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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名家 부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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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名家 부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큰 그림

2018년 취임 직후 위기 겪던 그룹 구조조정 사실상 마무리
과묵하지만 저돌적인 경영 스타일, 지금부터 본격 빛 발할 듯
탈원전 피해 두산에너빌리티 SMR·복합화력 키우며 더 강해져
두산밥캣, 멕시코 공장 착공, 美 공급망 재편 최대 수혜 기업
두산로보틱스, 전자 소재 등 미래 전략사업 성장곡선·속도 가팔라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12일 아스타나에서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12일 아스타나에서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 ‘인수·합병(M&A)·투자 명가 두산’의 부활을 알리는 큰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창립 128주년을 맞이하는 국내 최고(最古) 기업인 두산은 지난 2016년 박정원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르며 국내 재계 가운데 처음으로 오너 4세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취임을 전후해 벌어진 국내외 경제·정치적 환경의 악화가 박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그룹 전반에 걸친 대대적 사업 구조조정으로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비롯한 다수의 계열사를 매각해야만 했다. 어둠의 시간을 거쳤지만,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이제는 다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재계에서는 ‘기업가 박정원’의 진가는 지금부터 빛을 발하리라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때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발발 직전 추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두산그룹의 모습과 비슷하거나 더 치열했다”라면서, “당시 소비재 위주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면, 박 회장은 두산그룹을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스마트 제조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구조조정의 성과가 올해부터 가시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력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 중권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며 그룹 전체가 위기에 몰렸지만, 기존 발전 사업의 역량을 고도화하는 한편, 신재생 에너지사업을 육성해 체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평가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최대 SMR 설계업체인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370억달러(약 50조원) 규모 SMR 건설 프로젝트에 원자로, 증기발생기튜브 등 주기기를 납품한다. 공급 물량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올 하반기 수주를 노리고 있는 체코 원전 프로젝트에도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 발전 부활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까지 추가 수주한다면 원자력 발전 사업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경제인으로서 박 회장의 위상도 커지고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해 지난 12일 아스타나에서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별도 면담했다. 다음날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삼룩카즈나(Samruk Kazyna), 삼룩에너지(Samruk Energy) 등 카자흐스탄 금융, 에너지 국영 기업들과 협력 협정(Cooperation Agreement)과 업무협약(MOU)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삼룩카즈나의 자회사인 투르키스탄 LLP와 1조1500억원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5년에는 삼룩카즈나의 또 다른 자회사와 310MW급 카라바탄 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해 2020년 성공적으로 준공한 바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강점인 원자력 발전과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 위주에서 국가 에너지 계획에 참여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카자흐스탄에서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5조원이 넘는 인수가로 당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최대액 M&A로 꼽히는 두산밥캣은 그룹의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구조조정 당시 매각했던 유압부품 전문기업 모트롤을 되찾는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회사의 첫 멕시코 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미국 태생의 두산밥캣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멕시코 공장이 2026년 가동하면 북미지역에서의 두산 건설 기계 장비의 시장 지배력은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형 지주회사인 ㈜두산이 육성하고 있는 미래 전략사업도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협동 로봇 전문 기업으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연성동박적층판(FCCL)을 중심으로 한 전자 소재사업은 반도체와 전기자동차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향후 박 회장의 두산은 ‘사오는 M&A’가 언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냐는 것이다. 지난 8년간 박 회장의 두산은 ‘파는 M&A’에 집중했다. 아버지인 고(故) 박용곤 명예회장이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는 ‘걸레론’으로 유망기업을 과감히 매각했던 두산은 덕분에 위기를 넘겼고, 필요하다 싶으면 미래 가치까지 더한 과감한 베팅으로 우수 기업을 사들일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과묵하지만, 저돌적인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박 회장의 눈에 들어온 우수 기업이 여럿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라면서, “조만간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