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우렁찬 엔진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밖에서도 아마 마찬가지일 거다. 한적한 공원에서는 살짝 미안할 정도로 소리가 크다(ASC로 조절할 수 있다). 탑승할 때도 주저앉듯이 해야 한다. 휴식을 위해 시트를 뒤로 젖힐 수도 없다. 앉은 자세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 팔꿈치가 등받이에 걸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지하 주차장에 들어갈 때는 오르막 내리막의 각도와 앞뒤 스커트의 높이를 계산해야 하기도 하고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면 잘못해 혀를 깨물지 않도록 이를 악물어야 한다(AVS가 제 역할을 잘 하는지 의심스럽다). 스포츠카란 자고로 온전히 운전의 재미만을 느끼기 위한 차다. 수프라는 이 모든 조건을 갖췄다. 아이 등하굣길에, 출퇴근에, 마트에 갈 때 탈 차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BMW Z4와 다른 점이라면 디자인에서 좀 더 날렵함을 느낄 수 있다. 근육질의 볼륨이 차체를 좀 더 앞쪽으로 기울어진 듯한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데크가 좀 더 길어서 그럴 수도 있다. 루프의 볼륨도 특징 중 하나다. 단순한 멋이 아니라 전설의 2000GT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공기역학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쓴 설계라고 한다. 정면이든 측면이든 역동적이다. 어디 하나 정적인 부분은 없다. 19인치 휠도 차체에 비해서는 크게 느껴진다. 눈에 띄지 않도록 검정으로 처리한 A-필러는 디자인에서 신의 한 수였다(그게 아니라면 키드니 그릴을 붙이지 않을 것이던가). 뒷바퀴 휀더는 리어뷰 미러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콕핏에 앉아서도 외관 디자인에 감탄하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 중 하나다. 인테리어는 앰블럼만 빼고 BMW의 것을 다 갖다 썼다고 할지라도, 설령 그게 아니라고 우길지라도 운전의 맛을 즐길 수만 있다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주행 질감에서 동급 모델들과 비교가 된다. 차체가 조금 더 낮은 편이라 안정적인 느낌이 더 와닿는다. 사각지대가 큰 건 아니지만, 전방 시야도 충분히 눈에 잘 들어온다. 운전석에서는 실제로 비행기 콕핏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수 있다. 정통 스포츠카라 운전이 쉬운 편은 아니다. 스포츠 모드에 두고 핸들을 틀어둔 상태고 급가속을 시도해보면, 쉽게 드리프트를 경험할 수 있다. 일상 코너링에서 접지력은 디퍼런셜의 역할이 커 나름 괜찮은 편이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묵직하고 그립감을 위해 림의 두께도 있는 편이다. 자세 제어장치가 있지만, 수동적 운전의 재미를 망칠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는 편이다.
너무 극적으로 달렸지만, 수프라가 그렇게 야만적이기만 한 차는 아니다. 웬만한 들어가야 할 최신 편의·안전장비는 다 갖췄다. 차선 이탈 경고, 전방 충돌 경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어댑티브 하이빔 & 프런트 라이팅 시스템, 제한 속도 정보(HUD를 통해 알려준다),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 후방 충돌 경고에 무선 충전 시스템까지. JBL의 HiFi 사운드 시스템은 체감상 조금 아쉽게 느껴졌는데, 원한다면 이 부분은 아까 그 퍼스트카였던 경차를 팔아 튜닝할 수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