은 있지만 사장급 인사가 현대제철로 옮긴 것은 안 대표가 처음이다. 마찬가지로 현대제철도 대표이사 만큼은 현대차그룹 인사를 앉혔는데 이 전통을 깬 것 역시 안 대표가 최초다.

경쟁업체 사장급 인사를 영입한다는 것은 회사간 관계로는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포스코 핵심기술이 현대제철이 유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안 대표 영입은 정의선 당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의중에 따라 진행됐으며, 영입 결정을 최종 마무리 하기 전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에게 양해를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그해 3월15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 대표의 이직과 관련 “현대자동차그룹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 경쟁력 향상이 필요하다”며 “포스코 제철소 운영 경험이 있는 인사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대승적 차원에서 현대차그룹의 요청을 양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같은 해 3월22일 열린 현대제철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회장이 한국 철강업 발전을 위해 통상문제, 글로벌 진출 등에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며 “특히 현대차 계열사로서 포스코와 협조하자는 격려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주변의 우려를 깨도 안 대표 취임 후 현대제철과 포스코간 관계는 시너지를 위한 협력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1년 9월29일 포스코와 업무협약을 맺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물류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품운송 선박과 전용부두 등 연안해운 인프라를 공유하고 광양·평택‧당진 구간에서 연간 약 24만 톤 물량의 복화운송을 추진한다.

양사는 그동안 광양-평택‧당진 구간에서 코일을 각각 연간 180만t과 130만t씩 운송해 왔는데 복화운송을 통해 각각 연간 12만 톤 규모의 코일을 서로 상대방 선박으로 운송할 수 있게 됐다.

2021년 2월에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가 ‘수소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수소트럭 등 수소전기차 1500대 공급, 연료전지 발전사업 공동 추진, 수소 관련 기술 개발 등 수소 분야의 협력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업무협약에는 수소환원제철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강제련 과정에서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자사의 강점을 살려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부족한 점은 서로를 메워주며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양사의 기업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안 대표가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국내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업체로 그동안 경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철강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올해 현대제철 70주년 기념식도 포스코와의 광계를 재평가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