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과 뚝심 경영, 다수의 ‘세계 1등 제품’ 키워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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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11월 19일 경남 함안에서 효성그룹 창업주인 만우(晩愚) 조홍제 회장과 하정옥 여사의 3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조 명예회장은 경기고등학교에서 1학년을 마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히비야 고등학교를 거쳐 와세다 대학교 이공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일리노이공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준비하던 중 1966년 부친의 부름을 받아 효성물산에 입사하면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조 명예회장은 1970년 효성그룹의 주력사인 동양나이론(효성그룹의 전신) 대표이사 사장을 필두로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등 그룹의 주력계열사들을 맡아 왔으며, 선친인 조홍제 창업주가 별세하기 2년 전인 1982년에 효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2017년부터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경제 발전과 기업의 미래를 위한 ‘기술 경영’ 추구
그는 재계를 대표하는 '기술 중시' 경영인이다. 화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인 그는 경제 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력에 있다는 생각으로 기업을 경영했다.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탄소섬유, 폴리케톤 등 신기술 개발을 선도해 기술경영을 실천했다.
그중에서도 효성의 스판덱스는 조 명예회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뚝심 경영의 결과물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투자와 공급망 확대, 품질 개선,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고객 중심의 마케팅을 펼친 결과 효성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했다.

첨단산업‧혁신제품 개발로 ‘기술 경영’ 성공
나아가 새로운 첨단산업 육성 및 제품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노력했다. 주요 제품을 살펴 보면 △환경친화적이면서 고강력 섬유소재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꿈의 미래소재’인 ‘폴리케톤’ △강철보다 10배나 강력하면서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해 산업파급효과가 큰 ‘탄소섬유’ △원천기술 확보로 액정화면(LCD)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LCD용 편광판보호필름인 ‘TAC필름’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해 미래형 첨단 금융인프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뉴 브랜치 솔루션(New Branch Solution)’ 등이 대표적이다. 조 명예회장의 창조적 마인드와 추진력과 신기술에 대한 집념이 낳은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세계 최초 신소재 ‘폴리케톤’의 개발 상용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소재강국으로 도약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이처럼 첨단산업과 혁신제품 개발은 기술 경영의 성공모델로 부상하면서 기업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효성, ‘조석래 리더십’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 성장
조 명예회장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과 위상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효성은 매출의 약 80%를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일 만큼 수출지향적인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고,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전세계에 걸쳐 50여개 제조 및 판매법인과 30여개의 무역법인‧사무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美‧日‧中 등과 민간경제외교 헌신… 한·미FTA 등 성과
조 명예회장은 그룹경영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도맡았다. 조 명예회장은 유창한 어학 실력과 풍부한 글로벌 인적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교역상대국 경제인들과 활발한 협력활동을 전개했다.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한미재계회의, 한일경제협회,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한중재계회의 등 30년 이상 다양한 국제경제교류단체를 맡아 많은 성과를 올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2000년부터 조 명예회장이 한미재계회의를 통해 최초로 그 필요성을 공식 제기하였고, 체결 이후에도 미국의회를 방문해 인준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한 바 있다. 그리고 2008년 ‘韓美(한미) 비자면제 프로그램’ 시행을 주도하여 양국 간 교류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일본과도 한‧일 FTA의 필요성을 제기하여 추진한 바 있고, 한일경제인회의, 한일산업기술협력페어, 한일고교학생캠프 등을 통해 한일간 무역역조 해소, 한일 기업간 공동비즈니스 추진, 한일 국민간 우호친선활동 등 다양한 교류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제계 원로로서 대한민국 경제 성장‧발전에 기여
조 명예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2007~2011년)을 맡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경제계 국제교류 활성화 등에 이바지 해 왔다.
조 명예회장이 수장을 맡을 당시 전경련은 재계의 구심점이라는 역할이 퇴색되어가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는 재계의 넓은 인맥과 특유의 리더십으로 전경련을 ‘일하는 조직’, ‘솔선수범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고, 정부에 다양한 정책 제안을 함으로써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 발전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전경련 회장 이전에도 전경련 부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와세다대학과 일리노이공대의 한국 동문회 회장직을 오랫동안 맡아 왔고, 동양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동양미래대, 동양고등학교 등을 통해 미래 우수인재 육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 조현준 효성 회장,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