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5세대 'HBM3E' 고객사 성능 검증 돌입
삼성전자, 하반기 5세대 'HBM3P'공개·업계 유일 턴키방식 생산 가능
삼성전자, 하반기 5세대 'HBM3P'공개·업계 유일 턴키방식 생산 가능

27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는 HBM 분야에서 치열한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메모리를 말하는 것으로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 특징이다. 지난 21일, SK하이닉스는 새롭게 개발한 5세대 ‘HBM3E’를 고객사에 공급해 성능 검증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HBM3E의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초당 최대 1.15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5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FHD급 영화 23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매우 빠른 속도다.
SK하이닉스는 쌓아 올린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는 ‘MR-MUF’ 최신 기법을 적용해 열방출 성능을 기존 대비 10% 향상시켰다고 자신했다. 이를 바탕으로 HBM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세대 HBM ‘HBM2’ 양산에 먼저 성공한 바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5세대 HBM 확장버전인 ‘HBM3P’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북미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로부터 HBM3와 패키징의 최종 품질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신규 고객사 확대와 HBM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의 턴키(일괄 생산) 생산체제를 구축한 유일한 업체로 고객사들로부터 공급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턴키 방식의 HBM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HBM시장의 수요가 높은 성장세와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힘입어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HBM의 공급량이 연간 10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구글과 아마존 등 거대 IT기업들이 AI개발에 돌입하면서 필수적인 HBM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2분기 깜짝 실적을 공개한 데 이어 내년 AI용 GPU 생산량을 올해 대비 최대 4배까지 늘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져 HBM 수요도 대폭 향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렌드포스가 밝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시장 점유율은 두 기업을 합쳐 95%다. 나머지 5%는 마이크론이 차지하고 있는 상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거의 동일한 비율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양사가 HBM 기술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최신 기술을 선점해 업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가운데, 트렌드포스는 HBM이 D램 분야의 출하량 증가를 주도했다고 분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3분기 영업이익률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최근 임직원과 진행한 '위톡' 행사에서 "최근 삼성전자 HBM3 제품이 고객사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류성수 SK하이닉스 부사장(DRAM상품기획담당)도 “HBM3E를 통해 AI 기술 발전과 함께 각광받고 있는 HBM시장에서 제품 라인업의 완성도를 높이며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하게 됐다”고 말해 양사 모두 HBM 분야에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