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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예상보다 심각 SK. 우량 계열사 매각도 고려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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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예상보다 심각 SK. 우량 계열사 매각도 고려 해야

KDB산업은행 자금지원설로 자금난 드러나
맨땅에서 시작한 이차전지 사업, 고전 이어져
모든 사업 부문 끌고 갈 가능성 점점 낮아져
삼성 벤치마킹해 사업 ‘선택과 집중; 결단 필요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책은행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자금난 우려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인 SK그룹이 그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우량 계열사 매각이라는 최악의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자금인 산은 자금을 지원받은 대부분 기업은 미래 성장동력 훼손을 감내해야 하는 강력한 사업 구조 개편을 요구받았다. 이러면, 산은의 요청에 따라 SK는 무조건 살리겠다는 이차전지 사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이차전지 성장성에 버금가는 다른 주요 계열사를 내줘야 할 수도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SK의 자금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전후로 벌어진 세계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비롯됐다. 그룹의 3대 축 가운데 정유‧석유화학과 반도체가 수익이 줄거나 적자 전환하면서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졌다.

바이오는 수익화 단계로 올라섰다고는 하지만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비하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SK는 이차전지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SK 관계자는 “마른 수건을 짜내듯 투자금을 모아 집행했다”라면서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해놓은 만큼 공장을 지어 제품을 공급하면 단숨에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전기자동차 시장이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상황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전기차로의 시장 전환이 지연된다는 건, SK그룹의 투자 회수 기간도 그만큼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유, 이동통신, 반도체는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발전시켰다. 반면 이차전지는 SK가 맨땅에서 시작했다. 최종현 선대 회장이 씨를 뿌렸고, 최 회장이 열매를 틔우려는 사업이다.

SK그룹의 이차전지 사업은 SK이노베이션에서 2021년 10월 분사해 출범한 SK온이 전담하고 있다. 출범 당시 SK온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적극적인 생산능력 확대를 바탕으로 10년 안에 글로벌 배터리 업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로서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적극적인 영업 활동 덕분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대규모 수주고를 올렸고, 미국 조지아주, 헝가리,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나섰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에도 미국과 헝가리 신규 가동 공장의 생산량 증대 지연, 수율(양품 비율) 개선 지연 등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이러한 이차전지 사업이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가 됐다. 이 기간에 SK온의 연간 시설투자(CAPEX) 규모는 2022년 5조원, 2023년 6조8000억원, 2024년 7조5000억원 등으로 20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2021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2조5876억원에 이른다.

SK그룹 측은 전기차 캐즘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고, SK온의 기업공개(IPO)가 성공하면 자금난은 일시에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외적인 시장 환경은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당장 올해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재당선하고, 그에 따라 미-중 무역 갈등이 한층 더 강화하면 이차전지는 물론 반도체와 정유‧석유화학 등 SK그룹의 다른 주력 사업이 불황에 빠질 수 있어 자금난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규모의 매출 및 수익화 단계까지 진입하지 못한 이차전지 사업이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SK는 기술 경쟁력과 미래 사업 성장 가능성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이를 실현할 투자재원 마련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이른바 ‘돈맥경화’ 상태에 놓여있다”라면서, “이번 리밸런싱에거 비주력 사업의 대대적 정리도 필요하지만, 그룹 존립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이차전지에 버금가는 대형 사업군의 매각도 고려해야 한다”리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반도체‧전기‧전자에 집중하기 위해 방산과 석유화학 부문을 한화, 롯데에 매각했던 ‘빅딜’ 사례를 벤치마킹 해야 한다”라면서 “조금이라도 상황이 나을 때 SK그룹 오너 일가가 과감한 ‘선택과 집중’ 경영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