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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크루즈 선박은 누가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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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크루즈 선박은 누가 만드나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초호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11만5875t)'호.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초호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11만5875t)'호.
코로나19 통제가 느슨해지자 해외여행 상품에 크루즈 여행이 자주 등장한다. '바다 위의 호텔'로 불리는 크루즈 선박은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여행과는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한다. 전 세계에는 약 70여개의 크루즈 선사들이 400여척이 넘는 배를 가지고 영업 중이다. 우리나라의 크루즈 관광객 수는 약 200만 명 수준이다.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00만원이 넘는다(해수부 자료). 단순 계산으로 경제적 효과가 2조원이나 된다.

2년 전 거대한 크루즈 선박이 '수상감옥'으로 바뀐 일이 있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2월 3일 크루즈 선박은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했으나 단 한 사람도 하선할 수 없었다. 탑승했던 80세 남자(홍콩 거주)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확정을 받은 탓이다. 일본 정부는 정박을 거부하고 승선자 전원을 해상 격리 조치했다. 자국민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문제의 크루즈 선박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프린세스 크루즈'(영미합작 카니발의 계열회사)社 소속 선박이다. 운영사는 '카니발 재팬'(영국 선적). 일본 조선사들이 만들어 2004년 3월부터 출항을 시작했다. 총 길이는 290m, 높이 62.48m이다. 축구장 3개와 맞먹는 크기로 최대 3796명을 수용할 수 있는 12만 톤급 대형 크루즈다. 주로 호주와 아시아 지역을 여행했다.

운항 중이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자는 총 3711명(승객 2666명, 승무원 1045명). 일본인 1281명, 한국인 14명(승객 9명, 승무원 5명)이 탑승했다. 10일이 지나자 감염자 수는 200명을 넘었다. 당시 이 크루즈선박은 '아시아 그랜드 투어'를 진행 중이었다. 16일간의 일정으로 2020년 1월 20일 요코하마시를 출발, 가고시마市, 홍콩, 베트남, 대만을 거친 후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를 들러 요코하마로 돌아오는 노선이었다.
크루즈 선박은 ‘코로나19’와 같이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발생하게 되면 치명적이다. 크루즈선은 세계 각지에서 온 승객과 선원이 모여 있고, 갖가지의 파티를 통해 사람 간의 밀접한 교류 때문에 코로나와 같은 호흡기 질병을 쉽게 확산시키는 구조를 갖는다.

공용 공간을 같이 한다는 조건을 가진 크루즈선은 '세균 배양접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랬으니, 각 나라에서는 크루즈선의 입항을 거부할 수밖에... 한국 정부는 크루즈선에 고립된 한국인을 대통령 전용기를 동원하여 한국으로 이송시켰다. 이 대목은 2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가슴이 뭉클하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를 보내주는 나라에 산다는 자부심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진 이즈음 크루즈 선박은 다시 활기찬 여행을 시작했다. 미국 글로벌 미디어인 꼰데나스트가 선정한 2022년 세계 최고의 크루즈는 프린세스 크루즈, 실버시의 실버뮤즈, 큐나드의 퀸메리2, 윈드스타의 스타레전드, 로얄캐리비안의 콴텀오브더씨, 오세아니아의 마리나, 셀러브리티의 엣지, 바이킹의 스타, 씨번의 앙코르, 리젠트세븐시즈의 익스플로러 등이다.

이들 크루즈 선박에는 선내에 700만 달러 상당의 예술품 컬렉션(익스플로러)이 있다. 승객들이 마티니를 마시며 피카소와 르느와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세아니아 마리나를 탑승한다면 250가지의 자연요리를 배울 수도 있고, 큐나드 퀸메리2호에서는 대서양횡단을 체험할 수 있다.

2022년 운항을 시작해 현재 세계 최대 여객선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로얄 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의 원더 오브 더 시즈(Wonder of the Seas).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운항을 시작해 현재 세계 최대 여객선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로얄 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의 원더 오브 더 시즈(Wonder of the Seas).


크루즈 여행을 산업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한국은 크루즈 후발 주자지만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가능성이 매우 큰 산업이다.

세계 1위의 크루즈선 건조 능력 1위는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이다. 독일의 마이어 베르프트, 핀란드의 크베너 등 그 뒤를 잇는다. 현대의 크루즈선박 건조는 거의 모듈화했다. 선실을 하나의 모듈로 만든 후 내부의 의장 공사까지 다 만들어서 조선소로 들어온다.

크루즈 선박의 가장 중요한 부문은 선실 내부 의장이다. 한국의 가구, 인테리어, 호텔업체들은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 관심을 접었다. 크루즈 이용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인테리어를 전부 유럽 쪽 수입산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창출이 어려운 이유이다. 그 몫은 이탈리아와 유럽의 크루즈선 건조 조선소 주변을 무더기로 둘러싸고 있는 호화 의장업체들이 전담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이 2015년 크루즈선 2척을 만들다가 2조 원 가까운 손해를 보고 철수했던 일도 반면교사가 됐을 것이다. 준비 없이 크루즈 건조에 나갔다간 잃을 것이 많다. 크루즈선을 건조하는 핀칸티에리는 훨씬 많은 수의 탱커선과 저부가가치 선박을 생산하는 아시아 조선소보다 연간 매출액이 높다. 2018년에 삼성중공업은 연 6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지만 핀칸티에리 매출액이 더 높았다.

바닷길 여행을 나설 때 이 정도는 알고 승선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철강 산업과 조선 산업의 끝없는 혁신과 개혁을 통해 세계 1위라는 고지를 점령했는데, 언젠가는 크루즈선박 분야에서도 메이드인 코리아의 깃발이 펄럭이길 기대해 본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