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라이벌인 애플이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아이폰을 유럽시장에 출시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AI를 탑재한 스마트폰 중 갤럭시 시리즈를 견제할 모델이 사라지면서 삼성전자는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일한 AI 스마트폰 선택지로 자리 잡게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유럽시장에 자사의 AI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한 아이폰을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EU)의 기술기업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 때문이다. 디지털시장법에 따르면 아이폰의 AI기능을 비롯한 미러링 기능은 안드로이드 체제와도 호환이 가능해야 하지만 애플은 "사용자의 보안성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EU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EU와 협력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애플은 9월 출시할 아이폰16 시리즈부터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해 AI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EU 기준을 충족해 제품을 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갤럭시 시리즈는 유럽시장에서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모델이 됐다. 일부 중국산 스마트폰이 AI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보안 등 신뢰성 문제 등으로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다.
AI기능 탑재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AI 탑재 여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입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은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갤럭시S24 시리즈의 AI기능이 호평받으면서 올해 1분기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다. 하반기 AI를 탑재한 아이폰16 시리즈가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AI 미탑재 결정이 내려지면서 상황을 뒤집기 힘들어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 애플에 빼앗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자리 탈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애플이 유럽시장에서 기록한 매출은 943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유럽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33%, 삼성전자가 2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폰 시리즈를 새롭게 출시한 직후인 4분기가 애플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AI 미탑재로 애플은 신제품 출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업계 전문가는 "애플이 AI 스마트폰 대열에 늦게 합류해 갤럭시 시리즈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기대가 높았는데 탑재되지 않는다면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