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는 63kW, 146kW급 두 개가 들어갔다. 엔진룸를 나눠쓴다. 배터리는 뒷좌석 아래에 위치해 있고 그 사이를 변속기와 구동축이 연결돼 동력을 전달한다. 배터리는 플러그 이외에도 272마력의 출력을 내는 2.0리터 가솔린 엔진이 돌아갈 때도 충전이 된다. 주행 중 충전은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조금, E-SAVE 모드에서 조금 더 많이 된다. 여기에 별도로 마련돼 있는 회생제동 기능 버튼을 누르면 충전 속도가 좀 더 빨라진다. 배터리와 모터를 사용할 때는 기름 엔진을 잠시 쉬게 해주고 싶을 때다.
실내 공간도 어색하지 않다. 지금껏 보아오던 랭글러의 고집스러운 타임리스 디자인이 실용적 인테리어에도 녹아든 느낌이다. 그건 전동화가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U-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디지털임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를 쓰는 느낌이다. 의도적이라는 것이 오히려 인상적이다. 사용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오프로드라는 게 편하자고 타는 차도 아니고 더할 필요도 더 특별할 필요도 없다.
새로운 기능도 간간이 살펴보면 나온다. 하지만 눈에 띄지는 않는다. 굳이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주행모드 버튼이 운전자 왼쪽 대시보드에 박혀있다는 정도다. 애플 카플레이는 구현되지만 유선으로 연결해야 한다던가, 윈도 버튼 아래 있던 전자식 스웨이드 바 분리 기능 버튼이 수납공간으로 대체됐다든가 하는 건 큰 일이 아니다.
여전히 돈이 들만한 것들은 대부분 오프로드 기능에 집중됐다. 4WD 기능은 일반 모델과 동일하다. 랭글러는 도심형 SUV라는 말을 싫어한다. 곱상하게 생긴 체로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심장에 제세동기를 꽂았더라도 와일드한 성격은 버릴 수가 없다.
주행 느낌은 색다르다. 처음 타면 차가 자주 울컥거린다. 어쨌든 배터리를 충전하는 동안에는 원페달 방식의 주행 느낌을 경험해야 한다. 다만, 회생제동 기능을 끄고 E-SAVE를 선택하면 차가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가솔린을 마시는 랭글러와 다른 바 없다. 밀어붙이려면 퍼포먼스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토크감이 좀 더 진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세게 나가야 할 때와 부드러워야 할 때를 아는 셈이다.
승차감은 조금 더 딱딱한 편이다. 들어간 게 더 많아서 그런가보다 이해하고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대신 무게 덕분에 코너에서의 안정감이 따라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향 각도가 정확한 편은 아니지만, 기존보다는 더 향상된 느낌이다.
지프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다. 뭇매를 맞으면서도 고집스러운 건 어딜 안 가나 보다. 기분 탓일지는 모르지만, 1억원을 갓 넘긴 랭글러(시승차는 4xe 오버랜드 파워탑 모델로 1억130만원이다)는 이제 추구하는 바가 달라지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 ‘프리미엄’ 오프로드는 영국차 브랜드가 이미 전매특허를 내놨다. 전동화는 둘째 치고라도, 지금껏 많은 이들을 들뜨게 했던 지프의 거친 모습이 일부에게만 허락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