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9일부터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키로와트시(1㎾h)당 평균 10.6원을 인상했다. 시설 규모 등 요금부담 여력을 고려해 전압별로 세부 인상 폭을 차등화했다. 3300~6만6000V 이하인 고압A는 ㎾h당 6.7원, 고압B(154kV 이상)와 고압C(345kV 이상)는 ㎾h당 13.5원 인했다.
지난해 평균가에 올해 인상분을 더해 단순 산출했을 때 산업용(을)의 평균가는 ㎾h당 128.29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산업용 전기의 경우 계절별, 부하시간대 별로 요금이 상이해 실제 사용량에 대한 부담은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기업은 삼성전자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장에서 총 2만1731GWh의 전력을 사용, 2조5000억원 정도를 납부했다.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한 기업은 SK하이닉스로 1만41GWh를 사용해 1조2000억원을 전기요금으로 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들 기업이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연간 기준 삼성전자 3000억원, SK하이닉스는 1350억원 가량 각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종은 제조 공정 중에서 웨이퍼 제조에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 이에 공정 효율을 개선하고, 고효율 설비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한파로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부분에서 1분기 8조원 등 올해 총 20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또, 전기 사용이 많은 산업군인 철강업계 역시 전기요금 인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전망이다. 철강제품 원가의 10% 이상을 전력비용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철은 고온의 열을 필요로 하는 공정이 많아, 전기 사용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기요금 인상은 철강업계의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원가 연동제 제품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열처리 공정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배터리 회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기 분해를 기반으로 하는 배터리 제공 공정은 전기 사용량이 많다.
특히,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등 원재료의 제조 공정에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경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석유화학업계도 전기요금 부담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나프타를 분해하고 파이프로 원료를 보내는 과정에서 열을 많이 사용하고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 역시 제조원가 중 유연탄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전기요금이다. 유연탄 등 연료비가 30%대, 전력비가 25% 내외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공급망 단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 국제 에너지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미 각 기업은 에너지 사용 절감과 효율 증대로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각 기업은 더욱 비용 절감에 고삐를 조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전기요금 조정 대상인 산업용 전기는 고압이라 원가가 낮다. 반면, 주택용·농사용·일반용 은 저압으로 원가가 높다.
가장 원가가 낮은 산업용만 올리고 원가가 높은 주택용 등을 동결하는 것은 ‘시장, 원가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요금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