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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선견지명이 우선” 최태원 회장 측 지적한 ‘치명적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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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선견지명이 우선” 최태원 회장 측 지적한 ‘치명적 오류’

액면분할 감안하면 대한텔레콤 주식가치 기여도
최종현 10배↑·최태원 기여도 10배↓ ‘100배 왜곡’
“기업가치는 ‘미래’로 결정, 재판부는 ‘과거’로 판단”
“6共특혜 기업? 오히려 더 어려워, 지원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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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SK
‘부친인 선대 회장의 사업에 대한 선견지명이냐, 본처의 내조와 일가의 측면 지원이냐.’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17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발견했다는 ‘치명적인 오류’로 인해 최대 100배에 달하는 재산 분할액 왜곡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위한 문장 중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SK㈜의 모태가 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가지 산정은 재산분할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데 누구의 기여도가 더 컸느냐에 따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규모가 정해진다.

통상 시장에서는 통용되는 기업가치, 즉 주가를 결정하는 방식이 ‘미래’ 성장성에 염두를 놓고 본다면, 최 회장의 부친이자 대한텔레콤을 설립하고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추진한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이하 선대 회장)의 기여도가 크다는 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텔레콤이 이뤄낸 ‘과거’에 최 회장의 기여도가 더 크고,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인 노 관장에게도 재산을 공유할 권리가 있다는 왜곡된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최 회장 개인의 이혼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SK그룹 경영에 심각한 부정 요소로 부상한 만큼, 상고심에서 결과를 뒤집지 못하면 국내 재계 2위 SK그룹은 과거 정권의 비호를 받아 성장한 비도덕적 기업이라는 낙인까지 받게 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법률 대리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최근 재판 현안 설명회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시진=SK이미지 확대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법률 대리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최근 재판 현안 설명회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시진=SK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 수펙스홀에서 재판 현안 관련 설명하는 자리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지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 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선대 회장의 사망 시점인 1998년을 기준으로 회사 성장의 기여를 따졌다. 이 변호사는 “1998년 이전 시기는 선대 회장에 의해 성장했으므로 노 관장의 기여가 있을 수 없는 기간이고, 이후의 시기는 최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성장한 시기이므로 이 시기에는 노 관장의 내조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구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선대 회장은 장남인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 해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억원 이상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2007년 3월(1:20), 2009년 4월(1:2.5) 등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하지만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실제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 회장 별세까지, 별세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 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이처럼 재판부는 최 회장의 기여도가 선대 회장보다 더 큰 것으로 전제하고 최 회장에 내조한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하며 1조3800억원이라는 재산분할을 판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근거가 된 계산 오류를 바로잡는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당초 재판부가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고 보면 12.5배로 계산한 선대 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변호사는 “(SK C&C는) 선대 회장 생존 시기에 다른 IT 기업에 비해 엄청난 성장을 한 반면, 선대 회장 사망 이후에는 다른 IT 기업들의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재판부에 이 오류에 기반해 최 회장과 선대 회장의 기여도를 반대로 판단했기 때문에 단순히 숫자를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심각한 오류와 더불어, ‘6공 유무형 기여’ 논란 등 여러 이슈들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최근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서 SK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이미지 확대보기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최근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서 SK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K
한편 SK그룹은 이날 설명회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유입돼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취지의 항소심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번 항소심 결과로 SK그룹이 6공 비자금과 비호 아래 성장한 것이라는 정의가 내려져 버렸다”며 “SK에는 15만명에 가까운 구성원과 많은 고객, 투자자가 있는데 진실을 소명하는 것이 SK 회사 차원의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회사 차원에서 규명이 필요한 사안으로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과 사용처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의 별도 존재 여부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 어음의 구체적 처리 결과 △현직 대통령 시기에 특혜로 거론됐던 내용과 사실 유무 등을 꼽았다.

먼저 ‘6공 특혜’에 대해서는 “1995년 비자금 조사 때 안나왔던 내용”이라면서 “2013년 제기한 어음 100억원도 유야무야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SK의 6공 특혜가 무엇인지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데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지만 얘기해보라고 하면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특혜 내용 또한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정식 서비스 진출을 법으로 막아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체신부(이후 정보통신부, 현 방송통신위원회)가 법을 발의하고 제안할 때 많은 토론이 있었다”며 “만약 대통령의 강한 지원 의사가 있었다면 힘이 약한 부서(체신부)에 그것을 하라고 하고 힘이 센 부서에 그것을 막으라는 상반된 지시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6공화국 기간(1987∼1992년) 시기 특혜와 관련해 “없다. 있기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렵다”라면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게 많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근거로 당시 국내 10대 기업의 매출 성장률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재계 5위였던 SK의 성장률은 1.8배로, 10대 그룹 중 9위에 그쳤다. 대우가 6공 기간 매출 성장률이 4.3배로 뛰어 가장 높았고, 기아(3.9배), 롯데(2.7배), 현대(2.5배), 쌍용(2.4배) 등의 순으로 매출이 성장했다.

이 위원장은 “SK는 6공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이 아니고, 오히려 6공과의 관계가 이후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와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이번 판결은 입증된 바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회사의 역사와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 회사의 명예를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