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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항공유’ 때문에 유럽행 비행기값 비싸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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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항공유’ 때문에 유럽행 비행기값 비싸지나

2025년부터 유럽 이착륙 항공기 SAF 사용 의무
“정부와 공항공사, 정유사들이 함께 논의해야”
하이드랜트(Hydrant)펌프트럭이 지하배관과 연결된 지상 급유전을 통해 항공기 급유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하이드랜트(Hydrant)펌프트럭이 지하배관과 연결된 지상 급유전을 통해 항공기 급유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유럽연합(EU)이 탈탄소 일환으로 값비싼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향후 유럽발 항공편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5월 26일(현지 시간) 리퓨얼EU 법안에 합의했다. 해당 법안은 2025년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 사용 비율을 최소 2%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그 비율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SAF는 바이오연료·폐식용유 등을 활용해 만드는 대체 항공유로 원료 공급부터 소비까지 탄소배출량이 최대 80% 감축된다.

하지만 기존 항공유에 비해 가격이 3~5배 이상 비싸 SAF 사용에 국내뿐 아니라 유럽 노선을 찾는 여러 국적 항공사들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6일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은 “지속가능항공유 사용 요구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소비자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의 정규 노선인 인천~파리 직항(편도) 거리는 약 9000㎞로 보잉 B747-400기 기준 약 13만8461ℓ의 연료가 필요하다.

지난달 23일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1배럴=158.9ℓ)당 97.66달러, 인천~파리 노선에 필요한 연료비는 약 8만5098달러다.

하지만 일반 항공유보다 5배 비싼 SAF를 넣을 경우, 가격이 488.3달러까지 치솟아 2025년에 2769ℓ(13만8461ℓ의 2%)를 넣으면 연료비는 9만1892달러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면 인천~파리 노선 연료비는 2030년 10만7152달러, 2035년 15만4565달러, 2050년에는 32만4883달러까지 올라간다.

한편 국내에 제대로 된 SAF 공급망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 유일하게 프랑스 정기노선을 채택하고 있는 대한항공만이 정기 공급책을 찾은 상태로, 지난해 9월 대한항공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Shell)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오는 2026년부터 향후 5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지역의 공항에서 우선적으로 SAF를 받게 됐다.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럽 노선 확보에 힘쓰고 있는 에어프레미아는 아직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항공업계는 SAF 도입에 대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항공유 인프라 구축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이미 파리 노선에 SAF를 1% 혼합해 운항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큰 부담은 없지만 SAF 도입 확대를 위해서는 항공사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공항공사, 정유사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mtollee12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