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현대家 오너 3대 걸쳐 이뤄낸 ‘고속철도’ 수출 성공

글로벌이코노믹

산업

공유
1

현대家 오너 3대 걸쳐 이뤄낸 ‘고속철도’ 수출 성공

우즈벡에 280km/h급 KTX-이음 공급 계약 체결
정주영 창업회장 1978년 현대차량 설립, 시작
정몽구 명예회장, 1994년 고속철도차량 사업 선정
정의선 회장, 유럽 이어 아프리카 대륙 진출 타진

현대로템이 100% 국내 고유 기술로 개발한 첫 동력분산식 고속철도차량 ‘HEMU-400X’ 사진=현대로템이미지 확대보기
현대로템이 100% 국내 고유 기술로 개발한 첫 동력분산식 고속철도차량 ‘HEMU-400X’ 사진=현대로템
지난 14일 우즈베키스칸에서 전해 온 고속철도차량 수출 계약 낭보는 대한민국 철도차량산업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자 현대가(家) 오너 일가가 3대에 걸쳐 이뤄낸 역작이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

지난 1978년 10월 1일 철도차량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현대차량(현 현대로템)을 설립했을 때,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2001년 별세)은 국내 철도산업의 성장, 수출을 넘어 또 다른 꿈을 꿨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우리가 만든 열차로 서울에서 출발해 평양을 지나 시베리아를 건너 모스크바로 가고 싶다."

대북사업을 일생에 이뤄내야 할 업(業)이라 여겼던 정주영 창업회장은 1980년대붙터 소련(현 러시아)과 중공(현 중국)을 비롯해 동유럽 공산권 국가와의 민간 교역을 본격화했고, 마지막 종착지이자 고향인 북한으로 건너가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2011년 사망)을 만나 대북사업을 성사시켰다. 성공을 이어간 그는 현대가 개발‧생산한 철도차량을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겠다는 희망은 더욱 커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은 1985년 자신이 이끌던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차량을 흡수합병하고 철도차량 사업을 직접 챙겼다. 철도차량은 현대가 볼안 있던 여러 육해공 이동수단 가운데 선박 다음으로 크고 정밀한 제품이었다.

자동차에 가려져 있지만 철도차량에 대한 정몽구 명예회장의 의지는 대단했다.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해 신기술 개발을 독려함으로써 장차 있을 고속철도차량 개발을 위한 인적‧기술적 밑바탕을 다져나갔다.

정주영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정주영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차그룹
마짐내, 1994년 현대정공과 프랑스 GEC 알스톰이 대한민국 국내 고속전철 사업을 위해 참여한 떼제베(TGV)가 최종 선정되었다. 이로써 정몽구 명예회장은 한국을 거쳐 세계시장을 누빌 고속철도차향 사업을 본격화했다.

떼제베를 사실상 조립‧생산한 KTX-1에 이어, 현대로템은 정부와 학계, 연구소와 협업으로 첫 국산 고속철도차향인 ‘KTX-산전’을 개발해 2010년부터 상업 운항을 시작했다.

KTX-산전은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지만, 아쉽게도 그러질 못했다. 일반 철도차량의 경우 꾸준히 수출 실적을 올렸지만, 고속철도차량의 경우 기술을 들여온 프랑스를 비롯해 일본 등과의 기술 외적인 면에서 번번히 밀렸다. 특히, 막대한 내수 물랴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중국 철도차량 업체가 세계 시장마저 장악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난관을 겪었다.

이에 정몽구 명예회장과 현대로템 임직원은 순수 국내기술 100%로 차세대 고속 전철을 개발해 경쟁업체와 정면 승부를 벌이기로 했다. 2011년 일반에 첫 공개한 동력분산식 고속철도차량 ‘HEMU-400X’이 주인공이다. HEMU-400X를 통해 한국은 고속철도차량에서 기술적 독립을 완벽히 이뤄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이 치랭 개발에 자동차 성공 노하우를 접목시켰는데, 차량을 구성하는 부분품을 모듈화하여 교체‧수리 등 유지‧보수의 효율을 높이고, 승용차에 버금가는 고도의 품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이뤄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지금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로템 고속철도차량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HEMU-400X를 기반으로 280km/h급 KTX-이음이 지난해에, 올해 5월에는320km/h급 KTX-청룡이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앞서 4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개통되며 해외의 주목을 받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에 KTX-이음에 접목된 고속차량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180km/h급 전동차가 투입됐다.

고속철도차량은 정의선 회장이 추진하는 육해공 모빌리티 사업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사업 추진 30년 만에 첫 수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한국형 고속철도차량이 운행되는 국가가 우즈베키스탄이라는 점도 나름 의미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과거 소련의 속국이자, 중국과 이웃하고 있다. 최근 정치 경제‧군사적 이슈로 한국이 북한은 물론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대륙횡단의 꿈은 더 멀어졌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타에서 현대로템의 고속철도차량의 성능이 입소문을 탄다면 또 다른 경로를 통한 대륙 횡단의 주역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과 브라질 등 철도 차량 수요가 많은 국가로의 진출 노력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우리가 개발한 고속전철이 아메리카 대륙을 누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