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8497만대로 전년 대비 5.4%가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 2019년 9260만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 데다가 여기서 전기차 생산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내연기관차 생산량은 확연하게 줄어든다.
나라별 전기차 판매 점유율을 따져 보자면 중국이 19%, 유럽이 11%로 집계됐다.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포함하면 유럽 점유율은 20%를 넘어선다. 독일에서는 심지어 지난해 전체 생산량에서 전기차가 25%를 차지했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보급 속도가 느리다는 미국에서도 80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팔려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다.
부품이 적은 전기차는 배터리 단가만 낮춘다면 수익성이 함께 보장된다. 내연기관 차를 전적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 생산량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미 테슬라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모델 3의 절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신차를 개발 중이다. 보조금 없이 판매할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든다면 안정적으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모델 2’ 즉, 3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로 추정되는 테슬라 개발 차량이 공도에서 스파이샷으로 포착되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일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주최한 ‘투자자의 날’ 발표회에서는 해당 모델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 방향성에 대한 혼란이 일부 빚어지기도 했다. 다만, 보조금이 없는 보급형 전기차는 언제 나오더라도 나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보급형 전기차의 핵심은 내연기관차의 퇴출 시기다. 현재로서는 내연기관차로 수익을 내 전기차 개발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이 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제조사들은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다시 말하면 지금은 내연기관차들이 많이 팔려야 전기차 개발에 필요한 수익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동화를 너무 일찍 시작해도 손해가 될 수 있다. 내연기관차를 배제하고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더라도 현재는 대부분 국가에서 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만큼 판매 수익보다는 개발비용에서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RA와 같은 무역 장벽이 복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연기관차에서 판매량이 확보되지 않으니 전기차를 빨리 내놓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라며 “앞으로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던 전기차 증가세는 한풀 꺾일 수 있다. 제조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더 많은 내연기관차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