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민족주의가 미래 신성장 산업에도 적용돼 공급망 상황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이며, 특히 전쟁과 같은 변수가 발생해 수급이 차단되면 산업이 마비될 수도 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호주·캐나다 정부에 같은 기구 설립에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외신들은 “인도네시아의 니켈 판 OPEC 설립 추진은 자국 산업 경쟁력을 더 발전시키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보유 국가다. 세계 금속통계국(WBMS)과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니켈 매장량은 2100만t으로 세계 1위다. 이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2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국내 관련 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당장은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와 니켈의 영향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석유의 경우 다양한 용도와 유용성으로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원이자 산업의 기초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정유는 내연기관 차량에 들어가는 휘발유·경유와 각종 플라스틱 등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만큼 일상생활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다. 반면 니켈은 현재 배터리에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용처가 많지 않다. 수소첨가 반응에서 촉매로의 사용, 의료용 기구, 동전 재료 등에 쓰이는 정도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의 경우 사용처가 많아 OPEC의 감산 등에 따른 가격 변동 등이 있지만, 니켈의 경우 수요가 한정적”이라며 “현재 국내 업체들이 니켈 생산을 위한 계약도 가격연동제 기반으로 맺고 있어 니켈 공급을 제한하더라도 크게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석유를 대체하는 전동화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레 니켈의 수요처도 증가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자원 광물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니켈 공급을 통제하려는 일부 국가의 시도는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해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면서 "높은 가격의 니켈을 비롯한 다른 광물을 공급받는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발전업체들의 생산 원가가 상승하고, 소비자들이 그만큼 높은 가격에 구매하거나 이용해야 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요 글로벌 배터리·완성차 업체들은 인도네시아 현지 투자를 이어가며 니켈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업체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주축으로 하는 배터리 컨소시엄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국영기업인 안탐, 인도네시아 배터리 투자회사 IBC 등과 논바인딩 투자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올해 안으로 현지에 양극재 공장을 착공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을 인도네시아에 짓고 있으며,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중국 화유코발트와 45억 달러를 들여 니켈 소재를 가공·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짓겠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은 현지 국영기업과 함께 59억7000만 달러 규모의 니켈 광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또한 인도네시아와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 규모의 니켈 판매 계약을 맺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