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리블랜드-클리프스의 CEO인 로렌코 곤칼베스는 미국철강협회 연례 회의에서 "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면서 "우리는 끝을 기다리고 있다. US스틸은 아직 살아있지만 마치 아픈 환자가 튜브와 센서로 잔뜩 둘러싸인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것 같다. 무엇을 위해서인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다소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섞였지만 곤칼베스는 노조의 지지 없이는 US스틸의 매각 협상이 성사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유나이티드 스틸 워커스(미국 노조)가 US스틸 인수를 지지한 유일한 철강회사다.
지난 4월,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일본 거래가 무산될 경우 미국의 상징적인 US스틸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거듭 밝혔다. 곤칼베스는 자신이야말로 US스틸 인수에 적임자이며, 미국 정부와 두 대통령 후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곤칼베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일본제철의 인수가 다른 결과로 허용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서슴없이 던졌다. 그리고 일본제철을 향해 “선거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일본제철이라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 5월 마지막 주에 일본제철의 모리 부사장은 US스틸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6분짜리 동영상을 제작했다. 이 영상물은 펜실베이니아의 공장, 식당, 커뮤니티센터 등에서 상영됐다. US스틸의 CEO인 데이브 버릿도 노동자들에게 일본제철과의 합의를 지지하도록 독려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매콜 USW 회장은 마이크 밀삽 협상위원장이 공동 서명한 성명에서 메모리얼 데이 주말 홍보는 철강 노동자와 선출직 공무원을 겨냥한 ‘개와 조랑말 쇼’라고 폄하했다.
매콜은 "주식 현금화와 황금 낙하산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그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은 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모리 부사장은 선거 이후 노조와의 대화가 달라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은 USW의 정치적 영향력이 사라지면 더 차분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모리 부사장은 두 차례에 걸쳐 피츠버그 현지 직원과 선출직 공무원들을 만나고 기술팀을 파견해 US스틸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 공약을 늘리고 노사협정에 대한 보장 강화도 거론했다. US스틸 경영진은 직원들과 만나 일본제철의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오해를 바로잡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USW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제철이 우려하는 일들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매콜은 공급망과 국방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를 우려하면서 그래닛시티 공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공장을 이미 중단했기 때문에 버진 철강의 생산량이 축소됐다는 주장이다.
US스틸은 5월 21일 보도 자료를 냈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우리의 경쟁자 중 하나이자 낙찰되지 않은 입찰자 중 하나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거래를 탈선시키기 위해 거짓 소문을 퍼뜨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역시 자신들이 대표하는 직원들에게 해를 끼치면서 인수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은 예상대로 지난 5월 인수를 승인했다.
결론은 말보다 행동이다.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US스틸의 제3자 인수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1901년에 탄생한 일본제철이 1902년에 합종연횡해 구성된 US스틸 인수가 어떤 형태로 마무리될지 귀중한 학습 주제로 삼을 만하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