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캐나다의 AI 컴퓨팅 설계기업 텐스토렌트와 손잡고 AI반도체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협업을 통해 개발되는 LG전자의 AI반도체는 향후 스마트TV·차량용 전장부품·데이터센터 등에 활용된다. 또한 AI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다른 반도체 사업부문으로의 외연 확장 가능성도 기대된다.
이번 텐스토렌트와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텐스토렌트는 현재 반도체 업계의 레전드로 평가받는 짐 켈러가 대표이사(CEO)를 맡고 있다. 켈러 CEO는 AMD 재직 시절 애슬론64·라이젠 설계를 통해 인텔과의 중앙처리장치(CPU) 양강체제 구축에 일조했으며, 엔비디아에서는 기존 차량용 반도체 대비 10배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한 바 있다.
또한 양사는 '칩릿' 분야에서도 협력을 약속했다. 반도체를 기능 단위로 쪼개 연결하는 기술을 뜻하는 칩릿 분야는 최근 반도체 초미세 공정이 한계에 이르면서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칩릿 기반 반도체는 주로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데, LG전자는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비디오코덱 기술도 활용할 방침이다. 향후 LG전자가 영상데이터 처리 분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김병훈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와 관련해 "텐스토렌토의 기술을 기반으로 LG전자의 시스템온칩(SoC) 경쟁력을 강화하고, LG전자의 비디오코덱 기술은 텐스토렌트가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프로세서 시장을 공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LG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AI반도체 직접 생산에는 아직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칩을 직접 생산하려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데, 아직 LG전자가 직접 설비 확보에 나서는 움직임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재계에서도 LG전자의 AI반도체 사업 진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99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 과정에서 접어야 했던 반도체 사업을 LG전자가 25년 만에 재개하려는 것으로 해석돼서다.
LG그룹은 대한전선 계열의 대한반도체 인수를 통해 1989년 LG반도체(출범 당시 금성일렉트론)를 설립하면서 삼성전자·현대전자와 함께 국내 3대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1999년 정부 주도 빅딜 과정에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합병되면서 반도체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