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신규 수요처로 떠오른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 대비 데이터 처리속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이에 글로벌 AI반도체 개발업체들은 연산처리 기능을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저장기능을 담당하는 HBM을 결합해 AI반도체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최신형 HBM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유일하게 양산 중인 4세대 HBM3를 세분화해 HBM3 16GB(기가바이트)와 HBM3 12단24GB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일단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3년 전 세계 최초로 HBM 개발에 성공하며 시장을 개척한 SK하이닉스는 현재 4세대 HBM3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 중이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최근 5세대 제품인 HBM3E 샘플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에 엔비디아가 HBM3E의 샘플을 대규모로 신청했으며, AMD·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도 SK하이닉스에 관련 샘플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시장 선점 효과를 살리기 위해 내년부터 5세대 제품인 HBM3E의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최선단 미세공정인 10nm급 5세대(1b) 기술을 활용해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위 탈환을 위한 반격을 준비 중이다. 앞선 기술력과 대규모 생산설비를 활용해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2015년 2세대 제품인 HBM2 개발에 성공하면서 SK하이닉스가 장악했던 HBM 시장의 주도권을 뺏어온 바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3세대 제품(HBM2E)와 4세대 제품(HBM3E) 양산에 성공하면서 어렵사리 차지했던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이에 삼성은 올 하반기 HBM3E 제품 라인업과 고성능 모델의 양산 준비를 마친 상태다. 또한 5세대 제품인 HBM3P 개발에 이어, HBM4 연구에도 나섰다. SK하이닉스에 내줬던 HBM 맹주 자리를 되찾기 위해 앞선 기술력과 대규모 생산능력을 통해 다시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놓고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HBM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HBM 수요는 지난대 대비 무려 60%나 급증한 2억9000만GB(기가바이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성장세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남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HBM은 일반 D램 대비 가격이 최소 2배에서 5배 이상 높다. 가격이 높은 만큼 수익성도 높아 메모리업체들 입장에서는 높은 마진에 따른 영업이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당장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메모리업체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높은 가격에 수익성이 높고, 시장 수요까지 급격하게 늘고 있는 HBM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HB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과 SK 등 주요 메모리업체들이 HBM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부터 클라우드 업체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들이 HBM에 대한 수요를 급격하게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실적도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