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AMD는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MD 데이터센터&AI 테크놀로지 프리미어'에서 AI반도체 'MI300X'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MI300X는 연초 선보인 MI300A의 양산형 고성능 모델이다.
리사 수 AMD CEO는 "MI300X가 엔비디아 H100보다 2.4배 높은 메모리 밀도와 1.6배 높은 대역폭을 제공한다"면서 엔비디아가 장악한 GPU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MI300X는 올해 말부터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사업부를 통해 AMD의 AI반도체용 GPU 양산에 필요한 기술과 설비를 보유한 업체다. 당장 AMD와의 협력을 통해 하반기 GPU 양산이 가능할 것이란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현재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강화한 상태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H100 AI반도체용 GPU를 전량 TSMC에서 생산 중이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지난 1분기 AI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TSMC에 긴급 주문을 넣은 상태다. 이로 인해 TSMC의 4·5nm급 생산라인은 현재 가동률이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AMD가 TSMC에 GPU 생산 주문을 넣어도 돌릴 수 있는 라인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삼성전자와 AMD가 미래 사업 분야를 놓고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현재 AMD와 차세대 고성능·저전력 그래픽 설계자산(IP)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했으며, 최근에는 삼성이 개발 중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트' 개발에도 AMD가 참여 중이다.
AI반도체의 핵심 요소로 GPU와 함께 짝을 이루는 HBM 공급처도 관심사다. AMD의 MI300X는 GPU와 8개의 24GB HBM 8개를 칩릿 방식으로 묶어 완성되는 만큼 고성능의 HBM 확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만들어지는 HBM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이 공급 중이다. 즉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AMD가 필요로 하는 HBM의 유력 공급처 후보인 셈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과반에 달하는 5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40%의 점유율을, 나머지 10% 정도를 마이크론이 담당한다.
관련업계에서는 AMD가 삼성전자와 여러 사업을 함께 진행 중인 만큼 HBM 공급처도 삼성전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고, 1위 업체인 만큼 AMD가 SK하이닉스를 HBM 공급처로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마이크론의 경우 일부 물량만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AMD는 일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모두 HBM 공급업체로 선정한 상태다. 전 세계 HBM 물량의 90%를 두 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두 기업을 모두 공급 파트너로 선정해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제조 방식이 다르다. 관련업계는 이를 근거로 두 기업의 HBM을 사용한 AMD의 AI반도체가 다른 성능을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AMD의 AI반도체인 MI300X의 HBM 공급업체로 선정됐지만, 두 업체의 HBM 제품은 패키징 공정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이로 인한 성능 차이가 클 경우 두 업체 간 기술력 비교는 물론, AMD의 메인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