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동맹(얼라이언스) 재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존 패턴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면 통상 선사들은 해당 노선에 선박을 추가 투입해 대응해 왔다. 선박을 추가 투입하려면 선사들이 충분한 선박을 보유해야 한다.
예를 들어 HMM이 2020년부터 2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6000TEU급 대형 컨테이선 8척에 이어 올해 1만3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인도받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의 선대 확충으로 HMM의 선복량은 올 연말 목표로 했던 100만TEU에 달한다.
여기에 주요 선사들은 신형 선박을 인도받는 데로 노후화한 컨테이너선은 폐선하는 등 선대를 재구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홍해 사태, 미‧유럽연합(EU)의 중국 공급망 단절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해체하려던 선박까지 그대로 운송에 투입하고 있다.
따라서 선사들이 추가로 컨테이너선을 투입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화주는 여전히 선박에 실은 화물이 목적지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고 있으며, 운임은 치솟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이들은 선사들이 여력이 있어도 실제로 필요로 하는 만큼 선박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선사들로선 현 상황이 득이 되고 있때문이다.
구교훈 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만약 선사들이 자신의 투자 자산인 컨테이너선을 추가 투입해 운송 시간을 지연시키지 않는다면 화주한텐 좋겠지만, 선사들은 투자 자산에 대한 자본비용과 운영비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면서, “선박을 추가 투입하면 오히려 컨테이너 운임 요율은 상승하지 않고 안정되기 때문에 선사에게는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선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선박을 수요공급의 원리와 반대로 적게 투입해야만 그만큼 공급 부족의 효과가 발생해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화주들은 비싼 운임을 감내하더라도 선복 예약(booking)이 어렵고, 화물을 선적하는 데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
구 회장은 “이는 선사가 내심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박을 충분히 추가 투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러한 선사들의 행위가 정기적으로 정해진 항구를 정해진 시간에 기항하여 화주들에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저버린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을 장악하는 주요 선사들이 의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었다면 암묵적인 담합(카르텔)에 해당하므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정기선 컨테이너 선박에 이러한 의무 때문에 해운 동맹을 인정한 것이고, 최근에도 주요 글로벌 해운 동맹을 포함해 우리나라 해운법도 선사들 간의 공동행위를 인정해 온 것”이라면서, “만약 선사들이 이런 식으로 선박 운영을 지속한다면 선사들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를 화주들이 모두 떠안아야 하므로 굳이 법적으로 해운 동맹이나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인정할 이유가 없다.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선사들이 선박투입을 주저한다는 의혹과 별개로 이미 지구 전역 바다에 떠 있는 선박 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새로 건조한 친환경 선박 다수가 운항하고 있으나 부족한 선복량을 메우기 위해 해체하려던 선박, 구체적으로 IMO 환경 규제에 미흡한 선박도 폐선을 미루고 운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선박도 그렇지만, 노후화한 선박도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운항 속도를 늦추고 있다. 과거와 달리 대양을 건너는 속도가 떨어졌다는 것인데, 단순히 계산하면 같은 양의 화물을 적기에 운송하려면 예전보다 더 많은 선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인 선박 운항 비중이 높아졌지만, 전체 운항 선박 척 수는 더 늘어나, 배출 총량은 더 늘고 있다”라면서, “IMO의 환경 규제 노력이 무색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